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당국회담 결렬 … 이유는?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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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남북당국회담 결렬 … 이유는?

빈손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2015년 12월 11~12일 개성공단에서 열렸던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로 끝났다. 심지어 차기 회담을 언제 열지에 대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성과와 상관 없이 개최 자체가 쉽지 않은 회담이었다. 목함지뢰 폭발로 남북 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던 지난해 8월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8·25합의를 이뤘다. 이 합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를 명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남측의 회담 제의에 시큰둥했다. 남쪽의 관계개선 의지, 진정성 등을 거론하며 회담 개최에 호응하지 않았다. 남한 정부는 지난해 9월 21일과 24일, 10월 30일 세 차례에 걸쳐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제안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던 북한이 11월 20일 남쪽에 전화통지문을 보내왔다.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11월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갖자고 제안했고, 우리 정부는 이에 동의한다는 전통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남북 양측은 11월 26일 통일각에서 열린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 12월 11일 개성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남북당국회담을 2015년 12월 11일 개성공단지구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회담 대표단은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해 각기 편리한 수의 인원들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로 합의했다.

2013년 6월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격 문제로 무산된 것을 고려해 남북 양측은 차관급 회담에 합의했다. 북한이 장관급 수석대표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피해 차관급을 내세워 격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의제에 대해서도 ‘남북관계 현안’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해 본회담에 앞선 남북 간 기싸움을 피해갔다.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 참여하는 남측 대표단의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가운데)이 지난해 12월 11일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에 참여하는 남측 대표단의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가운데)이 지난해 12월 11일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산관광 재개, 핵심 쟁점 남북 모두 해법 마련 못해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국회담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틀간의 회담 후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우리 측은 전면적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 개설,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중점 제기했다.”고 전했다. 황 차관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선 북측이 관광객 신변안전과 재발방지, 재산권 회복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먼저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해 이러한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회담 결렬 사흘 뒤인 12월 15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발표해 남북 간 협의 내용을 공개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분위기를 조성할 데 대해 강조하면서 온 민족이 관심을 가지는 절박한 문제인 금강산관광 재개와 흩어진 가족, 친척문제를 해결하며 여러 분야의 교류사업도 활성화해 나갈 것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협의를 거부하던 끝에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는 구차스러운 변명까지 늘어놓으면서 저들이 들고 나온 문제들만 협의하자고 집요하게 뻗쳤다.”고 주장했다.

남북 양쪽의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원했던 것으로 보이며 남측은 실무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금강산관광에 대한 재개가 회담의 쟁점이 됐고 남북 양측 모두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회담 결렬로 이어진 셈이다.

금강산관광, 안보리 결의 감안해 다뤄나갈 필요 있어

특히 우리 정부는 관광재개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연계시킴으로써 사안의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금강산관광 재개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벌크캐시(대량현금)’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언론의 고위 당국자는 장차관급 인사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는 기본적으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및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금강산관광 사업의 경우에도 이런 안보리 결의의 목적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해서 다뤄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전제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통 큰 해결’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이산가족 상봉 북한 단장을 맡았던 이충복 북한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상봉 행사가 끝나면 (남측과) 상시 접촉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들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당국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남측의 긍정적 답변을 전제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논의에 나서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회담 결렬로 생겨난 당국 간 관계의 교착국면이 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회담에서 남북 간에 실질적 협력이 가능한 여러 사업들을 폭 넓고 진지하게 협의하고자 했으나,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며 회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오랜 기간 쌓여온 남북 간의 불신을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신뢰 쌓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끈기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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