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6월 1일

특집 | 기로에 선 한국 외교, 주도권을 잡아라!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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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좌담

기로에 선 한국 외교, 주도권을 잡아라!

대한민국 버전의 평화협정 준비 시급하다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연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 등이 떠오르면서 한반도의 국제정치는 강대국 간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 속에서 여전히 긴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6~9일 36년 만에 개최한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는 가운데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으로 내세우는 등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무시하고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관계를 유리하게 조성하여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의 발판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엄중한 정세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눈과 함께 강대국 게임으로 함몰되고 있는 한반도 국제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대담한 외교 전략과 의지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부상하고 있는 핵심 현안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주도적으로 타개해 나갈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편집자주).

북한 비핵화 협상, 어떻게?

대북제재 국면 속 한··중 속내 달라 긴밀한 협의해야

단기간에 제재 효과 나오지 않아 전향적 접근해야

(왼쪽부터)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왼쪽부터)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박인휘

최근 북한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가 36년 만에 개최되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늘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북한이 쥐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제재 국면에서 한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단독 및 다자 제재를 펼쳐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눠 보겠습니다. 우선 북한은 이번에 핵보유 국가로 천명을 했죠. 결국 매우 까다로운 북한을 상대로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야 할텐데 어떤 프로세스로 나아가야 하며 이와 관련해 한국이 어떤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고유환

북핵문제는 그동안 해결하려고 할수록 고도화되는 모순이 형성되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한국의 북핵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봐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내부적 입장에서 원론적인 수준으로 내걸어 온 원칙론 고수에 대한 입장도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 왜 계속 핵무기를 고도화하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죠. 북한이 핵을 가지려고 하는 의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그것에 맞는 해법도 마련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번 기회에 북핵 해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인휘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의 북핵 정책은 다각도로 추진되었음에도 시간이 갈수록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모순적 현상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일정부분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마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홍현익

사실 한국이 북핵문제에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어요. 실현 가능성과 합리적 선택을 기초로 북핵문제와 관련된 상대적 국력을 고려해보면 한국이 일방적이며 편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주변 강대국들을 끌고 나가기 매우 어렵거든요.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고 여기에 북한도 받아들일 수 는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평화나 공동번영 같은 명분이란 말이죠. 북한이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해 계속 도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감성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한 쪽으로 치우치는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이러한 정책에 주변 강대국들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결국 대립적인 상황만 지속되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죠.

일단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개발 및 고도화에 나서게 되면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피해를 받는 것이 한국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의지를 갖고 대가를 치를 각오까지 하면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춰야 합니다. 지난 9·19공동성명만 보더라도 북한에 경제적 보상만 해주면 핵포기를 할 수 있다는 관점이었는데, 북한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도 공식 천명했듯이 이제는 핵개발을 정권 유지의 핵심적인 장치라고 인식하고 있거든요. 그럼 결국 이 상황에서 비핵화에 상응하여 북한이 요구하는 제안을 놓고 협상에 나설 수 있는지에 따라 한국의 주도권이 달려 있다고 보는데 지금까지는 너무 감성적으로 북한에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정책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요. 또 지금 국면은 대북제재를 보다 강하게 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재의 효과가 역사적으로 단기간에 나타난 경우가 없었고, 박근혜 정부 임기도 2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 안에 북한이 굴복하고 나올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고 판단됩니다. 조금 더 전향적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김재천

한·미·중이 현재 대북제재 국면의 가장 중요한 당사국인데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3국이 강한 제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제재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제사회 vs 북한’의 구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중국의 경우 북한 비핵화가 목적이긴 하지만 중간단계로서 협상 역시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죠. 한국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지만 중국과 같은 중간단계의 목표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은 중간단계로서 협상이라는 말조차 꺼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있죠. 미국은 물론 공식적으로는 한국과 입장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협상을 이야기 할 국면이 아니고 제재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하고 있죠. 그러나 미국은 물밑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거든요. 올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몇 주 전에 북·미의 대표가 만났다는 미국 내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요. 제4차 핵실험 이후에도 독일 베를린에서 북·미대화가 있었다는 매우 구체적인 보도도 있었죠. 여기서 평화협정을 매개로 한 북핵 협상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부인하고 있고, 한국 정부와 공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 한·미·중 3국의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미국이 중간단계를 설정해 나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중국은 협상을 통한 해결에 주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협상을 배제하고 바로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여 비핵화를 하자는 접근이고요. 이 3국이 대북제재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지 않고서는 현재의 대북제재에 구조적 결함이 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3국이 모두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진정성 있는 변화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제재의 실효 유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미·중의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3국이 보다 진지하게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관계, 어디로?

중국의 대북 핵인식 바뀌어 획기적 개선 가능성 낮아

무조건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개선 여지 열어놓고 있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지난 3월 1일부터 석탄 등 북한산 수입을 중단한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지난 3월 1일부터 석탄 등 북한산 광물 수입을 중단한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연합

박인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며 중요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요. 한국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되는 모순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핵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북핵문제 공감대를 한국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조율해야 하며 한·미·중 간에 정책조율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것이 대미·중 외교 측면이었는데요. 물론 이제 다시 균형점을 향해 조율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국면에서 한·중관계가 조금 미묘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북한의 당 대회에서, 물론 외교적 차원이겠습니다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코멘트를 했고, 또 현 시점에서 보면 향후 북·중관계가 한국의 외교 공간을 설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인데요. 지금의 북·중관계를 어떻게 보세요?

고유환

이번 당 대회 내용을 보면 북한은 중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요. 개회사에서 ‘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북한 단독으로 싸웠다’는 식의 표현을 했는데요. 결국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국도 제국주의 연합세력, 또는 지금의 유엔 대북제재에 같이 동참하고 있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함께 싸웠던 혈맹, 우방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나름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을 했는데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고, 한·미는 중국이 제대로 압박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 되었다고 불만을 갖죠. 아마도 중국으로서는 스스로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북한 핵의 역사적 과정을 보면 중국은 처음에 북핵문제를 북·미 간의 문제로 인식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 속에서 중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로 보지는 않았다가 제3차 핵실험 이후부터는 위협 인식이 높아졌고 제4차 핵실험 이후에는 완전히 자국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외교적 환경을 포함해 핵안전 문제, 즉 북한의 핵시설이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 있기 때문에 동북3성 인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하거든요. 심지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전이었지만 실제로 중국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이제 북한이 핵을 가지면 중국도 공격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의견들도 있죠. 이 정도로 중국의 대북 핵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이 유례없이 제재에 강하게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고요.

사실 그동안 중국의 입장은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대중국 전략과 동아시아 전략 차원으로 활용한 측면에 대해 의구심과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요. 북핵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미국에 불만이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중국은 결국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에 대한 담보 없이는 북핵 포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점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병행추진이라는 이른바 ‘왕이 이니셔티브’를 내놓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이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걸고 버텨보겠다는 상황이라 향후 북·중관계는 당분간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박인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북한이라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중관계의 외교적 공간에 대한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홍현익

정세 평가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평가지만, 김정은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도 사실이고 이번 당 대회에서 미국의 동북아 관여를 배제하고자 하는 발언, 즉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해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식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이야기 했고요. 남북 간에 군사실무 회담을 제안하면서 서로 내정간섭이나 비방중상을 하지 말자, 한·미 연합군사훈련 하지 마라는 것 등이 나왔는데 이것이 중국의 입장에서 듣기에 대부분 거슬리는 것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당 대회 이전에 핵실험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를 자제했다고 본다면, 김정은이 실제로 이런 것을 고려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죠. 또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대외정책 메시지를 내걸며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기조를 보인 것도 그렇고요. 물론 ‘핵·경제 병진노선’은 뚜렷하게 보였지만 비난의 화살은 여전히 미국을 향하고 있고 이건 중국과 대치되는 입장이 아니잖아요. 시진핑의 인식과 함께 연동해 생각해보면 당장 북·중관계가 개선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따라서 중국이 여기서 한 걸음 더 움직여서 6자회담과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병행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움직임을 보여 북한도 협상장에 나오면 제일 바람직한 시나리오라고 판단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당장 북한이 추가도발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관계 측면에서 보면 북·중관계는 과거보다 후퇴했지만 한·중관계 역시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일련의 사태, 즉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함께 한·미·일 3국 간에 북한 미사일방어를 가상으로 한 훈련이 6월 말에 예정되어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나 6자회담 개최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 제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 등이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의 국익으로 보면 한국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종합해보면 북·중관계는 앞으로도 무조건 악화된 관계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너무 감성적인 제재일변도의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남북관계는 유지하면서 북핵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대화의 이니셔티브를 잡아나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중국도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이 바라는 대로 더 북한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릴 수 있겠죠.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대화의 형태로 간다고 한다면 중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중관계 전략?

북핵문제 해결 위한 단계적 전략 측면에서 긴밀한 협의해야

단기적 시각 경계 공통 이익 수렴하며 전략대화 나서야

박인휘

고유환 교수님께선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을 말씀해 주셨고요. 홍현익 실장님께선 미·중관계에서 북한의 존재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 아래 비록 지금 북한이 중국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중국의 관점에서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문제 관계자를 만나보면 결론적으로 동북아에서 한국만 제외하고 모두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동북아 국제정치라는 측면으로 넓혀보면 결국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절박감 때문에 한국이 제재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는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중관계도 일정 부분 훼손 받는 결과로 작용했고 결국 중국에 외교적 카드만 더 많아지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습니다. 동북아 국제정치 무대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한국의 외교적 부담과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잖아요?

김재천

분명 한·중관계는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고 이에 비해 북·중관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 핵이 부담스러운 것 역시 사실이고요. 앞서 지적된 것처럼 핵안전 문제도 있겠죠. 미·중관계의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한국이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물론 박근혜 정부 외교의 성과 중 하나가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에 치중된 외교에서 중국과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감으로 인해 한국의 국익을 도모하려고 했다는 것인데요. 저는 기본적 방향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접근 방식에 있어서 조금 조급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중국의 전승절에 가고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입장을 취하면 중국이 당장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조급한 대중관계 인식을 갖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시각이 단기적이었던 것이죠. 제4차 북한 핵실험이 터졌지만 중국의 외교정책이라는 것이 한 번에 당장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국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에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바로 사드 문제를 꺼내버렸잖아요. 사드가 정말 한국의 안보 이익에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결정하면 되는 것인데 그 시점에 사드 배치를 할 수 있다고 터뜨리는 것은 굉장히 조급하고 성급한 외교정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고려해보면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전향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를 하자는 것이죠. 북핵이나 통일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는 설사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의 암묵적인 묵인이 없이 가능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적어도 북핵문제에 있어서는 한·중이 공통의 이익을 수렴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렇다면 한·중의 전략대화를 지금보다 더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박인휘

여전히 한·중관계는 한국의 지정학적 측면에서 국가이익에 중요한 요소로,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한·중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고유환

사실 중국은 현재 체제나 지도부 성격을 고려해서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는 그런 북한에 대해서 선핵폐기론으로 맞서니까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거든요. 사실 이런 부분의 차이가 한·중관계가 불편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요. 앞에서 한국의 북핵 관련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잖습니까. 실제로 한국과 미국, 중국의 북핵문제 해법이 서로 다르면 해결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제재까지는 해법이 같지만 이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중국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핵 불용이라는 기본 원칙은 확고한데 해결하는 방법은 평화협정이라는, 안보를 담보해주는 방법과 함께 북한 내부에 시장화라든가 변화를 촉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북·중 접경의 무역을 통해서 북한 시장화가 촉진되는 측면이 강하잖아요. 그러니 이를 장기적으로 보고 북한을 중국의 노동분업 구조로 일부 편입시키면서 거시적으로는 세계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오게 하고 아래로부터는 물적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핵문제까지 다 해결해 보겠다는, 긴 호흡으로 가자는 것인데요. 한·미는 선(先)핵폐기라는 최종목표를 바로 내걸고 단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충돌이 있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한·미·중 간에 전략적 협의가 지금 시급하게 필요한 외교인 것 같아요.

평화협정 이슈, 어떻게 봐야?

북핵 해결의 현실적 방법 자신감 갖고 주도권 쥐어야

미국, 평화협정 매개로 한 북한과 협상 국면 원할 수도

중간 또는 초기단계 설정해 협상 시작하는 결단 내려야

박인휘

최근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이슈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자는, 소위 ‘왕이 이니셔티브’를 던졌습니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제재가 일정 정도 성과가 있으면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자연스레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그런데 평화협정이라는 논의 자체가 한국의 담론이 아닌 북한식 담론이라는,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공감대가 여전히 깔려 있어서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평화협정이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권력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이슈인데 공론화하게 된다면 한국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세요?

홍현익

평화협정 문제는 상호안보와 일방안보의 싸움입니다. 지금 세계의 패권은 아직 미국과 한국, 일본 쪽에 있고 북한의 입장은 사실상 수세적이죠. 겉으로는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니까 공세적인 것 같지만 그들은 자기의 안보딜레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함이거든요.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쪽과 거기에 저항하는 쪽의 대립인데, 21세기의 안보 개념이 상호안보라고 한다면 북핵문제가 평화협정 없이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돼요. 따라서 평화협정이 설사 북한의 담론 구조 속에 들어 있고 한국에 함정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 함정을 명확히 알고 있잖습니까. 또한 협상에 있어서 한 쪽만 득을 보는 것은 쉽게 타결되지도 않고 타결되더라도 깨지기 쉬워요.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 딜레마를 해결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당연히 평화협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에 평화협정은 내버려두고 북핵문제만 해결하자고 회담을 제시한다면 이 자리에 북한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겠어요. 지금 북핵문제 해결에 전념하면서 제재와 압박을 취하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2년 가지고선 턱없이 부족해요. 그렇다면 현실가능한 해법은 결국 한국이 평화협정 협상과 6자회담 추진을 동시병행하면서 여기에 동참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평화협정 내용 중에 한국이 걱정하는 것이 이를테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기 같은 내용인데 한국은 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북한의 요구를 올려 놓고 한·미와 북한 3자가 타협점을 찾으면 되는 것이지, 이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아예 협상을 시작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한국은 북한의 노림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협상에 참여해야 하고 오히려 이를 주도해서 한·미와 북한 3자 간에 타협점을 찾고 지렛대로 삼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펴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인휘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병행추진, 사실 이 두 개를 연계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그래서 국민 정서로 보면 비핵화와 관련한 최소한의 진전된 발걸음이 있어야 평화협정 협상으로 나아가는 힘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홍현익

이명박 정부 때 계속 추진했던 것으로, 각 단계마다 서로 매칭을 시켜서 북한에 핵사찰이 들어가면 장관급 회담을 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했는데요. 문제는 지금 상황처럼 아예 협상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경우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6자회담이 한 번도 개최가 되지 않았고 이 기간에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 및 고도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최선이 아니라고 해도 차선을 취할 기회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박인휘

어떤 형태가 되었든 협상의 모멘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지금 중국은 평화협정과 비핵화 연동 문제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상태입니다만 미국의 경우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에선 받아들이고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미·중 간의 이해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김재천

미국 내 보도에 의하면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 측에 먼저 만나자고 제안한 정황이 보입니다. 여태까지는 미국이 평화협정 선제조건으로 비핵화를 내세웠는데 그러지 않고 논의의 한 일부로 다루자고 하면서 북한에 평화협정을 매개로 한 협상에 나오라고 한 것이죠. 그런데 이를 북한이 거부했다는 것이고요.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실 대화를 하자고 했던 쪽은 북한이라고 정정했고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비핵화에 대해 선제조건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거든요. 분명히 미국의 물밑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20년 넘게 북한 비핵화가 평화협정의 선제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비핵화를 논의의 ‘일부분’이라는 것으로 재포장 해서 내놓고 이를 매개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죠. 물론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국의 경우는 미국 측에서 평화협정 협상과 관련해 나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고 애써 부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여러 상황을 보면, 이제는 상상력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의 정책 목표 중 하나가 한반도 상황 관리입니다. 한반도 안정이라는 것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에 올라가 있죠. 실제로 한반도에서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되면 미국에도 매우 부담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향적으로 평화협정을 매개로 한 북한과의 협상 국면을 원할 수 있어요. 중국 역시 한반도 상황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일정 부분 음모론적 시각이 될 수 있겠지만 미·중이 암묵적으로 상황을 관리해 나가자는 대타협을 할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지금 한국은 과거의 담론에 대한 관성이 있어서 평화협정 이야기만 나오면 북한의 프레임에 놀아난다고만 생각을 하고 있어요. 평화협정 협상 국면이 도래했을 때 분명히 평화협정과 비핵화가 연계된, 그것이 전부가 되었든 일부가 되었든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 비핵화 선제조건만 외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대한민국 버전의 평화협정을 찾고 지금부터 준비를 해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주도권은 물론이고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박인휘

한국 버전의 평화협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평화협정이라는 것이 북한이 들고 나온 지 오래된 외교 담론이고요. 그 안에 북한이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있죠?

고유환

일단 한국의 인식적 측면에서는 ‘평화협정은 곧 주한미군 철수’라는 등식이 있어요. 그래서 평화협정 자체에 대한 강한 사회적 거부감이 있거든요. 평화협정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도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고 한국이 원하는 것만 주장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왕이 이니셔티브’도 그래서 나온 것 같고요. 한국이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물밑접촉이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 흘러나왔고 또 중국도 평화협정과 관련해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결국 이 문제가 미·중 간의 게임 안에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봐야 할 것이, 평화협정과 비핵화는 최종 목표라는 점입니다. 벌써 수십년 동안 진행된 이야기라서 구조화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달랑 협정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따라서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두되 중간이나 초기단계를 정해서 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과거 10·4선언에서 시도했던 ‘종전선언 대 핵동결’ 같은 방식인데, 같은 내용은 아닐지라도 이런 방식으로 중간 또는 초기단계를 설정해서 시작을 해야지, 계속 먼 미래의 최종목표를 두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붕괴되든지, 백기투항하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것이죠.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생각입니다.

대선 국면, 주목 포인트?

미국 사회 내부지향적 변화 가용 외교자원 줄어들어

임기 말 오바마 정부 마지막 대북 협상 국면 지켜봐야

예측 불가능성 커지고 있어 대미의존도 낮춰야

 

ⓒ연합뉴스

지난 4월 23일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기 발사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연합

박인휘

흥미로운 포인트를 짚어 주셨는데요. 평화협정 논의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는데, 이를 한국이 미·중 간 게임의 차원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지금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예비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예비후보가 본선 게임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요. 한국의 외교 이익에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선이 있을 때 북한은 항상 자신의 어젠다를 미국의 국내정치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을 했던 전례가 많았고요. 향후 북·미관계의 모멘텀이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과 관련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영향을 어떻게 전망해 볼 수 있을까요?

김재천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오바마보다 더 관여적이고 개입적인 국제주의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전략적 인내’로 알려진 북한 무시 정책을 탈피해서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전망이 가능하고요.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왔기 때문에 동맹의 책무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트럼프의 경우에는 신고립주의라고 할 수 있겠죠. 외교정책에 있어서 최소주의적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소위 ‘너희 문제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죠. 트럼프는 모든 게 ‘기-승-전-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돈이 안 되는 것, 손해가 나는 경우는 지양하고 있어요.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그게 관철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통째로 다 막아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사실 힐러리와 트럼프의 공약 내용보다도 이번에 미국 대선 흐름을 지켜보면서 지금 미국 사회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분위기가 베트남전쟁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내부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미국이 자랑해왔던 사회적 유동성, 즉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아예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아요. 중산층의 규모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고요. 이런 당면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외부 환경이 아닌 내부 문제에 신경을 더 써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미국 대선 국면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것 같아요.

어쨌든 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든 한국의 외교정책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경선 국면이라 예비후보들의 인식이 자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사안의 경우 미국 의회는 물론 미디어나 싱크탱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들이 많죠. 특히 한·미동맹의 중요성 같은 경우에는 미국 내 국민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도 대선을 향해 가면서 보다 중도적 입장으로 변할 것으로 봐요.

박인휘

어느 후보가 되든지 외교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가장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일단 손 쉽게 할 수 있는 예측은 이번 대선 이후 새롭게 출범할 미국 정부도 북한에는 지속적으로 엄격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인데요.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2012년에 미국 대선을 지켜봤겠지만 그 때는 오바마가 재선을 하는 국면이었고, 올해는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다진 이후 미국 대선을 지켜보는 것이라 사실상 처음일텐데, 역시 북한이 자신의 어젠다를 미국 국내정치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고유환

물론 그렇습니다만, 오히려 미국 내 요인도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핵 고도화의 결정적 시기가 앞으로 1~2년 사이일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바로 미국과 한국의 대선이 있죠. 정부가 바뀐 다음에 새로운 대북정책이 만들어지려면 또 다시 시간이 필요하고 적어도 3년은 지날 수 있단 말입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의 대선을 겨냥해서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오바마 행정부 임기 말이지만 이 무렵에 한 번 더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클린턴 정부 말기 2000년 10월에 북·미 공동코뮤니케가 만들어졌거든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 없는 세상’ 구상에 정면으로 도전했기 때문에 임기 중에 북핵문제에서 뭔가 가닥을 잡고 차기 정부로 넘겨주려는 의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타이밍일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도 이럴 때 협상장으로 잘 나왔거든요. 과거 노무현 정부 말기에 10·4선언이 나온 적 있잖아요. 정권의 연속성에 대한 부분에서 본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다음 정부로 미뤄놓고 해결하겠다고 내버려 두면 그 기간 안에 엄청난 시간을 북한에 벌어주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정권 말기이기는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물밑에서 움직이는 이런 모습을 예의주시 해야 할 것입니다.

홍현익

미국 대선의 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오바마 8년의 임기 마지막이잖아요. 지금 오바마가 미얀마나 이란, 쿠바처럼 북한과 협상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러기에는 북한이 올해 초부터 너무 폭주해 왔고요. 공식적으로는 북·미 대화가 열릴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죠. 물론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가능은 하겠죠. 그런데 북한이 오바마 임기 8년의 마지막에 와서 미국과 타협하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만약 북한이 나온다면 북·중관계 개선을 위해서, 즉 미국과 대화를 함으로써 자연히 북·중관계 개선을 노려보려는 그런 중단기적인 기회주의적 전략을 위해서 나오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큰 진전이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오바마도 지금 마지막 해인데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 보기에는 위험한 거죠. 북한에 그동안 너무나 많이 속아왔지 않습니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건대 북·미관계 개선은 어렵고 개선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규모에 그칠 것입니다. 대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기대를 할 수는 없겠죠.

미국 대선 국면에 따라 핵문제에 있어서는 장단점이 있을텐데, 힐러리가 된다면 한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적극적인 권유를 한다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원칙에 입각해서 과도하게 강한 정책을 제시하면 힐러리도 선제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이고요. 트럼프는 현재까지는 자기모순적 이야기가 많은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도 쉽게 점칠 수 없고 또 중국에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을 활용해 북한을 옥죈다는 것도 쉽게 성공할 수 없는 말이고요. 어쨌든 미국의 대외정책 측면에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는 하면서도 대미의존도를 너무 늘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고 또 북핵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 외교가 신경써야 할 것은 힐러리가 되든 트럼프가 되든 경제 부분에선 미국과의 험난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부터 TPP나 FTA, 또 방위비분담금 증가 부분에서는 미리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박근혜 정부의 향후 외교 방향?

위기관리 주력 긴요 장기적 제재·압박 효과 고민해봐야

욕심 크게 내지 말고 최소한의 남북관계는 유지해 나가야

·중의 한반도 상황관리 측면 고려, 외교적 여지 남겨둬야

박인휘

박근혜 정부는 통일을 국가어젠다로 내걸었고 과거 어떤 정부보다 통일을 국가의 담론화에 올려놓는 데 주력했는데요. 임기가 2년이 채 남지 않은 시기에 각별히 노력해야 할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유환

통일대박론으로 남북관계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부분에서는 지금 제재와 압박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고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북한과 연동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고 가시화되면서 신냉전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어쨌든 시기적으로 임기 말임에도 현안들이 상당히 많고 위기관리에 주력해야 할 이슈도 많은 시기입니다. 국내정치에도 소통 이야기가 나오지만 외교전략에도 관련 주변 국가들과 보다 많이 소통하면서 공통의 이익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한국의 관점으로만 풀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사드 문제가 남은 임기 중 가장 큰 현안이 될 수 있을텐데 한국은 사실상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에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해 결정을 한 것 같고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한다고 했지만 저는 미·중 간에 상호의존성과 관련된 측면에서 보자면 서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내용이라서 현재 조금 고민스러운 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앞서 공통된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모든 것을 제재와 압박으로 끝까지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홍현익

박근혜 정부가 초반에는 한·중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동시에 북한에는 원칙을 적용해서 개성공단 사태도 잘 해결되었고 상당히 대외균형과 절도 있는 원칙에 의거해서 북한을 관리해 나갔던 측면이 있었죠. 지난해 8월 목함지뢰 사건을 해결하는 것까지도요. 그런데 올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균형을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남북관계 측면에서 평가를 해보자면 분단에 대한 비용이 과거보다 오히려 더 증가한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균형외교도 쉽지 않아 보이고요. 임기 2년이 채 남지 않은 이 시기에 균형을 제대로 잡아서 주변국으로부터 구애받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국력이 주변국보다 월등하게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평화와 공동번영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재 일변도 정책은 조화롭지 못하다고 봐요. 욕심을 너무 크게 가지지 말고 일단 남북관계에서 최소한의 기본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죠. 제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제재 국면 속이라고 하더라도 협상을 함께 유도해 나가는 정책을 펴야지, 제재 일변도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 자칫하다 한국만 고립되거나 혹은 새로운 냉전 구도 속에서 첨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 간의 기본적인 최소한의 관계를 회복하고 북핵문제도 자신감을 갖고 주도해 나갔으면 합니다.

김재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굉장히 좋은 비전을 가진 통일·외교정책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세 비전이 아우러지며 상승작용을 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주지하듯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해 이에 강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더욱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에는 매우 강하게 나갔고 따라서 주도권을 쥐고 강한 제재를 이끌어낸 것 같이 보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정도가 너무 강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위험도 갖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대화국면이 조성된다면 소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생각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고요.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동시병행 추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미국과 의견조율을 하며 의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국 내에서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협상 회의론이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추진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북·미가 평화협정 협상을 매개로 한 뉴욕채널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왔다는 측면, 또 당장 해결은 어렵겠지만 오바마가 차기 행정부를 위해서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북한과 조금 더 전향적인 관계개선에 나서는 노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중요한 것은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미·중관계의 큰 틀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을 100% 고려해줄 것이라 기대하는데 결국 냉정하게 보면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미·중관계의 종속변수 측면이 강하거든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기 때문에 양국은 한반도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냉전 당시에도 미국과 구소련의 이익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곳이 유럽인데 서로 너무나 많은 게 걸려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구소련의 경쟁이 오히려 안정적이었던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런 전략적 이익의 균형이 지금 한반도에도 존재하고 있고 따라서 양국이 한반도의 상황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면을 고려해서 한국 정부가 여지를 조금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기도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혈맹으로서 모든 것을 다 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추상적입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할 시점이죠.

박인휘

미·중 간 경쟁과 게임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 7차 당 대회를 통해 핵·경제 병진을 적극적으로 천명한 북한이 있고 주변국에 비해서 한국은 외교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 편이 아니라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 박근혜 정부가 남아 있는 임기 동안 매우 의욕적으로 내건 통일 어젠다가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쉽지 않고 오래 걸리겠지만 향후 한국이 동북아에서도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가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왼쪽부터)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왼쪽부터)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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