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인터뷰 | 재기발랄 청년사장, 요리로 여는 인생 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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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이성진 이야기를 담은 라멘 문래점 대표

재기발랄 청년사장, 요리로 여는 인생 제2!

이성진 이야기를 담은 라멘 문래점 대표

이성진 이야기를 담은 라멘 문래점 대표

Q. 어릴 적 꿈이 요리사였나요?

A.  요리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은 없었어요. 북한에 살던 유년기 시절에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거든요. 다만, 요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확실히 있습니다. 저는 7살 때 2살 터울의 여동생을 잃었어요. 동생이 얼린 배를 잘못 먹고 소화를 못시켰거든요. 당시 어린 동생의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 옥수수 한 개가 전부였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그 때 받은 충격이 굉장히 컸습니다. 아직도 생생할 정도로요. 동생 제사상에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남한에서도 요리에 관련한 학업을 계속해 오셨더라고요?

A.  네, 저는 2005년에 남한에 입국했어요. 당시 15살이었죠. 한국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진로 선택보다는 학교 정규 과정 공부에 집중했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건 요리밖에 없더라고요. 직접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씀 드리고 요리학과가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추천 받아 진학했어요.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각종 자격증도 따고 요리에 대한 기본기를 익혔죠.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경기대 외식조리학과에 입학해서 계속해서 요리를 배웠어요. 하고 싶어도 막상 뛰어들면 내 길이 아니다 싶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요리는 배울수록 즐겁더라고요. 시행착오 없이 적성을 찾은 것이 참 감사했어요.

Q. 남한에서 꽤 오래 생활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A.  학업적으로는 힘들었어요. 외식조리학과 전공이라 요리 수업이 많을 줄 알았는데 교양 수업이 많고, 요리 외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른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히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어려웠어요. 요리 실습 수업은 고등학교 때 이미 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졌지만, 다른 과목들에 대해서는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학점 이수하는 데 의의를 뒀어요.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친구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에 일일이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면 대학 생활이 더 어려웠을 거예요.

Q. 학업 이외에 했던 활동들이 있나요?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자격증이나 공부 이외에 요리에 관련된 활동을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양재aT센터에서 하는 요리경연대회에 출전했어요. 전국의 대학생들이 참가해 본인이 만든 음식을 청중 앞에서 소개하고 심사를 받는 대회였죠. 저는 그때 ‘평양 온반’이라는 음식을 만들었어요. 닭을 통째로 삶아 육수를 낸 후 고기는 먹기 좋게 찢어서 숙주 등을 넣고 끓이는 요리에요. 심사위원분들이 맛보시더니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하시면서 육수 비법을 물어 보시더라고요. 당시에 그 메뉴로 장사를 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육수 비법은 ‘영업 비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알려 드리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심사위원분들이 이해해주셨는지 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처음으로 외부 활동을 통해 상을 받은 것이었는데, 북한 음식으로 받으니 뿌듯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북한 전통음식에 대해서도 더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또한 ‘투어 싸이클’이라는 동아리 활동으로 2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했던 것도 대학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고요.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스폰서와 연결되어 1천만 원을 지원받았던 ‘여수 홍보대사’ 활동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Q. OK 셰프 프로젝트 출신인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원 코리아(One Korea)’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OK 셰프’ 사업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사단법인 PPL, 남북하나재단 등과 함께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사회 적응력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탈북민 100사장 프로젝트’라고도 하고요. 제가 1기생인데, 80명의 지원자 중 최종 면접을 통해 20명이 선발되어 7개월간의 교육을 받았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지인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휴식기를 가졌는데, 복귀를 하려던 찰나에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 기회다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최종 선발되어 받은 7개월여 간의 교육기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요리뿐만 아니라 경영인에게 필요한 교육까지 이 기간 안에 모두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OK 셰프’ 프로젝트를 통해서 창업한 1호 창업자가 됐어요. 최종 선발된 20명 중에서도 취업을 하거나 다른 길로 가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저와 세종대점(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2호점) 사장님이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창업을 했죠.

Q. 메뉴는 교육생들이 직접 정한 것인가요?

A.  그런 건 아니고요. 요식업 창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리와 아이템 선정이기 때문에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전문가와 협의 하에 선정했습니다.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아이템을 찾던 중에 최근 한국 시장에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일본 라면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직접 경영해보니 일본 라면 찾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본점과 상의해봐야 하겠지만 스페셜 메뉴로 북한 음식을 추가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상호명에 걸맞은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가게 운영하면서 별다른 애로사항은 없던가요?

A.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7년 동안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가게만 오픈한다면 잘 운영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고민 없이 도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가게를 열고 일주일 간 운영해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라면 육수를 끓이고, 늦으면 밤 9시까지 집에 못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처음에는 브레이크 타임이 한 시간뿐이었는데, 저녁 장사 시간이 되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다보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걸 느껴 쉬는 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어요. 쉬는 시간을 조정하는 것부터 손님 입맛을 맞추는 일, 매출을 예상하는 일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아직 운영 초반이라 앞으로도 새로운 난관을 겪게 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곧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Q.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A.  가게를 오픈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도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할만한 일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올해 3월쯤에 어렵게 사시는 독거노인 분들을 가게로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때는 라면 말고 된장찌개와 따뜻한 밥을 차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저희 가게 매출 1%를 그분들에게 지원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가게 매출이 늘면 더 많이 지원하고 싶고요. 또 하나의 꿈이 있다면, 나중에는 북한 음식으로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한국에 오신 북한분들 중에도 북한 전통 음식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Q. 요식업을 꿈꾸거나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원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조언해주신다면?

A. 요식업이 정말 만만한 분야가 아닌 건 사실입니다. 이 분야에 뛰어들기로 했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된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12시간 일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11시간은 계속 서서 일해요. 잠은 많이 자면 6시간 자고요. 힘들지만 그만큼의 재미와 보람도 느낄 수 있으니, 중간에 포기하기보다 끝까지 가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주변에서는 ‘사장 나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씀을 많이 해요. 하지만 설사 실패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이 많을 때라 저에게 많이 물어 오는데요, 제가 경험한 것에 한해서는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해요. 많은 위험부담과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경쟁상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역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반가워요. 다함께 잘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시현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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