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6년 10월 1일

기획 | 북한인권재단 실사구시 활동 위해선?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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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북한인권법 출발, 이제부터 시작이다!

 북한인권재단 실사구시 활동 위해선?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북한인권학생연대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 걷기대회 통일유니워크’에서 학생들이 사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북한인권학생연대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 걷기대회 통일유니워크’에서 학생들이 사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북한인권법』 제10조에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과 그 절차, 재단의 목적 사업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초당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국립민주주의기금(NED)’ 재단을 모델로 하여 설치된 것으로 앞으로 북한 인권 개선 및 증진 활동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북한인권재단은 기본적으로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며, 통일부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를테면 통일부 산하기관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당 법령에 따라 지도·감독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적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출범하게 될 북한인권재단이 보·혁 갈등을 극복하면서 조기에 안착하려면 그래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재단이 남북관계의 변수나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대북 인권 증진 사업을 전개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만일 정부가 사안마다 일일이 간섭할 경우,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이 위축됨으로써 국민 및 대외적 신뢰를 훼손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인권법』 상 북한인권재단의 임무는 북한 인권 실태 및 대북 인도적 지원 수요에 관한 조사·연구, 남북 인권 대화 및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정책 대안의 개발 및 대정부 건의, 그 밖에 위원회가 심의하고 통일부 장관이 지정하는 사업, 위 사업들의 수행에 필요한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되어 있다.

북한 주민 알 권리와 인권 개선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우리가 항시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 인권 상황의 조사·연구를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을 싹트게 하고, 북한 정권이 인권친화적인 행동을 하게끔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인권위원회, 통일연구원, 대학 연구소 등 연구 기관들이 할 수 있는 조사·연구 사업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 대신 실질적으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나 이를 위한 기반 조성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알 권리’나 정보접근권 개선을 위한 사업(대북 라디오방송 지원, USB 및 동영상 자료의 북한 투입·보급 등),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증진 사업, 맞춤형 북한 인권 교육, 북한 인권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그런 구체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공론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단이 직접 국제 세미나를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유수한 국내외의 연구 기관이나 북한 인권 단체들과 공동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에 맞게 신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인권재단은 외교부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인권재단 이사장이 외교관은 아니지만 북한 인권 증진의 일환으로 사실상의 ‘준 외교적 활동’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단의 사업비 중 적지 않은 액수가 민간 단체 지원 예산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는 다시 북한 인권 단체와 인도적 지원 단체로 나뉘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범주의 단체들에 대해 5:5 방식으로 기계적인 배분을 할 것인가의 여부다. 앞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경우 인도적 지원 단체들에 대해선 남북협력기금이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될 것을 감안해 재원 배분 시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금 다수의 해외 북한 인권 단체들이 『북한인권법』에 따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단체에 대한 지원은 과거 우리가 진 빚을 갚는 의미도 있고, 국제협력의 차원에서도 긴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물론 이 때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방향에서 사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재외 탈북자를 돕는 민간단체에 대해 북한인권재단이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인권법』은 이에 호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소위 ‘기획 탈북’을 부추길 것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가 작용했고 여당이 이를 묵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관련 단체들로선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인권법』이 여야의 절충으로 통과된 점을 감안할 때 재외 탈북자를 돕는 단체에 대한 지원은 중·장기적 과제로 접근,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법』의 보완을 통해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전단을 발송하는 단체에 대해서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는 재단 발족 초기부터 직면하게 될 난제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계속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부분의 활동은 당분간 계속 순수 민간 활동의 영역으로 남겨두거나 혹은 재단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엄격한 조건 하에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관련 민간단체와 실질적 협력 방안 고민해야

정부가 오랜 기간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 민간단체(북한인권정보센터 등)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인권법』에 ‘기록 업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제13조 제3항)이 있어 민관 협업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렇지만 민간에서 수행한 조사 결과물은 법적 구속력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조사의 성격마저 갖지 못함으로써 일정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민간단체의 1차 자료를 그대로 옮겨와 활용하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조사 및 문답을 통해 검증하고 가공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부기록물로 전환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더불어 정부는 민간단체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활용하고 이들과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북한인권재단의 사업과 프로그램이 국민적 지지와 성원 아래 실사구시로 알차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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