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8월 1일

기획 | 신속하고 정교한 관여정책 전환이 중요하다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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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제4차 통일한국포럼] 북한 핵문제 과연 돌파구는 있는가?

신속하고 정교한 관여정책 전환이 중요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북핵문제는 탈한반도적 성격을 지닌다. 북한의 핵개발은 본질적으로 한반도 차원의 접근을 초월하는 수준이며, 한국 정부의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특징이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과정은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관여를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남북한 간 게임을 미·중의 게임으로 전환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북한의 생존 능력을 강화해주는 역설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핵, 탈한반도 성격 ·중 게임으로 전환되고 있어

북한의 핵보유 목적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외세와 외교적 게임을 위한 옵션용이라는 시각과 반대로 궁극적인 핵보유 국가 달성을 위함이라는 시각이 있다. 북핵문제 발생 초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서로 경쟁하다가 2010년을 넘어서면서 미국 내에서는 후자의 시각이 지배적으로 자리잡았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소위 ‘불량국가’에 대한 정책, 즉 미얀마나 쿠바, 이란 등에서 나름대로 충분한 외교적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북한 문제와 같이 외교적 성과가 쉽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군사적·외교적 자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4년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에서 오히려 ‘전략적 무관심’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기존의 핵·미사일 문제보다는 북한의 인권이나 사이버테러 문제 등에 집중해 왔다. 물론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전면적인 재검토도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2050년을 국가현대화 목표의 달성 시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변 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정책 옵션 중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 체제의 유지 및 북한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미전략 측면에서도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분쟁이 한반도 내 미국 군사력의 영향력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어 자국 안보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북한의 체제가 급변하거나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뤄질 경우 한반도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편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 체제의 유지를 수호해야 할 주요 이익으로 간주한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질적인 중국의 정책적 변화로 가시화되려면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역사를 보면, 17세기 근대 국제질서의 등장 이후 국제관계는 기본적으로 강대국 정치의 연속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19세기 이전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균형, 20세기는 냉전질서를 중심으로 한 양극체제, 탈냉전 이후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 그리고 현재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책임감을 공유하는 G2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중이 전개할 강대국 정치는 ‘갈등’과 ‘편승’ 그리고 ‘이익균형’이라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나머지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더라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미·중 간의 대표적인 이익충돌 지역으로 남을 것이다. 북한을 포함해 남중국해 문제가 걸려 있고 미·일동맹 대 중국의 구도, 미·일·호주 중심의 태평양 안보를 둘러싼 이슈 등이 잠복해 있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은 ‘정치·군사’와 ‘경제’의 영역이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복합적인 전술을 갖고 주도권 경쟁에 돌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패권국’ 미국과 ‘도전국’ 중국의 정치·군사 및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 양상은 지난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세력전이’의 초기 단계에서 관찰되는 모습이다. 물론 전면적 갈등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지만 양자 간 규범 경쟁과 제도 경쟁의 양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국제정치의 규범 제정을 놓고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즉 중국이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 지역 내 국제정치와 군사·경제적 규범을 공격하며 자국의 전략과 담론에 부합하는 규범 구축을 위해 외교적 행위를 부각하고 있는 형세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미·중관계 속에서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 외교정책 측면에서 억지(deterrence)와 강요(compellence) 사이의 경계 설정에 관한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억지 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바로 강요 정책으로 노선을 전환해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정책적 실패가 발생했다. 억지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두려움(피해)’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고 강요의 경우 두려움과 함께 ‘혜택’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실험을 시작한 순간 외부의 억지를 거부한 것이고 이는 군사보복 등의 두려움은 가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 혜택의 메시지를 정교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북한에 이러한 정책 옵션을 선택해 제시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북핵 해결 과정의 구조적 문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한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초기에 당사자 간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다. 외교정책 분야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하나의 국면이 시작되고 초기에 당사자 간 협상과 신뢰가 쌓이면 이를 토대로 정책의 종말 단계에 이르러 최종 결과물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경우 초기 국면의 진정성을 도출하는 것이 결국 정책의 종말 단계에서 이룰 수 있는 최종적 성과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협상 시간이 경과하면서 상호이익과 신뢰라는 성과가 축적되기 전에 비핵화라는 최종 단계의 입장을 사전적으로 표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북핵문제 속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우리가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단계에서는 정부가 취한 제재 국면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제재 국면이 일정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신속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긍정적 관여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비핵화의 동력이 발생 및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인휘 /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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