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기획 | 북한 인권 기록·보존, 진정한 남북통합 선결조건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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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북한인권법 출발,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한 인권 기록·보존, 진정한 남북통합 선결조건

 

지난해 4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쟁점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박정옥 씨가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4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쟁점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박정옥 씨가 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연합

 

 『북한인권법』이 2016년 3월 3일 발의된 지 11년 만에 오랜 논쟁 끝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령을 마련하여 9월 4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법의 탄생에는 최근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보다 실천적인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구체적 행동을 하게 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여곡절을 거친 이 법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안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 제기하고 그 대응 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기대되는 점이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가 대내외의 쟁점으로 비화한 시점에서 북한을 인권 개선의 길로 유도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북한은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국내외의 문제 제기에 대해 주권 침해를 근거로 적극 반대해 온 만큼 앞으로 이 법에 대한 반대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기대하여 북한 인권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려는 『북한인권법』의 실제 적용과 관련하여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우려되는 점이다.

『북한인권법』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바로 북한인권기록보존사무소의 설립에 따른 주도권 논란이다. 이는 이미 입법 과정에서도 논의된 내용이지만 막상 법이 발효된 시점에서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인권기록보존자료가 북한 인권 유린자에 대해 통일 이후 시효와 무관한 처벌을 위한 법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논의에 기초한다. 인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경각심을 갖게끔 하는 것이 인권기록보존소의 기능과 역할로 강조되었다. 인권기록보존소의 생산자료(조사기록)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수사 기능과 조사 기능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 소관 업무로 다루어야 한다는 논리다. 통일부, 법무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함께 대한변호사협회, 통일연구원 등의 기관에서 인권기록보존 사무에 대한 주도적 역할론이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모델은 서독 중앙범죄기록보존소

당초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와 운영은 독일 통일 후 구서독의 1961년 설립된 잘쯔기터의 ‘중앙범죄기록보존소’(Die zentrale Erfassungsstelle)를 모델로 한 것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 우리 정부도 독일 통일 직후 서독의 동독 인권 침해 기록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나 남북관계의 해빙 분위기에서 그 후속 조치는 미루어졌다. 이후 2005년부터 북한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민간 부문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주창했다. 예컨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민간기관으로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사실을 D/B화하여 현재까지 생산한 기록 자료는 1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의해 오히려 민간 기관이 축적한 북한 인권 기록 자료가 사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민간 기관의 인권 기록 조사·분석 사업 시작 후 10여 년이 지나서야 인권 기록·보존 기구 설립 근거를 마련하였지만, 정작 민간 기구의 북한 인권 기록은 배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에서 북한 인권 기록을 위한 공식기구 설립과 운영 방안이 구축되고, 북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기록·보존 방법을 제도화하여 그 공신력을 확보하는 조치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하다. 통일 후 형사소추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북한의 인권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주어 인권 침해 행위를 자제토록 한다는 근본 취지를 달성할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법 시행에 따른 북한 인권 기록을 위한 기구의 설치, 업무와 운영에는 보완되어야 할 점이 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세우고, 법무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인권 기록·보존 사무의 이원적 구조가 효율적인 기록 관리와 활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센터에서 생산한 인권 침해 행위 조사, 증거 수집, 그리고 기록은 법무부로 이관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권 기록·보존 업무를 정치적으로 절충한 것이지만 센터와 보존소의 활동과 업무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절차 마련 등은 미비한 실정이다.

조사활동과 수사기록 관리 및 법적 조치 등에 대한 업무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효율적인 업무 절차를 위한 조율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이 줄곧 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 격한 반대를 해온 태도를 보면, 『북한인권법』의 실행에는 험한 경로가 예상된다. 구동독이 구서독의 중앙범죄기록보존소의 업무에 대해 중대한 적대적 대응을 한 선례는 북한의 부정적 태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도 강구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민간단체 인권 기록 활용방안 보완할 필요 있어

아울러 인권기록보존센터와 보존소의 운영에 있어 기존 민간 단체의 인권 기록 활용방안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비공식적 기록의 법적 한계성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축적되어온 인권 침해 사실의 조사와 기록, 분석의 틀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령에 의한 인권 기록·보존 사무의 공적 범위만을 강조해 민간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 북한 인권 기록을 사장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정의 검증 절차를 거쳐 이러한 기록을 공식화하여야 하며, 인권조사의 면담과 조사 기법을 전수하는 길을 열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모색하여야 한다. 남북관계는 상황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여 왔다. 통일의 길을 닦기 위한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의 영역을 엄격하게 가르지 못하는 상황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차원에서 국제인권 단체와 협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도 민간단체의 중요한 역할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은 과거청산 내지 과도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를 실현하기 위한 유용한 기초자료다. 남북통일 후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과거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조사와 청산은 불가피하다. 북한 인권 기록·보존 자료는 진실규명을 통해 사법적 처벌과 함께 화해·용서 방식에 따른 과거청산 해결에도 필수적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준 마련은 효율적인 인권기록 D/B의 구축과 분석, 그리고 관리 체계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북한 인권 기록보존 업무의 전문성과 체계화는 기존에 축적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도 포함하는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박정원 /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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