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N.K and the City | 상상된 유토피아, 일상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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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and the City 1

상상된 유토피아, 일상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연합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연합

 지금까지 북한의 도시는 사회주의적 이념이 실현된 ‘낙원 국가’의 구체화된 이미지로서 유토피아적 공간의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이념의 장(場)’이었다. 노동하는 인민들의 ‘문화적이고 고상한’ 삶, 즉 생산과 여가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그야말로 잘 정돈된 계획도시를 거닐고 바라봄으로써, 북한의 인민들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국가의 이념을 일상적인 도시 공간 속에서 체험하고 느끼곤 했다.

그러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의 구체적 장소로서, 다시 말해 ‘노동과 정치적 삶’의 장소였던 북한의 도시가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화려한 경관으로 소비되고 향유되면서 새로운 체험의 장소로 변화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변화하는 북한 도시 공간 이미지

<고난의 행군을 락원의 행군으로>라는 책에서 부각되었듯이 북한의 권력은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였다는 시점부터 국가의 이미지를 ‘세기적 변혁’이라 칭하고 도시와 농촌 곳곳에서 펼쳐지는 ‘사회주의 선경(仙境)’을 공식 담론에서 무수히 표상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도시는 생산과 노동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공간에서 ‘문명화된’ 국가를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것으로 그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올해 6월 준공된 평양의 창전거리 불장식도 흰색과 등색을 많이 쓸데 대한 김정은 원수님의 가르치심을 받아 완성되였다고 한다. 고층, 초고층 아빠트들이 들어선 창전거리의 주택지구는 강성대국을 마중해가는 인민들의 행복상을 형상하여 레드불장식이 조형예술적으로 극치를 이루고 있다. 2007년에 발족한 이곳 쎈터는 불장식설계, 기술개발, 과학연구, 불장식기재의 생산 및 봉사를 사명으로 하고 있다. 불과 몇해 사이에 수백여 개에 달하는 수도의 건축물들이 독특하게 불장식되여 수도의 밤경치를 돋구어주고 있다. 대상의 특성과 립체감을 살리는 방향에서 투광, 국부조명, 레드, 네온장식 등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하고 있는 불장식은 개선청년공원유희장, 릉라인민유원지를 비롯하여 최근에 새로 일떠서는 건축물들에도 도입되고있다.”- ‘불장식된 대동교’, <민족21> (2014.3.)

요란스럽게 치장된 강성대국의 번영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이 광경은 북한의 대도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전시회(박람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전시회를 통해 도시를 경험하는 바는 근대성의 초기 시점에 백화점이 던지는 욕망의 기호가 보여주는 맥락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또한 도시를 ‘경관’으로서 소비하는 것은 도시적 삶의 피폐하고 비루한 ‘현실’로부터의 일시적이고 상상적인 도피를 감행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된 수많은 상품과 눈앞에 펼쳐진 휘황한 광경을 ‘응시’함으로써 도시의 현실을 ‘문명’이라는 상상계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시회를 거닐고 바라보는 행위는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표현되었던 바대로 “활동이 아니라 표상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즉 “물질을 관념화하는” 방식으로 도시 공간에 대한 느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이 도시를 실제적으로 경험하지 않고 단지 그것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이 스스로를 ‘사회주의문명국’의 ‘문명인’이라 여기길 욕망할 것이다.

직접적 문화 향유자는 아니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토록 휘황찬란하고 다양한 문화공간의 출현으로 인해 ‘사회주의문명국’의 실현이 가시화된다고 해도 모든 주민들이 직접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향유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거대한 규모와 온갖 색감으로 포장된 전시도시의 외관에 압도된 주민들은 이들 마천루의 화려한 경관을 바라보는 그 자체로서 새로운 차원의 모더니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도시 공간은 노동과 정치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의 장소도, 감시와 검열의 억압적 공간도, 그렇다고 무의미의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만도 아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주민의 일상에서 다양하게 분출되는 새로운 욕망과 국가 권력의 통치 방향이 서로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근대성, 또 다른 유토피아의 상상적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북한의 도시와 공간에 대한 이해 없이 북한의 정치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들 도시 경관(거리, 건축물 등)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면서 그 의미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한재헌 / 평화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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