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통일 커튼콜 | “세상을 향해 대한(大韓)을 알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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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커튼콜 | 뮤지컬 영웅

세상을 향해 대한(大韓)을 알리리라!”

뮤지컬 영웅 中

뮤지컬 영웅 ⓒ (주)에이콤

리더십의 부재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한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역사 속 지도자와 영웅들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곧 대한민국의 역사로 남는다는 사실을 혼란스러운 시국으로 인해 깨우치게 됐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와 일본군 ‘위안부’ 합의 논란,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느낀 상실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한국사 강의를 하는 강사가 연예인만큼 유명해졌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힙합과 역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노래를 만들어내면서 다시 한 번 그 불씨를 타오르게 했다. 이 열기를 이어나갈 또 하나의 조합이 등장했다. 이번엔 뮤지컬과 역사의 만남이다. 예술을 통해 전달될 역사 이야기, 우리에게 익숙한 위인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담았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 의거일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9년에 초연한 후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 2011년에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한국 뮤지컬의 힘을 보여줬고, 2015년 2월에는 안중근 의사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개최하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탄탄해진 내용과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영웅>은 오는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영웅 中

뮤지컬 영웅   ⓒ (주)에이콤

숨은 영웅들의 활약과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 그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울린 세 발의 총성. 극은 안중근 의사가 당시 일본 초대 총리이자 제1대 대한제국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거사(巨事)를 성공시키기까지 안중근 의사가 다졌던 다부진 의지와 더불어, 해외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물신양면으로 도왔던 주변 인물들의 활약을 함께 조명한다. 마치 역사 속 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과 같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에 관객들은 100여 년 전 국권을 빼앗겼던 울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속에는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였던 설희, 안중근의 중국인 친구 왕웨이와 그의 동생 링링의 등장은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본 후 복수를 다짐한 어린 궁녀 설희는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에게 정보를 전하는 스파이 역할을 자처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게이샤가 된다. 미모와 춤 실력을 겸비한 설희는 곧 이토의 눈에 들어 그를 보필하게 되고, 하얼빈으로 향하는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 그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실패하자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자결한다.

중국인 왕웨이와 링링도 대한민국 독립 운동사의 숨은 영웅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사할린에서 만난 독립 운동가들과 우정을 키워온 왕웨이와 링링은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돕다가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이다. 친구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든, ‘평화’라는 가치의 수호를 위해서든, 아무 대가 없이 타국의 독립을 도왔던 수많은 외국인들의 숭고한 희생도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숙연해진다.

뮤지컬 영웅 中 ⓒ (주)에이콤

뮤지컬 영웅 ⓒ (주)에이콤

멈추지 말라, 두려워 말라, 너의 뜻을 이루라

뮤지컬 <영웅>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민족의 영웅인 그는 죽음 앞에서도 일말의 두려움 없이 오직 사명을 향해 전진하는 강인한 인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영웅>은 눈앞에서 희생되는 동료들의 죽음을 통탄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해 번뇌하는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는 기도와 함께 “멈추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너의 뜻을 이루라.”고 당부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당시 32세였던 청년 안중근의 고뇌에 인간적으로 공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지만 안중근 의사의 거사는 결국 성공했다. 국권을 침탈한 국가 원수(怨讐)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었다. 안중근 의사는 의거를 일으킨 직후 현장에서 체포돼 뤼순 감옥에 수감됐고, 여섯 번의 공판을 받았다. 사실상 사형이 예정된 상황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재판 내내 당당하고 담대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부터 ‘세계에 뻔뻔스런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속인 죄’까지, 일본이 한민족에 지은 죄를 낱낱이 밝히며 이토를 죽인 15가지 이유를 말하는 안중근 의사의 최후변론은 뮤지컬 <영웅>의 하이라이트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 않았던 안중근 의사는 항소하지 않고 선고를 받아들였다. 그의 어머니는 죽음 앞에 의연히 선 아들 안중근에게 직접 만든 수의 한 벌과 함께 “뒤돌아 보지 말고 너의 큰 뜻을 이루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보내온다.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 지금 이루어졌는가?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를 집필한다. 그가 바라는 ‘동양평화’는 “나는 주먹 불끈 쥐고 한 손으로는 이토를 쐈지만, 내 아들들의 두 손은 기도하는 두 손으로 모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마지막까지 붓을 놓지 못했던 그가 꿈꾸던 동양평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이루어진 걸까?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젊음의 시절에 민족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대의(大義)를 품고 홀로 꿋꿋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간 안중근’의 삶을 떠올려 본다. 두려워도 결코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가 가는 길, 기약 없는 내일과 두려운 미래.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우리 후손을 위해! 시간이 흐르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름도 없겠지만, 오늘 이 순간 후회 없이 살고 싶어.”라는 극중 안중근의 대사 속에 녹아있다. 두 주먹 불끈 쥐고 가족과 형제를 등진 채 홀로 걸어간 길, 이 땅에 태어날 후손에게 온전하고 평화로운 조국을 물려주고자 한 일념 때문이었다. 뮤지컬을 통해 만난 영웅 안중근에게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나눠 져야할 책임을 본다.

뮤지컬  中

뮤지컬 영웅 ⓒ (주)에이콤

제작 / 연출 윤호진

제작 / 주최 (주)에이콤

출연진 안중근 안재욱, 정성화, 이지훈, 양준모 | 이토 히로부미 김도형, 이정열

설 희 리 사, 박정아, 정재은 | 링 링 허민진(크레용팝 초아), 이지민

우덕순 정의욱 | 조도선 노태빈 | 유동하 박종찬 | 조마리아 임선애

최재형 장기용 | 김내관 김봉환 | 왕웨이 황이건 | 외무대신 조영태

와 다 김영완 | 주인 게이샤 김사라

앙상블 고대완, 권오현, 김종준, 김진철, 김창현, 박경수, 박성진, 서재홍, 송효원, 안병우, 안준혁, 엄정욱, 이 강, 이재덕, 정연호, 정일현, 정택수, 최세민, 최영민, 최학수, 함도윤, 김경하, 김순주, 김희연, 손상은, 장은희, 전유리, 정귀희 외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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