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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남조선, 알 것 다 아는데…”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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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4

 남조선, 알 것 다 아는데

남과 북은 분단 7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다른 체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어느덧 ‘남이 아닌 남’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을 가슴에 묻은 채 일상에 익숙해질수록 어쩌면 통일이라는 염원은 한낱 허망한 꿈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현장에서만큼은 통일교육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북한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에서 남한과 통일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북한에서 교육하는 남한을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미제(미국)의 식민지’, ‘괴뢰정권’, ‘불쌍한 남녘동포들’, ‘썩어빠진 자본주의 생활양식’이다. 기존의 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모든 것을 수령의 사상과 영도라는 잣대에 맞춰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노동당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절대로 변할 수 없다.

미제식민지, 썩어빠진 자본주의판치는 날조와 왜곡

북한에는 남한과 달리 통일교육이라는 과정 자체가 없다. 남한에 대해 가르치는 학과목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과목과 사회주의도덕, 지리 과목에서 간단히 가르치는 정도에서 그친다. 우상화 과목의 ‘조국통일’ 부분에서는 통일을 위한 김 씨 부자의 사상과 영도, 이로 인한 성과, 남한 정부의 방해책동 등에 대해 가르치고 사회주의도덕 과목에서는 한국 어린이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지리 과목에서는 한국 지역의 지리와 경제기반에 대해 가르친다.

간단한 설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통일을 위한 건설적인 내용이 아니라 남한에 대한 왜곡된 내용들로 일관되어 있다. 한국에 와 생각해보니 북한의 통일교육은 학생들의 사고를 통일로 접근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남한 정부에 대해 반감을 심어주는 내용에 기초한 계급교양일 뿐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통일관, 대남관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실례로 2000년대에 나온 사회주의도덕 과목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부모 잃은 남조선 어린이들이 피를 팔고 구두닦이를 하면서 불쌍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파도처럼 밀려와 눈 있는 사람이면 다 보았다고 보위부(한국의 국정원)가 아우성칠 정도였는데도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왜곡된 내용들을 한국의 실상이라고 가르치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단에 선 교사가 아이들에게 “한국은 실제로 이렇지 않아. 경제가 발전되고 자유가 있는 곳이야.”라고 가르칠 수 없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저 중이 염불 외우듯 아무 의식 없이 말하면 끝이다. 아이들 또한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아마도 교사나 학생이나 속으로 모두가 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학생들과 경비를 설 때였다.(북한 학교에서는 야간 경비를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서고 이에 학생 인원을 보충해준다.) 아버지가 무역회사 사장인 아이가 ‘남조선 경제가 어떻소, 남조선 전자제품이 어떻소.’ 하며 아버지에게서 들은 말을 자랑스레 늘어놓는 것이었다. 누워서 자는 체하며 듣고 있자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남조선에 대해 들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남조선에는 자가용도 많다느니, 중국 조선족들이 남조선에 돈벌이를 간다느니 하며 남한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쏟아내고 있었다. 속으로 ‘너희들도 어디서 들은 소리가 있긴 있구나.’ 하고 웃기만 했다.

당시 학생들은 중학교 졸업을 앞둔(중학교 5학년) 17살 학생들이라 철없는 애들의 말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나이였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 나쁜 말이라고 아이들을 다그칠 수도 없었다. 남한의 정치 및 경제발전에 대해 다 알고 있는 처지에 교사랍시고 아이들을 제지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 자리에서 내가 아이들을 훈시했다면 과연 그들이 선생님 말씀이 옳다고 했을까? 아마 속으로 코웃음 쳤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북한 현실에서 당국이 아무리 남조선에 대해 왈가왈부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다. 앞에서 머리를 끄덕일 뿐 뒤에서는 어처구니없어 한다.

경제발전상 다 알지만, 교단에 서면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대남관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도 남한의 자유와 경제적 풍요가 부럽기는 마찬가지지만 노동당은 끊임없이 ‘남조선 반동정부’로 가르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 외부정보 유입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남한은 이미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통일은 고통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례로 교사들이 모여 앉으면 남조선에 대해 종종 말을 한다. 전부 남조선 경제발전에 관한 것들이다. ‘일본이 남조선에 기술을 가르쳐 준 것을 후회할 정도로 전자기술이 발전했단다, 동유럽에 가도 온통 남조선 상품들뿐이라더라.’ 하는 말들을 스스럼없이 주고받는다. 또 정치적인 면에서도 ‘저렇게 시위를 하는데 몽땅 잡아가지 않는가?’ 하며 뻔히 정답을 알만한 물음을 넌지시 던지기도 한다.

언젠가 중국에 있는 친척집에 다녀온 한 동료 교사가 ‘연길에 가니 남조선 상품이 깔려있더라, 우리 친척들은 잘 살아서 남조선 상품만 쓰더라, 확실히 남조선 상품의 질이 좋더라.’면서 필자에게 조심스레 남한 얘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교사도 교단에 서면 남한에 대한 왜곡된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 안타깝기만 하다. 교사든 간부든 인민의 마음은 통일로 달려가는데 노동당의 반통일 정책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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