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너희들 취미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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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0

너희들 취미가 뭐니?

언젠가 다양한 취미활동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바둑에 심취한 아이,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아이, 랩을 사랑하는 꼬마, 춤에 흠뻑 빠진 소녀,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기타 신동,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 외에도 외국어 공부를 취미로 하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과학 실험에 매료되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하여 수상한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북한 아이들이 즐기는 취미생활에 대해서 떠올려보게 된다.

물론 북한 학생들도 취미생활을 한다. 하지만 어떤 활동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어서는 제도가 낳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남한처럼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취미생활은 지역별로 다르다. 북한 사회는 폐쇄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취미가 존재하기 어렵고, 새로운 것을 즐기거나 배울만한 공간도 부족하다.

예술 분야 취미활동, 북에선 대학입시와 군 생활에 도움

북한에 일명 ‘배드민턴 바람’이 분 적이 있다. 아이들로부터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어른들에게까지 퍼져 <조선중앙TV>에서 문화생활로 소개할 정도였다. 이 배드민턴 바람의 근원지는 국경지역이었다. 중국에서 불어온 이 바람이 전국으로 퍼졌고 중국산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이 장마당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배드민턴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취미생활로 변모했다.

내가 자라던 1970년대에는 스포츠 위주의 취미생활이 성행했다. 당시엔 학교마다 체육소조가 활발히 움직였고 시나 군에서 운영하는 ‘체육구락부’라는 것도 있었다. 사회적으로 스포츠 열기가 대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단순히 축구, 배구, 농구를 비롯한 구기 종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활동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시내 큰 학교들에는 권투, 기계체조, 예술체조, 펜싱 소조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예술 분야 취미활동 ‘붐’이 일기 시작했다. 예술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던 김정일이 문화예술인들을 국가적 차원으로 배려했고, TV 공급이 차츰 늘어나면서 예술인들에 대한 동경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이때부터 학교마다 음악소조가 활기를 띠며 춤과 노래, 악기가 아이들의 취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파격적인 무대의상을 선보인 ‘보천보전자악단’, ‘왕재산경음악단’의 등장으로 음악소조는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이 예술 분야 취미활동을 선호한 것은 단순히 TV에 비친 예술인들의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노래를 잘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면 대학에 특채로 입학할 수 있었고, 특히 학교 예술소조에 등록되면 과외노동과 농촌지원과 같은 사회적 동원에서 면제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또 잘만 하면 평양에서 열리는 전국학생소년예술축전에 참가해 TV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특히 간부들과 돈주들은 대학입학도 비교적 쉽고, 군대에서도 편히 복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이들의 취미생활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다수 주민들에게는 엄두내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음악소조에서 성행하는 촌지문화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아이의 취미에 상관없이 쉬운 길을 보장해주기 위해 돈을 쓰는 부모들이 있는가하면, 잘 사는 집 부모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음악 선생들도 한 둘이 아니다. 이렇게 북한에서는 학생들의 취미도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즐길 수 있다.

누가 최신 영화 더 많이 가졌나 경쟁하기도

제도적 문제점도 피해갈 수 없다. 남한에서는 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하고 자유롭게 취미를 즐길 수 있고, 본인이 원하면 오디션에도 나가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학교와 교사의 추천이 있어야 음악소조에도 들어가고 전국예술축전에도 참가할 수 있지, 개인이 마음대로 축제에 참가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일개 예술단체가 개별적으로 하는 오디션은 있을 수 없다.

그나마 최근에는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서 한국과 외국의 액션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격투나 태권도 등을 개별적으로 배우는 학생들도 나타났다. 일요일마다 모여 축구를 하는 학생들, 게임에 빠진 학생들도 종종 있다. 간부 자식들이나 부유한 집 자식들은 핸드폰 연락으로 몰래 모여 한국 드라마나 최신 영화를 보는 취미도 있다. 이들은 누구에게 최신작이 가장 많으며 누가 볼만한 영화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가를 놓고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편차가 큰 북한에서 외부 문물에 영향을 받은 취미를 가진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북한 학생들의 취미’라고 일반화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업의 고단함을 달래줄 취미생활, 북한 학생들도 개인의 흥미에 맞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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