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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렴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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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내친구 18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렴

요즘 탈북 학생들은 대학 수시입학 원서를 쓰느라 바쁘다. 특례 입학으로 대학을 가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는 남한 학생들과 다름없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기소개서라는 짧은 글 속에 자신의 전 인생을 담아내기란 쉽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성장과정 속에서 터득한 자기 이야기를 쓰는 코너가 있는데, 학생들이 쓴 글을 읽어보니 그동안 잘 몰랐던 아이들의 깊은 속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사연이 없는 아이는 별로 없었다. 어린 나이에 그토록 많은 일들을 어찌 견뎌내고 이 땅까지 오게 되었을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일부에서는 탈북 학생들에게 대학 특례 입학 자격을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제도를 적극 지지한다.

남한 학생들이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탈북 학생들은 도망자로 떠돌이 생활을 하느라 공부할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 땅에 온 아이들에게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평한 일이라고 본다. ‘먼저 온 통일’이라 말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이 땅에 제대로 뿌리 내려야 통일 시대의 리더로 자랄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첨삭 지도하면서 인상에 남는 내용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잘 생기고 똑똑한 경철은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아이였다. 오래 전 엄마와 함께 남한으로 왔다가 적응이 힘들어 캐나다에 건너가 꽤 오랫동안 난민 생활을 한 경우다. 경철은 3년 전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탈북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에게 이끌려 캐나다에 갈 때만 해도 행복한 삶을 기대했다. 하지만 난민의 삶은 상상 외로 힘들었다. 너무 가난해서 낮에 혼자 집에 있어도 컴퓨터조차 할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서 학교에 나가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유도를 접했다. 외로웠던 경철에게 유도는 비상구였다. 열심히 운동한 결과 캐나다 내 대회에서 큰 상을 받기도 했다.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해 대학까지 들어갔다. 그러면서 유도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운동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경철은 이미 스무 살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어 고등학생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들어 왔기 때문에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선생님, 정성이 깊으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고 했어요

캐나다에서 대학생이었던 경철은 어린 동생들과 공부를 하면서도 의연했다. 학교 행사 때 영어 통역을 맡는가 하면, 원서로 된 책들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언젠가 열정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에 칭찬을 해줬더니 경철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정성이 깊으면 돌 위에도 꽃이 핀다.’는 말이 있어요. 북한 속담이에요. 저는 그 말을 믿어요. 저의 어려운 상황을 뚫고 정성을 다하다 보면, 꽃을 피울 날이 있다고요.”

북에서 온 아이들 중에는 경철처럼 우직하게 자기 길을 가는 아이들이 꽤 많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경철은 어린 나이에 탈북해 캐나다 난민 생활까지 겪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탈북 학생들을 직접 만나 배우고 가르치면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수없이 많은 역경과 고난을 밑거름으로 현재를 성실하게 사는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도 잘 적응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전공 과정도 잘 이수하고 당당하게 취직까지 한 학생들은 늘 성실했다. 또한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놓지 않고 겸손하게 자기 몫을 잘 하기에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지금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철도 분명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멋진 대학 생활을 할 것이라 믿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경철이 ‘고난의 꽃’을 피운 주인공이 되길 기대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한다.

박경희 / 하늘꿈학교 글쓰기 지도교사

Q. 북에서 온 친구들이 다른 나라에도 정착하나요?

A. 물론이죠. 우리나라 이외의 국가에서도 정착하며 살고 있어요. 유엔난민기구(UNHCR)의 ‘국제동향보고서 2015’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난민 자격으로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1,103명이라고해요.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해 망명을 신청한 뒤 대기 중인 이들이 230명이고요. 하지만 난민 자격으로 정착한 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받은 사람들을 제외한 수치이기 때문에 난민 자격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더 많다고 볼 수 있어요.

먼저, 미국은 북한이탈주민이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하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 허가’를 내주는 국가예요.

1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5년이 지나면 시민권을 신청해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요.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200명 정도가 돼요. 미국 이외에도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의 국가들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정착할 수 있어요. 이와 반대로 중국은 북한이탈주민을 자국의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중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참고로 1951년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의미해요.

전지현 / 화성시청 북한이탈주민 담당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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