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라이벌은 없다’ 푸틴 … 극동개발에 사활 걸었다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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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스트롱 맨, 동북아를 흔들다!

라이벌은 없다푸틴 … 극동개발에 사활 걸었다

 

지난 2015년 9월 3~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지난 2015년 9월 3~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으로 2000~2008년 연임을 했고, 현재 3기째 대통령으로 당선(2012년 3월 4일)되어 2012년 5월 7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1) 푸틴은 강력한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가진 인물로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정치적으로 매우 힘 있는 지도자이다. 지난해 9월 18일 러시아하원(두마)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등 러시아 정치권에서 당분간 그와 경쟁할 수 있는 정당이나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푸틴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2024년까지 재임이 확실시되는 장기 안정정권으로 강한 지도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카리스마적 지도자 2024년까지 재임 확실시 돼

푸틴집권 제3기 러시아의 동북아 외교정책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첫째,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발전에 심혈을 기울인다. 둘째, 러시아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 셋째,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약한 정치적 프로필을 끌어 올리는 외교적 노력을 다한다. 푸틴은 이상의 3가지 방향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극동지역의 사회경제발전을 담당하는 극동개발부 창설, 극동지역 사회경제발전프로그램, 선도개발구역사업(TOR),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 내 동서지역 간의 경제격차 해소, 주민 정주, 아시아 태평양(아-태), 동북아 경제와의 통합을 달성하려는 주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적 관점에서 동북아 지역을 보면, 급부상하는 중국, 경제·기술 강국인 일본, 한반도의 북한 핵문제 해결 및 남북한 간의 협력 등 러시아 극동외교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아태경제권으로의 통합을 실현함에 있어서도 극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외교정책에 있어 푸틴은 3가지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급속하게 발전하는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둘째, 아태지역의 협력체(APEC, G20 등)를 통해 지역 협력을 증진한다. 이들 지역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시키는 한편 투자나 기술도 유치하여 극동지역을 발전시킨다. 셋째, 안보적인 불안정과 위험요인들(북한 핵·미사일문제, 영토문제 등)이 상존하는 동북아 지역 안보협력에 적극 참여한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 이후 중국과의 전략적, 안정적 관계의 구축을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왔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심화·발전시키는 한편,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개발과 발전에 있어서는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지역 및 국제문제 조정 및 해결과정에서는 정책적 협력 노선을 견지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무역의 불균형, 불법인민문제, 불법무기 복제 등의 갈등요인과 더불어 극동지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인구학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극동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민도 떠안고 있다.

러·중의 밀월행보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정세와 연계되어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병합하는 사태로 인해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정책으로 고립되면서 중국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동·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일본·필리핀·베트남 등으로부터 포위공격을 받고 있어 러시아와 같은 우군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러·중 간에도 이해의 대립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이 지적했듯이, 러시아의 고립이 러·중의 접근을 촉진하여, 동북아의 안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계속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극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도 지나친 대중 의존을 원치 않기 때문에 보다 균형 있는 대외관계를 취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 향한 밀월 행보 아태 진출 위한 교두보로

이러한 맥락에서 러·중은 주변국들을 의식해 지나친 의존관계 보다는 실리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러·중이 경제(2015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대중교역은 수출 332억7천만 달러, 수입 347억8천만 달러)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밀착하게 되면, 중국 주변국이 미·일동맹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인 중국이 러시아 편만 들다가 경제적 실리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미·중 통상문제에 대한 대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다.

푸틴 대통령이 대일관계를 개선하려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러시아의 아태 진출이라는 동방 이동이다. 푸틴의 동방 이동은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대두라는 러·일을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다. 러시아는 중국과 정치·경제 양면에서의 접근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싶지는 않아 한다. 특히 에너지 자원을 다각화하려는 일본과 경제 협력을 원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아베 총리도 중국의 대두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어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푸틴은 대일정책에 있어 우선적으로 경제협력이나 인적교류를 통해 양국 간 신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 영토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향적으로 관계개선을 모색할 자세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도 대미관계 개선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어 트럼프 신정부와의 전략적 안정에 관한 대화 재개를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히 했다. 따라서 만약 미·러관계가 개선된다면, 러시아의 대일정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러·일관계를 보면, 지난 2013년 5월 아베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지연되어 온 푸틴의 답방이 아베 수상의 고향인 야마구치현과 동경 도내의 2곳에서 지난해 12월 15~16일 양일간 정상회담으로 이뤄졌다. 해당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3,000억 엔(3조615억 원)의 대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했으나,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양국 간의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분쟁 섬인 남쿠릴 제도(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에 관한 교섭을 추진하는 것에만 합의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에서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남쿠릴 제도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자국의 영토가 되었기 때문에 러시아 법 하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가 분쟁 섬을 불법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일본은 자신들의 법적 입장을 해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러시아 주권 하에서가 아니라 특별한 제도 하에서 공동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대한반도 정책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유지, 남북한과의 균형적인 관계발전,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지대화 및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추구다. 이러한 목표 하에 러시아의 대한반도 접근전략에는 남북한과 정치·경제관계에 있어 우호협력 체제를 추진하고, 동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개발과정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남·북·러 3국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것 등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극동개발 위한 환경, 한반도 안정은 필수적 조건

푸틴은 극동개발과 발전에 한반도의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푸틴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 체제의 연착륙을 바라고 있으며, 남·북·러 협력을 통해 극동 및 나선(나진·선봉)지역의 공동협력 개발에 참여하고자 한다.

이처럼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 및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나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러·중 안보회의에서도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가 동북아 지역의 전략·균형을 파괴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왜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지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해야 하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러·중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미·일·중·러 간 상호균형 관계는 중요하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전략대화 유지 및 관계 개선 모색,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 유지, 일본과의 협력적 동반자관계 구축 등을 통해 현실주의적인 국익 모색과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하고자 한다. 미·러 간의 정세변화로 러시아의 외교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여 러시아의 동북아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신정권은 대러관계에 전반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바마 정권이 추진한 대러 고립화정책이나 대러 경제제재 등의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향후 푸틴이 대미, 대중관계에서 균형외교를 취하는 데 있어 어느 때 보다 외교적 입지가 높아질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

러시아의 대일정책에 있어 일본이 원하는 영토 문제의 진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일 간 분쟁섬에서 공동경제활동과 전도민들의 자유방문 확대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분쟁섬의 주권문제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후자의 경우 비자 없는 자유방문의 조기 실행을 위한 조치들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는 분쟁섬에서의 공동경제활동으로 주택이나 도로, 쓰레기처리장, 수산양식시설의 건설사업 등에 일본 기업이 참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할린 주지사 올레그 코제먀코는 “북해도와 사할린 간 주민의 자유왕래가 실현된다면, 관광객 상호방문의 증가나 기업인들 간의 협력 강화로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의 대립으로 대두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관계 변화 속에서 미·러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예측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푸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주요 역할자로서 좀 더 강화된 관여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 및 발전과 남·북·러 경제협력도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최태강 / 한림대 러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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