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2월 1일

특집 | 딜레마에 빠진 중국, 다음 행보는? 2016년 2월호

특집 | 북한 4차 핵실험, 한반도 격랑 속으로!

Ⅱ. 치열한 국제사회 수싸움 …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딜레마에 빠진 중국, 다음 행보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과 함께 대북제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입장과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 추가제재에 공조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의 체제 유지와 연관된 고강도 대북제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핵실험 당일인 1월 6일 오후에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천명하였다. 중국의 이와 같은 공식 입장은 과거 북한의 1, 2, 3차 핵실험 직후 발표된 공식 성명과 거의 유사하지만, 북한에 대한 표현이 더욱 강경해졌고 관련 국가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호소한다.”는 문구가 삭제되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당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마땅히 해야 할 국제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전과 달리 핵실험 실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민감한 사실도 공개하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월 6일 저녁에 개최된 중국 외교부 신년 초대회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면전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북핵문제의 주요 해법으로 6자회담을 강조하고 있다. 핵실험 반대 성명에서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6자회담의 틀을 통해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임을 표명하였다. 중국은 이후에도 “6자회담이 공전하던 기간에 북핵문제가 반복해서 불거졌다.”며 “현재의 상황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및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요성, 긴급성 및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던 중국은 한국(한·미동맹)의 강경한 대응 및 한반도 정세의 긴장 고조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1월 6~7일 한·미 군 당국 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논의되고, 한·미 정상과 외교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유엔 안보리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결의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정세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관련 각 국가가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며,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한반도 핵문제 원인과 해결책은 중국에 있지 않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위 ‘중국책임론’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중국역할론’에 대해서는 ‘공동역할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역할론’은 북한에 대해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책임론’은 주로 기존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중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나아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중국이 반대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 지속은 중국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과 <환구시보> 등 언론 사설 및 전문가 기고 등을 통해서 ‘중국역할론’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은 관련 각 국의 공동의 이익이며 공동의 책임이기 때문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책임론’에 대해서는 한반도 핵문제의 원인 및 해결의 열쇠는 중국 측에 있지 않다고 항변하면서 북한과 미국에 더욱 커다란 책임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 정세를 완화시켜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공언해 온 바대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에 동참할 것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체제 유지에 치명적인 고강도 제재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선을 긋고 있다. 대북한 제재의 수위를 놓고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주장하는 한·미와 달리 중국은 ‘합당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1월 8일 한·중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 중국의 북핵 3원칙을 거론하며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전화통화 및 회동에서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합당한 대응”, “적절한 제재”를 언급하였다.

이처럼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중국의 입장은 대북한 ‘전략적 딜레마’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대북한 ‘전략적 딜레마’란 북한의 체제 안정을 통한 ‘전략적 자산’ 유지의 필요성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전략적 부담’ 간의 모순적 상황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실험 및 핵보유 의지는 동북아의 안보 불안과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한국, 일본, 심지어 대만까지도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고, 미국의 역내 미사일방어 체제 강화에 명분을 주며, ‘중국책임론’ 및 ‘중국역할론’이 제기되게 한다. 또 핵안전 및 환경오염에 대한 국내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심화를 배경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 체제의 유지는 전략적 완충지대로서 중요하다. 또한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대량 난민 유입은 동북 지역의 안정과 발전에 막대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 단행을 발표한 지난 1월 6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이 경비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4차 핵실험 단행을 발표한 지난 1월 6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앞에서 중국 공안이 경비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中, 대북 추가제재가 北 체제 위협 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

시진핑 지도부는 2012년 말 집권 이후 이러한 대북한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서 미국과 북핵문제에 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해왔고, 북·중관계는 냉각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계기에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통해 관계개선 및 적극적 관여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제1비서를 면담하고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고위급 교류와 경제협력 확대를 천명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사전 통보도 없이 감행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 지도부에게 당혹감과 분노를 불러 왔을 것이며 향후 북·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정책은 당분간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하면서 협력하고 있다.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북핵 실험 수 시간 만에 백악관에서 만났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핵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미·중 양국 외교장관은 1월 7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이 취해야 할 다양한 선택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며 향후에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비록 존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의 대북 접근법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지속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지만 방점은 미·중 간 긴밀한 협의에 찍혀 있었다.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월 20~21일 중국을 방문하여 장예수이 외교부 부부장과 회동하였고, 1월 27일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중하여 왕이 외교부장과 협의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한 ‘전략적 딜레마’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대북 추가제재가 북한의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며, 의장국으로서 과거에 ‘9·19공동성명’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일정한 성과를 도출한 바 있는 6자회담의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최고지도부의 비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1월 7일 중국의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과 방향성이 논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라는 ‘채찍’을 가하면서도 일정 기간 제재국면이 이어진 후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견인하기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에는 10여일 만에 대북 특사를 파견하였고,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에는 약 4개월 만에 특사가 파견되었으며, 직후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하여 북·중 간 전략적 소통 및 경협 확대 방침을 천명하였다. 시진핑 지도부 집권 이후인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북한이 먼저 약 3개월 만에 대중국 특사를 파견한 바 있다.

희망과 실망, 양극단 치우친 대중 외교전략 경계해야

우리는 중국의 입장 및 전략적 사고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경계해야 할 일은 역대 최상이라는 한·중관계의 프레임에 갇혀서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위 ‘희망적 사고’를 하는 것이다.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은 중국에 대한 희망적 사고가 오히려 실망감으로 바뀌어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압박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 대 국제사회’의 구도를 만들고 한·미·중 등 국제사회의 공조에 진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북·중·러 대 한·미·일’의 구도로 변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구도가 출현하지 않도록 정책 수단을 검토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대북제재의 수준과 범위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대북 추가제재 수위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 시 주석은 2016년 신년사에서 국제사회가 ‘중국의 주장’, ‘중국의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의 책임감과 행동을 강조하였다. 세계적 강대국으로 발전한 중국이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고,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중국식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써 북핵 폐기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영학 /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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