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5월 1일

특집 | 김정은 대외전략, 자강력 내세우며 정면돌파? 2016년 5월호

특집 | 7차 노동당 대회 … ‘마이 웨이’ 김정은, 어디로?

김정은의 대외전략, 자강력 내세우며 정면돌파?

북한은 지난해 10월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 발표한 후 우리의 희망적인 예상과 달리 1월 6일에 제4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2월

7일에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했다. 제7차 당 대회를 목전에 둔 3월과 4월에 들어서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오히려 속도를 더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과도하리만치 대담한 공개와 과시는 과연 김정은 체제 하에서 북한의 대외전략이 존재하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가 지난 3월 9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3월 9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의 미숙한 대외 감각, 혼란 속 중심 잡지 못해

2016년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자강력제일주의’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북한은 당 대회를 준비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자강력’과 ‘자립, 자력, 자강’ 등을 강조하고 성과를 선전해 왔다. UN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북한은 지난 3월 28일 <노동신문>의 ‘조선의 최강의 힘’이라는 정론에서 “풀뿌리를 씹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초강력 제재와 군사적 압박, 체제전복 시도가 오히려 북한의 자강력을 키우고 있고 제재 이후 주민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북한 스스로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대외전략이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 과연 북한 대외전략의 실종은 김정은의 실수인지, 그렇지 않으면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2016년 한 해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제7차 당 대회’다. 5월 6일 개최되는 제7차 당 대회는 김정은 집권 5년차를 맞아 최고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체제 안정성을 과시하면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와 함께 강성국가 진입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는 무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36년 동안이나 열리지 못했던 당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적 성과만이 아니라 대외적 위협 해소라는 안보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당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이라는 프레임 속에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라는 커다란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경제만큼 안보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제4차 핵실험을 비롯해 북한의 끊임없는 핵무력 과시가 악화되는 대외관계 속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와 무시, 남북대화 결렬, 모란봉악단 철수로 인한 북·중관계 균열 등 주변국들이 요지부동이란 점에서 대외관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핵무력 과시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거나 대외적인 관계를 개선하려는 김정은의 대외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것이 대외전략이라면 중요한 당 대회를 앞두고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결국에는 UN 제재국면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에는 커다란 패착이기 때문이다.

제5차 핵실험 강행인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인가

이러한 점에서 당 대회를 앞두고 보여준 북한의 핵무력 과시는 오히려 ‘핵이 있어 미국에도 당당히 떠들 수 있으니 인민들은 안보는 걱정 말고 경제발전에 매진하라’는 대내전략으로 읽혀진다. 핵을 이용한 선전선동인 것이다.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바탕으로 당 대회 이전 최소한 인민들이 대외적 위협만큼은 걱정하지 않도록 하고 앞으로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점에서 대외정책의 소실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당 대회 준비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나름 북한의 계산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쉽게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최근 북·중과 북·러관계에서 나타난 북한의 서툰 외교만 보더라도 김정은 개인의 독단적이고 미숙한 대외적인 감각을 짐작할 수 있고, 대외전략에 대한 혼란스러움 속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기본적으로 당 대회라는 것은 대외적인 기념행사가 아니라 노동당과 관련된 중요한 일들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집안 행사의 성격을 지닌다. 특히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 이후 이번 당 대회에 초대할 소위 형제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공산주의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더더욱 당 대회가 가지는 대외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 그러나 과거 당 대회 의제와 결정내용을 보면 대외 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는 않았지만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제6차 당 대회 결정서에도 대외분야에 미국의 ‘두 개의 조선’ 정책 중단 촉구,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 제의, 비동맹운동 확대발전 및 우호적인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친선관계 의사 표명, 세계 모든 군사동맹 해체 및 외국군 철수, 세계의 비핵지대 창설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제7차 당 대회 역시 대외전략이 크게 부각되거나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당 대회를 통해 향후 김정은 정권의 대외전략을 예측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입각해 자신들을 적대시하지 않는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나 미·중관계 중심의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갈 힘으로 핵무력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평화협정 체결을 다시금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당 대회는 북한에 있어 당의 위상과 역할을 확고히 하면서도 새로운 북한식 당국가체제를 열어나가는 시험대이자 시발점이 될 것이다. 당 대회 이후 내부적으로는 더욱 정권의 안정과 체제공고화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지금까지의 불리한 대외환경을 타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대외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당 대회 이후 대외전략의 방향이 결정되고 구체화 될 가능이 높다.

여기서 김정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는 지금까지처럼 ‘자강력’을 내세우고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정면돌파의 승부수다. 여기에는 ‘제5차 핵실험’까지 포함된다. 얼마 전 뉴욕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동행한 북한 관리가 보도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지난해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이미 거절해서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결국 북한이 당 대회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면 제5차 핵실험 실시라는 일방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핵과 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moratorium, 유예)을 선언하고 미국 등에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자며 적극적인 유화국면으로 나올 가능성이다. 이는 당 대회 성공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북한의 이번 당 대회 준비 과정을 되돌아보면 핵과 미사일 개발 공개를 통한 핵 선전선동으로 안보 분야에서는 충분히 성과를 과시했다. 그러나 ‘70일 전투’를 앞세운 경제적인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경제성과의 책임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때문으로 돌리고 따라서 핵무력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모리토리엄)을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 제재국면을 희석시키고 실제 미국이 대선국면 하에서 북한의 제안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이용해 핵개발의 명분을 쌓기 위해 소위 ‘던지기식’ 제안이 이루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합참은 북한이 4월 23일 동해에서 SLBM(북한명 ‘북극성-1’) 1기를 기습적으로 발사했으나 최소사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비행한 데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

북한은 지난 4월 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합참은 북한이 4월 23일 동해에서 SLBM(북한명 ‘북극성-1’) 1기를 기습적으로 발사했으나 최소사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비행한 데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

김정은 중국 방문 분수령 … 韓, 과감한 ‘출구론’ 모색할 때

당 대회 이후 북한의 대외전략의 행보는 사실상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김정은이 당 대회 이후 언제쯤 중국을 방문할 것인지가 김정은 대외전략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제재국면에서 중국도 김정은의 방중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김정은의 방중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으로서도 제재국면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외관계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당 대회 이후 김정은의 방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재추진 할 수도 있다. 김정은의 방중에 이어 방러까지 이루어진다면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방북도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이 대중 및 대러 접근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차기 행정부와 통 큰 거래를 시도하려는 공세적인 대외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 대회 이후 북한의 대외전략을 평가할 때 과속론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친 신중함보다 과단성도 필요하다. 당 대회 전 숨겨진 북한의 대외전략을 단순히 실수로 본다면 이미 중국의 평화협정 제기, 미·북 간 접촉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우리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주인이 아닌 오히려 객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궁하필위(窮下必危), 즉 궁지에 몰려 고양이를 물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반도와 역내 평화가 우선이라는 점에서 현 제재국면을 강화해 나가는 ‘입구론’이 아닌 이제는 보다 과감하고 포괄적인 ‘출구론’을 모색할 때다.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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