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통통 인터뷰 | “이설주의 물방울무늬 정장 난리 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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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인터뷰 | 박은진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

 이설주의 물방울무늬 정장 난리 났었죠

박은진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

박은진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

Q. 김정은 시대 북한 패션산업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평소 관심이 많은 분야인지?

A. 산업은행은 통일한국 시대를 준비하며 북한과 통일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이번 보고서도 북한의 산업연구 중 하나로, 기존에 진행된 연구가 없으면서도 북한의 사회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찾다가 패션산업을 선택하게 되었죠. 사실 패션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사회 분위기나 정치·경제·사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북한과 같이 통제된 사회에서 패션산업의 변화는 북한 사회변화를 보여주는 좋은 아이콘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 점도 있어요. 연구방법은 <노동신문> 분석과 탈북민 면담을 통한 북한 현지소식을 바탕으로 했고요. 남한과 중국 언론보도 및 통계자료 분석도 병행했습니다.

Q. 김정은 시대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여 북한의 패션을 분석하였는데, 차이점은 어떤지?

A. 과거 북한 사회는 학생에게 교복, 성인에게 인민복 등 실용성과 규격성이 강조된 단일 디자인 의류를 배급했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옷을 입었죠. ‘패션’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남과 다른 특별한 복장은 사상적 변질로 간주되어 의복 단속의 대상이 되고는 했고요.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는 어두운 색상의 옷보다는 밝은 색상,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대한 선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패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남과 다르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사상적 변질로 간주되니 기피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부유함과 개성의 표현으로 인식되어 패션에 대한 욕구가 더욱 표출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성의 바지도 헐렁한 통바지에서 폭이 좁은 직선바지로 바뀌고 있고, 정장의 디자인도 취향에 따라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패션 변화가 눈에 띄는데요. 무릎이 보이는 짧아진 스커트, 하이힐,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모조품 패션잡화 등 과거에 비해 개방화된 여성 패션이 인상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조선옷 품평회도 이제는 한복만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의 여성용 투피스 치마 정장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고 하죠.

Q. 현재 북한의 패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패션의 흐름 자체가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받기에 북한의 패션 변화도 다양한 방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먼저 사회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따라야하는 대상인 최고지도층의 패션 변화가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식석상에 양복을 입는 김정은, 세련된 치마정장을 입고 명품시계와 명품 핸드백을 착용하는 이설주, 한복이 아닌 초미니스커트와 어깨선이 보이는 과감한 의상을 착용하는 모란봉악단 등이 등장하면서 소위 말하는 ‘따라하기 열풍’이 생긴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북한에서 ‘이설주 따라하기’ 열풍으로 그녀가 입은 물방울무늬 정장과 비슷한 디자인의 주문이 폭주하여 장마당에서 천을 구하기도 힘들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규찰대나 의복반에서 미니스커트나 중국산 모조품이 단속되면 ‘이설주 동지가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며 반문한다고 하는데 이런 점에서 북한 사회 내부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죠.

비밀리에 유통되는 남한 드라마, 영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시장화로 인하여 북한의 신흥부유층인 ‘돈주’와 더불어 중간계층의 증대된 구매력도 패션잡화 수요로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고요.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 초기였던 2011년 43만1천 달러였던 보석, 귀금속류 같은 북한의 패션잡화 수입도 2015년에는 170만 3천 달러로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죠.

Q. 소재와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패션산업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 시대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A. 소재 단계에서는 합성섬유보다 천연섬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어요. 과거에는 비포장도로를 걸으면서 먼지가 묻어도 되고 자주 세탁하지 않아도 되는 내구성·내진성이 강하면서 색상이 어두운 비날론, 테트론(tetron) 등의 합성섬유 생산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는 변화된 수요에 부응하여 방직공장에서 활용하는 원자재도 점차 확대되었어요. 피부에 닿는 촉감이 좋고 다양한 색상의 염색이 가능한 면, 인견, 누에고치 등의 천연섬유 활용이 증가한 것이죠. 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서도 관련 설비를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생산된 인견천의 품질이 좋다고 보도되기도 하는 등 천연섬유 활용 증가에 따른 가공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조 단계에서는 공장의 대량생산 제조방식에서 개인수공업자와 공장의 경쟁구도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의류 가공공장들이 2·8비날론연합소, 순천화학연합기업소 등으로부터 원단을 공급받아 같은 옷을 대량생산하여 배급했었어요.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는 개인수공업자의 합법화에 따라 장마당에서 개인수공업자를 통한 맞춤주문 제작이 활발해졌죠. 개인수공업자의 의류 제조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공장도 주문을 받아 제조하는 방식에 돌입하는 등 개인수공업자와 공장이 경쟁구도 양상을 보이고 있죠.

유통 단계에서는 국영유통기관의 배급방식에서 수요에 대응한 공급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여요. 과거에는 국영유통기관에서 전국에 같은 디자인의 옷을 싼 가격에 배급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국가차원에서 개최하는 옷 박람회 즉 북한식 패션쇼를 통해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장 단위 패션쇼 관련 보도의 사진들을 보면 모델이 입고 나오는 옷에 번호가 붙어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그 번호를 보고 원하는 옷을 주문하고 이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죠. 비닐수지로 만들었다고 해서 수지모델이라 불리는 마네킹이 생긴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기성복은 수지모델(마네킹)이나 패션모델을 활용하여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기성복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패션모델이 입고 광고를 해서 판매하는데, 팔리면 쌀 1kg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장마당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개인수공업자를 통해 개인의 수요에 맞게 맞춤 제작하는 방식도 증가추세에 있고요.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북한의 패션산업은 변화된 패션 욕구에 맞추어 소재, 제조, 유통 단계에서 점차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입니다.

Q. 북한 주민들의 패션 변화가 사회적으로 갖고 있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문화 및 산업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는지?

A. 오늘날 ‘패션’은 단순히 생활의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의 현상을 반영하는 아이콘이라 할 수 있죠. 따라서 북한 패션의 변화는 사실상 북한 사회의 변화를 나타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북한 패션산업의 최근 흐름은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전 배급제 사회와 비교하여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획일적인 사회문화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음을 통해 제도적으로는 획일적 통제 국가이지만 개인의 개성 표현이 조금씩 용인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의 패션산업은 대체로 진입장벽이 낮고 소규모로도 진출이 가능한 완전경쟁 시장구조입니다. 현 시점의 북한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죠. 또한 기본적으로 의식주와 관련된 산업이라 대체 산업의 등장 가능성이 낮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패션산업 기본구조 아래 북한의 시장화 확산 현상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방직공장과 개인수공업자가 많은 평양, 신의주, 평성 등 대도시 중심으로 북한의 패션산업 개방화 현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북한의 제도적 한계를 감안할 때 패션산업의 변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패션산업은 유행의 급격한 변화를 동반하는 산업으로 변동성이 매우 큰 업종이기도 하며, 정부 정책 및 규제 환경에 대한 탄력성 측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기 때문이죠.

특히 북한의 패션문화가 아직은 ‘돈주’나 중간계층 같은 부유층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전 지역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패션산업의 변화 흐름이 확산되기에는 제약이 존재합니다. 또한 제도적·정책적 차원에서 패션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재한 것도 지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정책적으로 특정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를 주로 연초에 신년사에서 밝히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신년사에서 경공업이 강조되기는 했으나 북한의 패션산업과 관련되기보다는 임가공 수출관련 산업에 더욱 연관된 것이라 보여요.

실제로 북·중 간에는 중국 기업이 디자인과 소재를 바탕으로 북한의 숙련된 기술 및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임가공을 통해 다시 의류를 수출하는 임가공 산업이 활발하죠. 임가공업은 2015년 기준으로 북한 전체 수출의 29.7%를 차지하고 있고 주요 수출품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가공 산업은 수출 분야에 국한되어 있기에 북한의 내수산업 측면에서 북한 패션산업으로 연결되는 것에는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중국산 모조품이나 이설주를 따라하는 화려하고 세련된 옷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초미니스커트나 영어가 인쇄된 옷, 남한에서 제작된 옷 등에 대한 복장단속은 여전히 존재하는 실정이고요.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 및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인데 아직 북한에서는 패션 교육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제도적 개선 노력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에서 패션산업이 시장화 속도를 앞지를 만큼 급속히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패션산업의 변화가 북한 전 지역에 걸쳐 이뤄지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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