특집 | 유엔·미국 대북제재, 북한 행동변화 유도 실패 2011년 9월호
특집 | 한반도 정세 5대 쟁점 해부
유엔·미국 대북제재, 북한 행동변화 유도 실패
지난 7월 말 남북한 비핵화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되면서 모처럼 만에 한반도에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향후 6자회담이 개최되기까지, 특히 6자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는 북·미, 남북 간에 넘어야할 산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우라늄농축 시설과 핵무기를 비롯한 비핵화 문제, 평화협정 문제, 경수로를 비롯한 대북보상 문제와 함께 대북제재 역시 주요현안의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주지하듯이 현재 북한은 2중, 3중의 제재를 받고 있다. 우선, 지난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 제재를 들 수 있다. 이 제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품목 및 포괄적 군수품의 수출입, 그리고 사치품의 대북수출을 막자는 목적이다.
그런데 지난 5월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관련 부품 수출은 여전히 활발한 상황이고 사치품 수입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상당수 유엔 회원국들이 능동적 제재를 회피한 결과다. 특히 중국은 패널 보고서의 채택도 거부했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6자회담 참석의 전제조건으로 유엔제재 해제를 요구했는데, 2010년 하반기부터는 이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 유엔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들 수 있다. 미국은 13개 법률과 관련 시행령, 그리고 대통령 행정명령에 기초해서 북한을 포괄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순수 민간경협 제재, 역효과 불러올 수도
제제의 근거는 안보위협, 공산주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3가지다. 테러지원국 역시 제재의 근거 중 하나였으나 지난 2008년 10월 해제했다.
그러나 미국 법률은 북한에 대해 중복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의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대북 수출제한은 테러지원국 해제에도 불구하고 안보위협, 공산주의를 근거로 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산 상품의 수입에 대한 제재는 애초부터 안보위협을 이유로 부과되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해제와는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대통령 행정명령에서는 북한산 상품만이 아니라 북한산 부품과 기술이 들어간 상품도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였다. 또한 테러지원국 해제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국가성격이 유지되는 한 국제금융기구 가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2008년 테러지원국 리스트와 함께 적성국교역법 적용에서도 북한을 제외했지만, 대신 대외경제비상조치법을 적용하도록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동함으로써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의 효과 역시 없는 상황이다.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 제재와 같은 금융제재를 제외하면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정권의 행동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전쟁과 함께 이미 수십 년 이상 대북제재가 지속된 결과 양국 간 경제교류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첨단품목의 대북수출이나 개성공단 제품의 대미수출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 역시 북한의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금융제재 역시 2005년~2006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BDA 제재 이후 북한이 해외계좌 대부분을 중국 본토로 옮기고 무역결제에서도 은행을 통하지 않는 현금거래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료·쌀 대북지원 중단, 상당한 영향 미친 듯
마지막으로 2010년 ‘5·24 조치’를 비롯한 한국의 대북제재를 들 수 있다. 주지하듯이 5·24 조치 이후 남북한 간 임가공이나 일반교역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고, 금강산관광은 이미 2008년 여름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전면중단 상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이나 경협사업 역시 3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의 대북제재는 얼마나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정부의 대북제재는 우선 금강산관광, 임가공, 일반교역 등 민간차원의 경협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 다음으로 남북한 경공업자재 및 광물자원 물물교환이나 인프라구축 등 정부차원 경협사업을 중단하는 조치, 마지막으로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 매년 제공해 왔던 쌀, 비료 등 대북지원을 중단하는 조치 등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볼 수 있다.
우선 민간차원 및 정부차원 순수경협에 대한 제재는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중국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한국과의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자, 그 대안으로 북·중관광을 모색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남북한 의류 임가공사업 역시 북·중 임가공 사업으로 대체되었다. 북한 측 임금이 중국 측 임금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대중국 광물자원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에 의한 북한 인프라 건설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북·중관계 하에서 순수 경제협력, 특히 민간차원 경협에 대한 제재는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피해보다 국내업체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대북 쌀 및 비료지원의 중단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가격 상승과 변동성 증폭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순수경협과 달리 쌀 및 비료의 대규모 지원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대체재로 기능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같은 민족이고 매년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다른 민족인데다 식량부족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북 식량지원에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매우 까다로운 정치적 조건이 붙기 마련이고 그 규모 역시 한국의 지원에 비하면 매우 작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북 쌀 및 비료 지원은 일정정도는 정치성 지원인 동시에 인도주의적 지원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필요에 따라 제재의 대상으로 삼을 것은 정치성 지원이지 인도주의적 지원은 아니어야 한다.
정부 차원의 경협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민간경협까지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재의 남·북·중 관계에서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천안함, 연평도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만에 남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임수호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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