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6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 조직·인사 개편과 의도는?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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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훈의 취재수첩

36년 만에 열린 당 대회, 조직·인사 개편과 의도는?

 

북한은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4년차의 김정은 체제 확립을 알렸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당 대회에서 이뤄진 절정은 노동당 중앙구조의 개편이다. 우선 그동안 노동당의 최고직이었던 총비서와 1비서를 비서국 제도와 함께 없애고 위원장으로 바꿨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또 비서국을 없애는 대신 정무국을 신설하고 복수의 부위원장들을 두고 비서들이 하던 역할을 하도록 했다. 부위원장에 최룡해, 김기남, 최태복, 김평해, 오수용, 김영철, 곽범기 등 기존의 당 비서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시스템은 1966년 10월 제2차 당 대표자회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집체적 성격이 강한 위원장직을 유일성이 강한 총비서로 바꾼 것이지만 이번 위원장 제도는 유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부위원장이 ‘중앙위원회의 부위원장’이지만 위원장은 중앙위가 아닌 노동당 위원장으로 호칭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중앙위원회의 위원장이 아닌 노동당의 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일성 주석은 중앙위원회 위원장에서 중앙위원회 총비서로 불렸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1997년 노동당을 장악하면서 노동당의 총비서가 됐다. 인민의 추대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유일한 권력임을 강조한 것이다.

성격의 차이가 없음에도 북한은 왜 ‘총비서-비서’ 시스템을 바꾼 것일까.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규정한 상황에서 ‘1비서’라는 비정상적 호칭을 폐지하고 ‘위원장’이라는 정상적 호칭으로 변경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1966년과 달리 정무국이라는 조직을 만든 것은 유일적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가 지난 5월 10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 대회 및 군중시위(민간 퍼레이드)를 실황 중계했다.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주요 참석자들과 경축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5월 10일 평양시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 대회 및 군중시위(민간 퍼레이드)를 실황 중계했다.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주요 참석자들과 경축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

박봉주의 부상 역할은?

또 이번 당 대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이어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까치 총 5인으로 상무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박봉주 총리는 그동안 군수 담당 비서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 박 총리의 중앙군사위원 선임에는 엇갈리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군수경제에 대한 민간경제의 지원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 사회가 중앙군사위의 결정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총리의 중앙군사위 진입은 군수경제와 민간경제의 조율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도 중앙군사위원이 됐는데 남북 간 군사당국 회담과 이에 대한 군부의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후 북한은 지난 5월 군사당국 회담을 남쪽에 제의해 왔다.

이번 노동당 대회에서 가장 주목된 대목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였다. 3시간 가량 육성으로 한 보고에서는 우리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핵보유에 대한 강조도 있었지만 사실 내용적으로 북한 경제와 사회 변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집중됐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개인 축산 발전, 지방의 자체적인 경제운용, 경제개발구 활성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적 확립, 내각책임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 등을 실현 방법으로 제시했다. 특히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체들이 부여된 경영권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조건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정의 부족으로 국가에 의한 계획운용이 불가능해지고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결국 북한은 중앙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과 기업에 분권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다개년 경제전략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한 것도 결국 이러한 상황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모든 계획과 이행을 주도하지 못하고 시장과 개인·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역할에 기대야 하는 만큼 구체성 있는 목표수치는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과학과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을 인재 육성이라는 대응으로 극복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제시 성공 여부 미지수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경제발전 구상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은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번영하는 사회주의 강국을 하루빨리 건설하기 위한 정당하고 혁명적인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반항공방어체계를 보다 높은 전략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반항공경보체계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각종 대공화력 수단들로 전국을 그물처럼 뒤덮게 하여 조국의 영공을 요새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반항공방어체계라는 재래식 전력에도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국방비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러한 운용은 북한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북한은 제7차 노동당 대회를 마무리 함에 따라 앞으로 최고인민회의 등을 열고 정권 분야의 개편 작업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방위원회도 제1위원장이라는 불안정한 호칭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관련 조직의 개편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하고 로드맵을 가시화할 가능성도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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