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특집 | 일본, 한·일 현안에 상당한 입장차 … 전문가 위원회로 관계개선 방안 논의해야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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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문재인 정부, 4강외교 지렛대를 찾아라! 

일본, ·일 현안에 상당한 입장차 … 전문가 위원회로 관계개선 방안 논의해야


지난 4월 25일 서울 중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지난 4월 25일 서울 중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지난 5월 9일 한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NHK>나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매체와 몇 차례 인터뷰 할 일이 있었다. 그 때 일본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것은 비교적 중도나 진보성향에 가까운 일본 언론들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반일(反日) 혹은 친북(親北)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본 기자들은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파기 혹은 재협상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한 점을 들며 이전 노무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반일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는 것 같았다. 또한 “대통령에 당선되면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발언으로 인해 친북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듯 보였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인식은 아베 신조 총리를 포함한 일본 정부의 전반적인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아베 정부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전임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대일 정책의 중심적인 정책 어젠다로 간주하고,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아베 수상과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가지지 않았다. 한·일 간 정상회담이 지난 4년간 개최되지 않고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 중지되는 등 경제협력에 차질이 생겨났으며 북핵 문제 등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관련 공통안보 현안에 대한 양국 간 협력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한·일 양국은 지난 2015년 12월에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고 2016년 11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였다. 일본으로서는 이 같은 합의들이 중국이나 북한 정세에 비추어 필요한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성과였다.

문 대통령 반일(反日)’ 아냐 아베 오해 풀렸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던 문재인 후보가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과 GSOMIA의 자동폐기 등을 공약으로 제기하자, 그를 ‘반일’, ‘친북’적 정치인으로 인식하면서 불안감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한 인식 아래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 자신도 문재인 대통령 탄생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외교 정책 공약의 일환으로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본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을 ‘반일’이나 ‘친북’ 성향의 정치인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 전체나, 그의 안보 및 외교 정책을 보좌하는 측근들의 견해 등을 종합해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전반적인 안보전략의 구도 속에서 대일관계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및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중요한 안보정책 및 대북정책의 목표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남북대화와 교류의 재개 등도 중간 단계의 대북정책 과제로 제기한다. 동시에 그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여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 첨단전력 증강에 의한 자주국방 태세 구축도 안보 정책으로 공약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안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를 추진함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우방국가들과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외교 정책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기존의 ‘위안부’ 합의에 이르렀던 과정이나 내용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그에 대한 재평가나 재교섭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경제나 안보 현안들에 대해서는 양국 간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보정책 기조나 대일관계 정책구상들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을 ‘친북’이나 ‘반일’ 성향 정치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한국의 핵심적 안보이익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방 및 외교정책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는 현실주의적 정치가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 및 외교 정책 구상은 당선 직후 행해진 일련의 연설과 조치를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공표한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안보위기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워싱턴과 베이징, 그리고 도쿄에 가겠다고 하였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한·일관계를 포함한 대외정책 전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안보위기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에 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통령의 대외정책 구상은 5월 15일 발표된 미·일·중·러, 그리고 유럽연합에 대한 특사파견 방침에 의해 구체화되었다. 각국별로 전문성과 신망을 갖춘 특사가 선임된 가운데, 일본 특사로서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오랜 기간 역임한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낙점되었다. 문희상 특사 일행은 5월 17일부터 시작된 일본 방문을 통해 아베 총리 등 일본 주요 인사들과 회담을 가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새로운 한국 정부의 전반적인 안보 및 대일정책 구상을 설명했다. 문희상 특사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대다수 한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정상회담을 수시로 가지면서 한·일 간 협력관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하면서 한국이 일본의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략파트너라는 견해를 재확인하였다. 한국 측 특사 일행을 접한 여타의 일본 정계와 재계, 언론계에서도 아마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그간의 오해를 풀고 향후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취임사에서 나타난 신중한 외교 정책 기조 설명, 그리고 특사파견을 통해 나타난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 표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파행으로 치닫았던 한·일관계를 재조정하는 계기를 확보하였다. 그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일본 내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재일교포 등이 피해를 입었던 점을 생각하면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과 일본 간에는 ‘위안부’ 합의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상당한 입장차가 존재한다. 한·일관계의 진전은 향후 양 정부가 이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해 가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한·일군사협정 대북정보 제공 개요 ⓒ평화문제연구소

한·일군사협정 대북정보 제공 개요 ⓒ평화문제연구소

위안부합의와 ‘GSOMIA’ 대응에 한·일관계 성패 달려

2015년 12월 공표된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일본 정부는 제국주의 전쟁 기간 중 한국 여성들을 ‘위안부’로 동원하여 전시 하 여성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1993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 담화나 2015년 8월 아베 총리가 공표한 전후 역사 담화의 인식을 계승하는 부분이다. 둘째,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상처치유의 경비로 10억 엔의 자금을 거출하기로 하였다. 셋째, 양국 정부는 이 기금을 재원으로 재단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위안부’ 합의에 대해 관련 단체들이 수용하지 못하고 반발하게 된 것은 합의문의 내용과 함께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정치세력들이 성실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큰 요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안부’ 합의가 공표된 이후 ‘위안부’ 단체나 피해자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 문제로 인해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3년 이상 갖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일본 측 아베 총리나 측근들 역시 합의문에 명시된 것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예컨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죄와 위로의 서한을 전달하거나, 일본 측 관계자들이 직접 피해자 단체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는 등 성의 있는 행동을 보였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한·일 양측 당국의 정치적 무성의가 비난의 표적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한다고 해서 일본 측이 선뜻 응하거나 더 나은 문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재협상을 제기하는 순간 한·일관계가 또다시 역사 문제에 발목 잡혀 실질적인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위험성도 물론 있다. 이 경우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일본과의 다양한 협력 가능성은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문재인 정부로서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논의에 앞서 우선 ‘위안부’ 합의의 조치가 양국 정부 책임자들에 의해 제대로 이행되었는가를 점검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의 성실한 조치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대일 정책을 전개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일 GSOMIA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능력 증대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으로서도 가장 중요한 안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대북정책 공조 필요성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한·일 간에 체결된 GSOMIA가 자동 폐기될 경우, 한·미동맹의 신뢰성이나 한·미·일 대북정책 공조틀이 약화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적 신뢰성이 손상을 입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일 GSOMIA를 유지해 나가면서 그 효용성은 활용하는 동시에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은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는 방책을 찾는 것이 한국 정부로서 현명한 안보 정책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여러 희망적 징후들이 국내외 정치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을 둘러싼 안보 정세는 결코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의 증대와 이에 바탕한 대남 군사적 위협이다. 핵능력을 고도화해가는 북한에 대응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고려해야 할 안보 및 외교 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을 포함한 국내 안보태세 강화, 전략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 강화, 다자간 안보협력, 그리고 여건에 따른 남북대화 재개 등의 안보정책 수단들을 적절하게 구사해야 한다. 이러한 안보정책 추진에 있어 한·일 간 협력은 여러모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한·미동맹의 후방지원 태세를 강화하는 길이 된다. 또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해서도 한·일관계 개선은 유용하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서도 북한과 납치자 문제나 국교정상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존재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유용성을 한국의 국가전략에 활용하기 위해 우선 당면한 ‘위안부’ 현안 등에 슬기롭게 대응해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왼쪽)이 지난 5월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특사인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왼쪽)이 지난 5월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전문가 위원회의 정책제안으로 국민적 합의 기반 마련해야

그 방안으로서 우선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 발전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위원회는 학계, 정계, 언론계, 경제계, 그리고 기존의 위안부 관련 단체 등에서 한·일관계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사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위안부’ 합의 과정과 조치에 관한 보완사항을 검토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정책제안들을 강구토록 한다. 이러한 검토와 제안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합의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논의하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일본에 제안하고 공동으로 추진해가야 한다. 이러할 경우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대일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내년은 한·일관계에 큰 이정표가 되었던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 발표 2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의 양국 정치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21세기 양국 간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해가자고 합의하였다. 광화문 광장의 민주주의적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원대한 국가전략 추진을 위해 또 다른 동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를 자임하는 일본과 보다 대담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박영준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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