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남북과 주변국 간 폭넓은 신뢰구축에 주력해야 2011년 9월호
시론
남북과 주변국 간 폭넓은 신뢰구축에 주력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2011년 광복절 경축사는 과거와 비교할 때 남북관계에 관한 내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경축사는 최근의 국제경제의 어려움과 국내실상을 반영하여 서민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등을 아우르는 “공생 발전”에 관하여 대부분을 할애하였고 상대적으로 외교안보통일에 관한 부분은 원론적이고 기존의 정책노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해마다 대통령의 8·15경축사는 광복절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분단해소, 통일을 위한 남북관계와 관련한 비중있는 제안이나 구상을 밝힘으로써 주목받아왔고 이 대통령도 2009년에는 ‘신한반도 평화구상’, 2010년에는 “통일세 등 통일준비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 등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제기하였다. 그런 점에서 금년도 경축사는 예외라 할 수 있다.
李 대통령, 대북정책 원칙 재천명
이 대통령의 경축사 중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통일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는 언급과 그러한 통일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상상을 초월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도둑처럼 온다.”고 비유하기도 하였다.
작년도 경축사에서 “통일세 등” 통일재원 조달방식을 거론한 것도 이 같은 갑작스러운 통일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충격을 줄이고 성공적인 통일을 달성하자는 의미에서였다. 현재 통일부 주관으로 통일의 구체적 방안과 통일담론의 공론화를 위한 10개 대형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간보고를 통해 통일비용이 최소 50조원에서 250조원까지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도출한 바도 있다.
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들과 정권을 분리하여 접근하기 위해 실무차원에서 구체적 정책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것도 대통령의 통일 의지와 실용적인 접근 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금년도 8·15경축사에서는 새로운 통일구상을 제시하기보다는 작년도에 제기한 과제들의 진행 상황을 감안하여 보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이 마련될 때까지 새로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축사에서는 통일은 민족사의 큰 숙제이며 통일을 통해 비로소 광복이 완성된다는 원론적이지만 민족의 궁극적인 소망과 목적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통일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둘째, 경축사에서는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처럼 대결의 시대를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남북관계 경색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기인한 것임을 재차 천명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도발을 감행하지 말도록 경고와 설득을 병행하였다.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이 불가피하고, 이는 현 정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로서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을 거듭 촉구하였다.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고 남북한이 진정한 신뢰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이 진정한 자세로 책임 있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 촉구는 남북한이 합의한 각종 합의 사항들을 준수하고,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핵폐기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셋째, 북한 어린이를 위한 인도적 지원과 특히 금년 수해로 인한 피해복구를 위해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하였다. 북한 어린이에 대한 인도적 지원, 특히 이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천안함 폭침 이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되어왔다. 이는 북한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있을 때까지 유효한 5·24 제재조치 하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원칙이다.
동시에 자연 재해와 같이 불가항력적이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역시 인도적 지원을 지속했던 정부로서는 작년 연평도 포격이 있기 전까지 수해지원을 했듯이 금년에도 긴급 수해지원을 위해 50억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제공할 뜻을 북 측에 전달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으로서 우리 측 대북수해지원의 진정성과 의지를 대내외에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다.
대북 인도지원 지속 재확인
8·15 경축사에서 특별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6자회담의 재개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 역시 현재로서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6자회담 참가를 전제로 회담 재개를 위해 활발한 외교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세아안보포럼(ARF)에 참석했던 남북한 외무장관 간 회담이나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의 회담 역시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를 이행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남북한은 상호 6자회담에 임하는 입장과 구상을 진지하게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재개된 미·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포괄적으로 제시되었다.
이 같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수순에서 8·15경축사를 통해 새로운 구상을 발표하기 보다는, 북측의 보다 진전된 입장 표명을 기다리면서, 관련국들 상호 간 이루어진 대화 내용을 심도 있게 조율하는 게 순리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구두로 언급하기 보다는 향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오히려 새로운 제안이나 중언부언이 가져올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는 안팎으로 적지 않은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전방위적 외교공세와 대남압박이 예상되고, 주변국가들 모두 권력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4월의 총선, 12월의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산적해 있다.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에 대처하고 국내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이룩해야 한다. 임기 1년여 남겨둔 시점에 예상되는 권력누수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남북문제가 정권을 초월해 민족의 장래를 위해 안정적 기반위에 발전하기 위해서 우리 내부에서, 남북한 간에, 그리고 주변국가들과의 진정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 향후 이명박 정부는 8·15 경축사에서도 언급한 대로 이 같은 신뢰를 폭넓게 구축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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