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5월 1일

특집 | 김정은 대남전략, 남북 특수성 기대 버렸다 2016년 5월호

특집 | 7차 노동당 대회 … ‘마이 웨이’ 김정은, 어디로?

김정은의 대남전략, 남북 특수성 기대 버렸다

북한의 당 대회 역사에서 제6차 대회와 제7차 대회 사이에 36년의 시간적 공백이 있다. 북한에 이 시간은 체제의 연속성보다는 단절성이 더 강해 보인다. 북한 체제는 이 기간에 두 명의 지도자가 사망했고 최악의 기근을 겪었으며 4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1984년생 김정은은 당 대회를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고, 현재 북한 엘리트 대부분도 당 대회의 기억 외부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전 당 대회와 동일한 기반 위에서 7차 당 대회를 조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이번 제7차 당 대회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남북관계 아젠더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는가. 둘째, 남북관계 및 대남전략과 관련하여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 셋째, 남북관계와 대남전략 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질적 전환을 추구할 것인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5년이 경과하는 가운데 개최되는 제7차 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를 본격적으로 선포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김정은 시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 강국과 체제의 제도적 완결성을 갖춰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도모하는 데 그 목표가 있고 이러한 틀 속에서 남북관계 및 대남전략도 다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체제의 완결성과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한 전략이 무엇인가에 따라 남북관계 및 대남전략도 다르게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당 대회는 남북관계와 대남전략에서 특정한 ‘계기’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당 대회를 남북관계에서 중요 방향을 제시하며 특별한 계기로 활용했다. 제2차 당 대회는 남북연석회의를 주장했고 제4차 당 대회는 남조선해방과 자유총선거에 의한 통일을 제기했다. 제5차 당 대회는 강력한 대남비난에 집중했으며 제6차 당 대회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제7차 당 대회에서도 남북관계와 관련된 방향 제시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 “남북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곧바로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해 신년사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제7차 당 대회에서 이에 걸맞은 대남 및 남북관계에 관한 방향 제시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 이후를 북한의 새로운 역사로 선언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선언의 계기를 만들어 낸 것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사회주의 문명국가’를 목표로 하여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시대의 강성국가로서 새로운 사상 정립을 수반하는데, 올해 당 대회에서는 주체사상을 새로운 국가건설에 맞게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작업 자체가 비단 북한 내부적으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자신을 문명국가로서 독자적인 번영이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미완성’ 된 존재가 아니며 남한과 결합(통일)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그러한 존재도 아니다. 남북한 ‘통일’ 이전에 북한은 이미 완성된 독자적이고 자족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드나드는 차량이 없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지난 2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드나드는 차량이 없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통일 지향 특수관계 아닌 독자적 남북관계 확정할 수도

이러한 인식론 위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남북관계 및 대남전략이 재구성되어 왔고 이 점이 제7차 당 대회에 반영될 수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 2016’이 미완이 아닌 독자적 국가로서의 북한을 전제하고 있다면, 이는 남한 또한 북한과 통일해야만 하는 미완의 존재가 아니라 독자적 국가로 존재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남한을 독자적 국가로 호명해 왔다. 2015년 8월에 북한 측이 사용한 ‘대한민국 청와대’라는 표현은 독자적 국가인 남한에 대한 호명이며,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아니라 ‘공화국 정부’의 명의로 호명하였다. 이는 남북관계가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니라 독자적인 국가 간의 관계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2016년 당 대회는 이것을 확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차원의 통일방안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0년대 체제위기 이후 지금까지 체제존속을 목표로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우려하면서 내정불간섭을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통일을 공식적 차원에서 부정한 적이 없는 가운데 느슨한 연방제든 낮은 단계의 연방제든 나름의 통일담론을 재구성 해왔다. 다만 통일 문제에서 지난 20년 동안 남한이 주도권을 잡아 왔고 이것은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 ‘조국통일은 가장 절박하고 사활적인 민족 최대의 과업’임을 주장했다. 이것이 빈말이 아니라면 그동안 통일 문제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정세를 일거에 반전시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새로운 통일방안은 이미 2년 전에 북한의 가장 최종적 국가 심급인 ‘공화국 정부’ 명의로 발표된 바 있다. 2014년 ‘7·7공화국 정부 성명’ 당시 북한은 ‘연방연합제’ 통일방안을 언급했다. 북한은 “남과 북은 연방연합제 방식의 통일방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공존, 공영, 공리를 적극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제7차 당 대회에서는 이를 구체화한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한의 실질적 강조점은 통일보다는 공존에 있다. 이번 당 대회에서 일종의 ‘분열증적 딜레마’를 당 대회의 레토릭 상에서 어떻게 봉합할지 주목된다. 이 분열증적 딜레마는 북한이 형식상으로는 통일, 내용상으로는 공존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내용과 형식의 분열’을 의미한다. 북한은 통일을 후대에게 맡기자면서 북한이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2개 국가’의 실체 인정에 기초해 남북한의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분열적 딜레마는 향후 ‘대남전략의 이중성’으로 나타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통일’과 ‘독자화’ 사이에 깊숙하게 안주할 전략을 고민해 왔다. 또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 형식적으로는 통일을, 실질적으로는 독자화 노선을 전략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선의 독자화’ 노선에 기반하여 남북관계 재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대남 주도권 잡아 미·북 평화협정 유리하게 국면전환 노려

당 대회 이후 북한은 국면전환을 위해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할 것인가.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국면전환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북 평화협정 실현, 남북관계의 북한 주도, 핵보유국 비전 실현, 외부 지원 등이 그것이다. 미·북 간의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남한 변수는 조작 가능한 변수여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한·미동맹이 부여하는 다양한 자원을 통해 미·북 평화협정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이 북한의 외교적 노력에 개입할 수 없도록 남북관계를 전환하려고 할 것이다.

첫째, 국면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 제의 등 대남 유화 및 대화 국면을 조성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북한의 평화 설정 의지를 부각시키고 남북관계를 미·북 평화협정에 유리하게 전환시키고자 할 수 있다. 둘째, 구조적으로는 남북관계를 국가 관계로 고착시키고 독자적 국가인 북한의 외교적 노력에 개입할 수 없도록 남북관계 성격 그 자체의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 이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김정은의 최대 치적 중 하나는 북한의 주도권이자 이른바 ‘갑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3월에 남북 경제협력 및 교류 사업에 관련된 합의를 모두 무효로 하고 북측에 있는 남측 자산을 청산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정부 대남공세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남북 대결 분위기를 통해 주도권을 잡고 제7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내부 선동에 활용한 측면이 강했다.

당 대회 이후에는 남북관계의 활용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이전처럼 남북의 적대적 대결에 기반한 ‘갑’의 주도권이 아니라 정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은 이 정상 관계를 남북한의 ‘적대성 제거’와 ‘각자도생(各自圖生) 인정’을 통해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 적대성은 상대방이 통일 대상으로서 바람직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발생한다고 본다면, 결국에는 바람직한 존재로의 변화가 아니라 ‘통일 대상’임을 중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릭 탈매지  평양지국장이 지난 2월 22일 북측 DMZ와 판문점을 방문한 가운데 남동호 북한군 중좌가 지도를 가리키며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비무장지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에릭 탈매지 <AP통신> 평양지국장이 지난 2월 22일 북측 DMZ와 판문점을 방문한 가운데 남동호 북한군 중좌가 지도를 가리키며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비무장지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남북 특수성 사업 거부, 핵문제에서 남한 고립 시도

북한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등 민족 및 통일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은 과감히 거부하고 국가 간의 맥락이 작동하는 사업들에 반응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공이 되고자 할 것이다. 이는 곧 ‘공존 전략’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표방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은 제7차 당 대회에서 더욱 확고하게 선언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인식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남한은 이제 더 이상 ‘비핵화’라는 의제가 성립되지 않는 관계로 정립되어야 한다. 핵보유국 프로그램과 비핵화는 미국과의 테이블에서 의제로 선택될 수 있으며,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결코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아님을 들어 핵문제에서 남한을 고립시키고자 할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에 관련하여 남북한의 역동성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이 중요해지는 환경이 조성되게 된다.

북한은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조건으로 한 일체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다. 핵보유국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에서 남한으로부터 발생하는 변수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보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고자 할 것이다.

차문석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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