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0

윗동네 리얼스토리 | 나선특구 택시기사 멱살잡이 2016년 10월호

print

윗동네 리얼스토리 68

나선특구 택시기사 멱살잡이

올 여름 중국 옌볜 훈춘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한국 입국 전 체류했던 곳이어서 내게는 감회가 새로운 고장이었다. 그때 신세졌던 사람들을 찾아 술이라도 한 잔 하려고 이쪽, 저쪽 돌아가며 택시를 탔는데 택시에서 지인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 사람은 개인택시 기사였는데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영업도 마다하고 나와 함께 시간 보내기를 자처했다. 우리는 발 닿는 대로 어느 식당에 들어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 최근 북한 나선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불필요한 이야기일지라도 북한을 떠나온 사람에게 그쪽 소식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울렁이는 일이다.

그는 장사를 하러 북한에 들어갔는데 거래인으로부터 받은 돈 중에는 북한 돈도 고액권으로 여러 장 끼어있었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었던 만큼 다음날 낮에 은행에 가서 바꾸려 생각하고 택시를 탔다. 나선에도 최근 택시 운영이 시작됐다. 운영은 시 인민위원회에서 하지만 실제 경영자는 중국 사람이라고 했다.

북한 전역에서 택시는 평양에서 주로 운영되고, 지방 도시로는 나선보다 신의주에서 먼저 실시됐다고 한다. 수십만 인구가 우글거리며 사는 도시에 택시 하나 없이 사는 나라는 아마도 북한만이 유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2004년 한 때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도 약 40여 대의 택시가 운영됐는데 이후 경영 실패로 인해 중단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때 해주 택시 요금이 평양과 비슷했는데 중단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비싼 요금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평양의 택시요금은 1km 당 500원이다. 버스 값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외화 택시와 내화 택시로 구분해 운영한다고 한다. 외화 택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택시다. 일본 택시 회사와 합작해 운영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부유층이 늘어나면서 택시 대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돈 안 받소?” 너 지금 사람 놀리니?”

택시를 타고 5km 정도 달려 목적지에 이르러 택시 값을 지불하려 지갑을 꺼냈다고 한다. 평양이나 신의주나 다 똑같은 실태지만 나선 택시도 계량기가 없어 기사의 요구대로 값을 지불한다고 한다. 이 사람이 지갑을 펼치니 5천 원짜리 북한 화폐가 보여 마침 잘됐다고 생각해 그걸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못 본 척 창밖만 내다보더란다.

“돈 안 받소?” 하고 물으니까 대답 대신 거칠게 가래를 뽑아 올리더라는 것이다. ‘왜 이러지? 손님 앞에서 이렇게 거칠게 놀면 안 되지 않은가? 아, 돈이 적어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한 장 남은 5천원 지폐를 또 꺼내 내밀었다고 했다.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기사는 그가 돈을 내밀자 얼굴이 벌겋게 되며 대뜸 “야, 너 지금 사람 놀리니? 제정신이야?” 하고 당장에 삿대질을 하더란다. 손님에게 하대를 하는 택시 기사는 난생 처음이라 너무 황당해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고 한다. 그것이 큰 실수였다.

북한에선 길을 가다가도 마주 오는 모르는 사람이 빤히 쳐다보면 대뜸 신경질부터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아는 사람이라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상대에게 실례이긴 하다. 쳐다보는 사람에게 “야, 나 마음에 있니?” 하거나 “너, 한판 뜨자는 거냐?”며 남자들은 대판 싸움을 걸어온다. 마주 본 사람도 성깔이 있어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며 나서면 그때부터 주먹이 오가고 살벌한 싸움판이 벌어진다. 그날 택시 기사 역시 신경질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사람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참, 살다보니 별 사람 다 보네.” 하고 응수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택시 기사는 손을 내밀어 이 사람의 멱살을 잡더란다. 나는 듣다가 킥킥 웃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얻어맞고 다닐 사람은 아니었다. 대체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택시기사는 택시비 지불을 북한 돈이 아닌 인민폐(위안화)로 내는 걸 정말 모르냐며 따졌다고 한다.

그거 돈으로 안 본지 석삼년은 넘었소.”

그때서야 이 사람은 눈치를 채고 “아, 그것 때문에?” 하며 진짜 몰랐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무안해 하며 손을 풀었다. 그러면서 “미안하오. 제 나라 돈이긴 하지만 그게 어디 돈이요? 그걸 돈으로 안 본지 석삼년은 넘었소.”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사실 이 사람도 받을 돈에서 북한 화폐가 끼어 들어왔을 때 잠시 기분 나빴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북한 사람마저 제 나라 돈을 돈으로 취급 안 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업을 하는 택시 기사가 손님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대신 화부터 내고 멱살까지 잡는 것은 아마 북한에서나 있는 일이지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영업을 도시로 한정하고, 운영권은 국가가 틀어쥐고서 주민들 주머니 속의 외화를 걷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나라 역시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쯤이면 주민들이 직접 운영권을 가지고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을까? 택시가 북한 전역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운행되는 장면을 그려보지만 그날이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