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월 1일

집중분석 | 모란봉악단의 U턴, 북·중관계 영향 미칠까?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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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모란봉악단의 U턴, 북·중관계 영향 미칠까?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방북한 당 서열 5위의 류윈산(劉雲山) 중국 상무위원은 열병식에 참석하며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냉각된 북·중관계에 불씨를 지폈다. 유명 악단의 하나인 공훈국가합창단과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합동공연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관람했다. 그는 3박4일 체류기간 평안남도 양덕군 중국군 묘지를 참배하면서 김정은 친솔악단의 중국 초청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김정은, 모란봉악단 파견해 이미지 편승 의도

모란봉악단의 세련된 외모와 경쾌한 음악은 김정은의 신세대 이미지를 베이징에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베이징 외교무대에 첫선을 보여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세련된 이미지의 미녀공연단을 선발대 격으로 보내 자연스럽게 우호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당 대 당 교류사업으로 베이징 공연이 기획됐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1부부장인 최휘와 중국 대외연락부 쑹타오 부장이 실무를 맡았다. 미녀군단은 김기남 선전비서의 환송을 받고 의기양양하게 국제열차에 올랐지만, 국가대극원 리허설에서 사단이 발생했다.

우선 공연장 백스크린 영상에서 백두산이 북한 영토로 표시된 것부터 문제되었다. 중국은 백두산을 자국의 10대 명산으로 지정하고 장백산으로 표기하며 집중 개발하고 있다. 당연히 북측의 백두산 영토 주장에 수정을 요구하였다. 연습 공연이 시작되자 김정은 우상화 노래가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은 마오쩌둥도 개인숭배가 중단된 상황에서 3대 세습의 젊은 지도자를 미화하는 공연을 시진핑 지도부가 관람할 수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사일 발사장면 등도 수정 대상이었다. 현송월 악단장은 최고사령관이 승인한 프로그램을 외국에서 임의대로 변경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공은 결국 평양으로 넘어갔고 공연시작 3시간 전에 전격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직전에 터진 수소폭탄 보도도 분위기를 경직적으로 만들었다. 연말 베이징과 옌볜 등지에서 전한 모란봉악단의 철수 내막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북·중 간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통의 문제다. 혈맹의 관계에서 공연 내용은 충분히 협의대상이다. 하물며 개인 찬양가라도 현장에서 조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5세대 지도자와 3대 세습 지도자 간에 진정한 소통이 부재했다. 일대일로의 세계화 전략을 국가발전 목표로 제시한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숙청이 통치의 주요 키워드인 젊은 지도자와 허심탄회하게 양국관계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2010년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도 마지막에 중국 지도부가 불참하였으나 공연은 지속하였다. 양측 간에 갈등이 있었으나 절충이 가능해 수면위로 부상하지 않았다. 이제 젊은 지도자와 총애를 받는 미녀 악단장은 국제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한다. 결국 모란봉 사태는 주석궁의 재가 없이는 실무자가 전결처리할 일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지재룡 베이징 대사나 김기남 비서 역시 권한이 없다. 집권 4년 만에 고위층 70여 명의 목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누구나 복지부동이다.

둘째, 향후 양국관계의 위상 정립이다. 외교에서 돌발행동은 간단하나 뒷감당은 엄청나다. 2016년 집권 5년차를 맞아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천안문을 방문해야 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입장에서 사후 수습이 시급하다. 친중파 인물을 파견하여 비외교적인 결례를 봉합할 것이다. 중국도 이번 사태를 실무자들의 소통부재 해프닝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대국의 입장에서 소국과의 공연문제 치부사항이 미주알고주알 외부로 알려지는 것 역시 불가다. 동북아정세를 악화시키는 북핵 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여 유엔에서 자국의 입장을 어렵게만 하지 않는다면 순망치한의 관점에서 보듬고 갈 수밖에 없다.

북·중관계의 모멘텀을 맞이할 것이라 관측됐던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이 3시간 전 돌연 취소됐다. 사진은 북한으로 발길을 돌리는 공연단 모습 ⓒ연합뉴스

북·중관계의 모멘텀을 맞이할 것이라 관측됐던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이 3시간 전 돌연 취소됐다. 사진은 북한으로 발길을 돌리는 공연단 모습 ⓒ연합뉴스

막연한 낙관론 경계 ·중 양측 간 물밑거래 직시해야

필자는 작년 11월 중순 단둥-신의주를 중심으로 북·중 국경지대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였다. 양국 접경지역인 압록강의 겨울을 직접 살피기 위해서다. 단둥 세관 앞에는 수십 대의 평안북도 번호판을 단 북한 8t 트럭이 통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럭에 적재한 물품 역시 제한이 없었다. 각종 경공업 제품은 물론이고 전기, 전자제품 등 다양한 품목이 신의주로 들어가는 트럭에 실려 있었다. 북·중 양국은 13년 만에 신의주 경제개발구를 다시 추진하기로 하였다. 중국이 4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신압록강대교 공사를 완료하였고 북측 통관시설(CIQ)과 후속도로를 건설해주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오는 4월에는 단둥 외곽에 호시무역구를 개설하여 반경 20km 이내 거주자들은 150만원 이내에서 면세 거래를 허용하기로 합의하였다.

12월 방문한 옌볜지역은 밤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엄동설한이었다. 추위에 관계없이 타이어 등을 생산하는 일부 중국 공장들은 나선항으로 이전하며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중국은 창춘, 지린, 투먼 등의 창지투 경제개발구에서 생산한 제품을 동해의 나선항구로 보내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 관계가 완전 정상화된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지난해 9월 3일 전승절 행사 당일에 유자(劉佳) 연구원 이름으로 ‘북한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북한은 태평양으로 나가는 핵심교량이고 교량을 장악하는 것은 주변정세를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다. 주변4강 모두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바란다. 중국이 나서 북한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한국은 통일 이후 만주지역에 대한 영토분쟁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명청(明淸)시대부터 만주는 베이징의 뒷마당이다. 중국이 백두산에 예민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왔지만 ‘두 개의 한국정책’을 한반도에서 깨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어느덧 집권 5년을 맞아 장기집권으로 돌진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연소한 지도자로 인해 막연히 붕괴하리라는 낙관만 가지고는 통일에 도달하기 어렵다. 북·중 국경에서 일어나는 적나라한 현실과 양측 간의 물밑 거래를 직시해야만 한다. 병신년 원숭이의 노회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욱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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