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5월 1일

특집 | 김정은의 정치, 권력엘리트 이반 가속화 맞을 것 2016년 5월호

특집 | 7차 노동당 대회 … ‘마이 웨이’ 김정은, 어디로?

김정은의 정치, 권력엘리트 이반 가속화 맞을 것

김일성은 항일빨치산과 북한체제 건설의 경험을 활용하여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김정일의 경우 1974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라는 핵심 직위에 오르면서 김일성이 사망할 때까지 20여 년간 자신의 인맥을 형성했으며, 국정운영의 노하우를 습득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와 김일성 사망으로 초래된 북한 정권 최대 위기인 ‘고난의 행군’에서는 소위 유훈통치라는 명목으로 김일성의 정치적 자산을 통치에 활용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급사로 공식적 후계자로 등장한 지 3년여 만에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이 같은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김정일 시대가 암울한 ‘고난의 행군’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아버지의 정치적 업적을 활용하는 유훈통치 구사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김일성은 생전에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김정은이 다양한 차원에서 ‘김일성 따라하기’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마케팅’에 근본적 한계가 있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강조하고 있는 자신의 ‘백두 혈통’도 생모인 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미 김정은을 빗대어 ‘후지산 혈통’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으로도 김정은은 전통적 우방인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으며,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러시아 전승절 참석도 불발로 끝났다. 집권 5년차 김정은의 권력 범위는 북한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그 어떤 국제 무대의 데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간부 숙청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간부 숙청

집권 5년차 김정은 … 내세울 게 없다

지금 집권 5년차 김정은의 성적표는 내세울 것이 없다. 그동안 강조해 온 ‘애민정치’를 체감하게 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무기 개발의 가속화와 함께 평양의 물놀이장, 백두산 청년발전소, 평양의 과학자 거리 등 노력동원형 토목건설 공사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전시성 공사에 자원을 소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념비적인 토목건설 공사를 통해 정치적 권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독재정권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양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시도가 만성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등 일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의 경제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북한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장마당 경제는 소비 및 3차 산업 부문이 주도하고 있으며, 투자와 생산 등 근본적인 부문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장마당을 기반으로 정경유착형 ‘빈익빈-부익부’ 구조가 형성되는 반면 취약 계층의 생활수준은 악화됨으로써 사회 갈등의 지형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외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북·중교역은 2013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했으며, 지난해 북한은 4억6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이 해외노동자의 임금에 눈독을 들이는 중요한 이유이다. 해외노동자는 남북관계 전면 경색과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권력구도 측면에서 김정은은 집권 직후 2012년 7월 북한군 최고 실세인 이영호 총참모장을 전격적으로 숙청했다. 2013년 12월에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했으며, 이후에도 장성택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숙청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야전군들에 대해 계급의 강등과 복권 조치를 반복하는 이른바 ‘견장정치’를 시행하고 있다. 숙청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하여 윤동현 인민무력부부장 등 북한의 야전군 핵심 간부 중 계급 강등과 복권조치를 경험하지 않은 인물을 찾기 어렵다. 김정일의 17년 집권기간 중 4명이 인민무력부장직을 거쳐갔으나 김정은 시대의 경우 평균 임기가 1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 야전군의 핵심 고위직의 유혈 숙청과 변덕스러운 견장정치는 야전군에 대한 완전한 장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반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핵심 공안세력들은 권력을 유지하거나 승진했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수장인 김원홍은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노동당 최고 권력기관이자 권력층에 대한 감시와 사찰, 인사권을 총괄하고 있는 조직지도부의 조연준 제1부부장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역시 조직지도부 출신이며, 지난해 김정은의 현지 수행 빈도 2위에 오른 조용원도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다. 인민군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2009년부터 최근까지 직위를 유지했으며, 김양건 사망 이후 대남비서 및 통일전선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김정은의 유혈숙청과 견장정치를 피했으며, 핵심 공안세력이라는 특징이 있다.

채찍일변도 공안통치 … 한계 드러날 것

이 같은 공안세력을 통한 유혈숙청과 공포정치는 외형상 권력엘리트의 복종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내적인 균열과 반발심의 확산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권력엘리트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채찍일변도의 측근정치는 자발적인 충성의 유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말 핵심 대남공작 부서인 북한 정찰총국의 중요간부로 볼 수 있는 대좌(대령)가 망명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탈북해 입국한 북한군의 최고위직에 해당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북한 고위직의 탈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의 공안통치 한계와 이로 인한 권력엘리트층의 원심력은 앞으로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에 파견된 종업원 13명의 집단탈북 등 그동안 국경통제 강화로 감소했던 탈북도 증가세에 있다. 올 한 해 3월까지 탈북한 주민은 342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으며, 눈에 띄는 대목은 남성 탈북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북한 남성은 고정된 직장을 가진 경우가 많아 여성보다 통제가 심하고 탈북 이후 한국행 비용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동안 남성 탈북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왔다. 남성 탈북의 급증은 북한 내 상황의 악화에 따른 배출 요인이 커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일은 생전에 “인민생활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당 대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북한에서 당 대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새로운 국가비전의 제시와 아울러 인민경제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획기적인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동안의 국정운영 추이를 볼 때 개혁과 개방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김정은이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인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를 넘기 어렵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강 대 강’의 대응태세를 견지함으로써 스스로 협상의 여지를 축소시켜 출구전략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핵실험 이후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협상을 재개했던 과거와 달리 제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 및 미사일 기술의 발전을 과시하는 행보를 잇따라 공개함으로써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최근 실시한 로켓엔진실험을 ‘ICBM용’이라고 밝힘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임을 스스로 자인, 그동안 강조해왔던 평화적 우주개발이라는 명분도 상실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월 11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상호불가침조약을 포함한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방점은 대화보다는 핵포기에 있다. 북한이 원하는 조건 없는 대화의 재개는 불가능한 상황이며, 미국은 대화의 전제로서 신뢰할 수 있는 북한의 선 비핵화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강력한 대북제재 국면의 해소가 북한의 미래를 위한 가장 시급한 사안이지만, 그동안 핵개발을 핵심적 업적으로 강조해 온 김정은 정권이 이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핵개발을 정권의 생존기반으로 삼아온 김정은 정권의 딜레마다.

지난 4월 19일부터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남포시 대표회 사진을 4월 23일 이 보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대회에서 5월 6일 개최될 예정인 제7차 노동당 대회의 대표자로 추대됐다. ⓒ연합

지난 4월 19일부터 북한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남포시 대표회 사진을 4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대회에서 5월 6일 개최될 예정인 제7차 노동당 대회의 대표자로 추대됐다. ⓒ연합

당 대회로 획기적 변화 무리 … 정치적 잔치로 끝날 것

어쨌든 36년 만의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집권 이후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는 김정은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때문에 제7차 당 대회는 북한의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아니라 오로지 김정은 개인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한 정치적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당 대회를 위한 대표의 선발을 통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기층조직까지 확산하는 동시에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도모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까지 참여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강력한 대북제재 국면과 남북관계의 전면적 교착상태에서 김정은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핵강국’에 대한 마케팅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심화시킬 것이며, 제7차 당 대회를 계기로 핵문제에 대한 ‘백기투항’ 역시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 상황에서 권력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같은 선택 역시 김정은 정권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36년 만의 제7차 당 대회는 말의 성찬과 공허한 정치적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며, 대북제재 국면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제7차 당 대회는 김정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정권의 내구력을 약화시키고 권력엘리트의 원심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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