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2월 1일

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 북한 주민이 최고로 꼽는 커피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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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북한 주민이 최고로 꼽는 커피믹스?

최근 10여 년 간의 북한이탈주민조사에 의하면 굶고 있는 주민은 ‘머저리’ 취급을 받을 정도로 북한 사회에는 이미 자본주의 경제관념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상의 대표적인

‘빈부격차 사회’가 된것이다.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상품이 평양, 신의주 등 대도시와 국경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데, 대표적 키워드로는 ‘아파트, 사우나, 초코파이, 매춘, 빙두(마약), 스마트폰, 대동강맥주, 외국어 공부와 해외유학, 커피, 무역과 해외 일자리’ 등이 있다.

최근 10여 년 간 대도시의 밤은 불을 밝히고 있고, 국경도시 신의주의 밤도 많이 밝아졌다. 평양에는 20만 달러가 넘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시장과 아파트 주변에는 고급호텔과 사우나가 들어섰고, 사우나에서 커피 정도는 마셔야 ‘아랫동네’ 물이든 세련된 평양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 커피 문화의 시작은 한국전쟁 이후 평양에 근무하는 각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북한 고위층과의 회의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부터라는 기록이 적지 않았다. 이후 1959년부터 1964년 약 7만 여 명의 재일조선인이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갔는데, 청진 등에 도착한 즉시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일본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적지 않은 돈과 물자를 받아 부유한 생활이 가능했지만, ‘기호식품’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오후의 커피와 퇴근 후 즐겼던 아사히 맥주가 강렬한 그리움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정전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까지 커피라는 반동문화는 외교관이나 재일동포와 교류하는 당 간부 및 일부 극소수 부유층만 향유할 수 있는 ‘자본주의적 퇴폐문화’였다.

북한의 일반주민까지 오염시킨 것은 개성공단에서 제공하는 기호품이었다. 개성공단의 임금은 한국 돈으로 10만원이 채 못 되지만, 한국 기업들이 북한 노동자의 노동의욕 향상을 위하여 상여금과 더불어 초코파이, 신라면, 믹스커피, 다양한 부식물, 로스(임가공 할 때 남은 원단) 등을 제공했다.

묘향세휘합영회사가 제조해 북한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커피믹스

묘향세휘합영회사가 제조해 북한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커피믹스

 

개성공단 근로자, 커피 등 부식물 받아 장마당에 팔아

필자가 인터뷰한 노동자 20인 기업의 한국인 관리자에 의하면, 북한의 커피 상황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출근하면 매일 커피믹스 100개짜리 1봉지를 음료대 옆에 놓습니다. 그러면 보통 점심식사 이전에 100개의 커피가 동이 납니다. 관리자와 손님을 제외하고 북한 노동자가 평균 4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입니다. 오후에 회사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커피나 다과를 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생활에 적응이 된 후 매일 아침 커피믹스 10개는 내 서랍에 넣고, 90개만 음료대 옆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래야 오후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커피를 한 잔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개성공단이 한류와 자본주의 확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 것이다. 임금의 상당부분을 당과 정부에서 공제하여 실수령액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근무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지급받은 다양한 기호품과 부식물을 시장에 내다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개성공단은 커피와 같은 남한의 한류와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북한 주민의 기호와 의식까지 변화시켰던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전 재일동포들이 평양, 청진, 함흥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피문화를 일부 상류층에 확산시켰다면,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매일매일 시장에 믹스커피를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커피가 북한 사회에 확산된 것은 평양 등에 외국인 방문이 늘어나면서 커피전문점도 생기고 해외체류 노동자들이 커피를 가지고 입국하면서 커피문화를 확신시킨 것과 더불어, 국경도시에서도 주요 상품으로 등장한 것에 기인한다.

개성공단 폐쇄와 더불어 북한 주민들은 ‘한류’에 대한 금단현상을 겪었다. 그러나 ‘돈주’에게 이러한 상황은 돈벌이의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 상품을 대체하기 위하여 북한산 ‘커피, 초코파이, 새우깡, 콜라(미국)’ 등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가 상품 개발을 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시장의 인기상품을 모방하여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산은 북한 생산자가 모방하기에 가장 선호하는 견본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산은 값싸고 질이 좋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고착되어 있는 반면 한국산은 부르는 게 값이며 없어서 못 팔 정도이기 때문이다. 커피라는 노동당의 상류문화가 최근 일반주민에게까지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내 유통 커피믹스 가격정보 (맥스웰하우스 오리지널)

북한 내 유통 커피믹스 가격정보 (맥스웰하우스 오리지널)

39호실 산하 회사, 한국산 커피믹스 모방제품 생산 중

현재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일회용 커피믹스다. 그런데 우측 상단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한의 커피믹스는 외형뿐만 아니라 맛도 한국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사실 중국산 커피가 더 저렴하고 달지만 개성공단과 한류의 영향으로 북한에서는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제품을 최고로 친다.

그런데 한국의 커피믹스에도 등급이 있다. 커피믹스 봉지의 한쪽 끝을 직선으로 자를 수 있게 만든 특허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선을 따라 자르면 봉지를 더 깨끗하게 자를 수 있다. 게다가 봉지 안에는 프림, 설탕, 커피가 순서대로 들어가 있어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특허제품인 만큼 다른 기업은 이를 모방할 수 없으며 기계설비도 차별화되어 있어 고가에 팔린다.

반면에 설탕, 프림, 커피 3가지가 혼합되어 제조된 커피믹스도 있다. 이 경우 특허제품에 비해서는 기계가 간단하지만, 이 역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설탕, 프림, 커피 등의 입자가 서로 달라서 이것을 골고루 배합하여 최적의 커피 맛을 내는 데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에 있어서도 중국산 보다는 한국산이 훨씬 정교하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에서 팔리는 커피믹스는 설탕, 프림, 커피가 혼합된 유형으로 기계는 한국에서 수입하고 원료는 동남아 등에서 더 저렴하게 들여온다고 한다. 4~5년 전 중국 거주 북한 무역업자들이 한국산과 똑같은 커피를 북한에서 생산하기 위해 한국인 사업가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시장조사를 하여 커피믹스를 만드는 노하우를 습득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39호실 산하 묘향세휘합영회사가 커피믹스를 독점 생산하여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이  /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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