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7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청소년 비행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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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55

북한 청소년 비행 천태만상

학생지도 문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 및 사회적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빚어내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시대와 체제를 막론하고 학생지도 문제는 늘 교육자와 부모의 주된 임무 중 하나였고 사회적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는 북한 교육현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 또래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왕따’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을 때다. 한 지인이 필자에게 ‘북한 학생들은 참 착하지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즉시 ‘그럼요. 왕따라는 걸 모릅니다. 북한 애들은 착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집으로 오는 내내 성의 없이 대답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물론 그분도 교육자가 아니기에 뭔가 구체적인 걸 알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한 학생들의 비행에 자본주의와 경제발전, 자유라는 요소를 감안해서 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변자인 나도 체제적 요소를 감안해서 ‘북한에도 왕따가 있고, 청소년들의 비행이 있답니다. 단,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라고 답변해야 했을 것이다.

왕따를 북한말로 하면?

북한 교육현장에서도 늘 학생지도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또한 북한에도 앞서 언급한 ‘왕따’가 있다. 단, 북한에서는 남한의 ‘왕따’를 ‘모서리’라고 하며,

‘모서리’, ‘모서리주다’ 등으로 표현한다. 즉 사방이 막힌 곳에 왕따 학생을 몰아넣고 무리가 신체적 과격을 가한다든가, 정신적·심리적으로 괴롭힌다는 의미다.

북한 학생들의 탈선 현상도 시대적 변화과정을 거쳤다. 1970~1980년대에는 패를 지어 힘자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970년대에는 북한의 모든 학교, 모든 지역에 패가 있을 정도였다. 패를 지어 학교나 지역에서 서로 겨루고는 어느 패가 제일 세고 누가 제일 센 패의 두목인지 가르는 식이었다. 이들의 탈선 행위는 패싸움, 술, 담배로 국한되었다.

그것 말고는 기껏해야 학교에 자주 결석하거나 수업에 빠지고 공부를 안 하는 게 고작이었다. 통제가 심한 사회주의이다보니 약자를 건드리거나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타락한 생활을 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없었다. 대신 북한은 학생지도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가장 먼저 부모에게 자녀지도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부모를 출당·철직시키거나 농촌 지역으로 추방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로 들어서며 학생들의 탈선 행위에도 일련의 변화가 일어났다. 학교끼리 패싸움을 하는 풍조가 하나 둘 사라져갔다. 물론 여기에는 가족 추방이라는 초강수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본인 한 명 때문에 아무 죄 없는 가족 전체가 심심산골로 추방당하고, 도시에서 간부로 일하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아버지가 호미를 들고 농사일을 하는 꼴을 더는 보기 힘들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탈선 행위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다. ‘왕따’도 있고 무단결석도 있고 술, 담배, 오락(게임), 상영금지된 한국과 외국의 드라마나 영화 시청, 무리지어 음란물을 몰래 보거나 이를 행동에 옮기는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전보다 학생들의 탈선 행동이 더 심각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국경지역을 통해 외부 문물이 들어오고, 공급제의 파탄과 장마당의 활성화로 인한 배금주의가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이다.

결국 탈선 행동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돈이 있어야 게임도 하고 한국 드라마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간부와 돈주의 자식들이 그 중심에 있다. 탈선 방법도 이전 1970~1980년대처럼 겉으로 요란하지 않다. 즉 겉으로 보면 공부 잘하는 착한 학생, 예의바른 학생이지만 뒤에서는 못된 짓만 하는 것이다.

언젠가 청년동맹(학생선도 단체)에 있는 친구로부터 놀라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17~18세의 중학교 졸업반 남녀 학생들이 한 데 모여 술에 만취해 방탕하게 놀다가 청년동맹에 발각된 것이다. 일군들이 해당 학교에 내려가 사태를 파악해보니 기가 막혔다고 한다. 사건에 연루된 학생 대부분은 간부나 돈주의 자식들이었고, 그들 중 한 학생의 생일파티 때 벌어진 일이었다. 자아비판서를 통해 드러난 해당 학생들의 일탈 행동이 너무나 어마어마해 청년동맹에서도 이 문제를 상급에 제기하지 않고 쉬쉬하며 도내에서 얼버무렸다고 한다. 교육자로서 이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우리 아이들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다 얼떨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탈선도 이제는 돈이 있어야

또 언젠가는 중학교 졸업반인 도당 모 간부의 아들이 친구 두 명과 함께 한 여대생을 성추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이 김정일에게까지 보고되었는데, 김정일이 학생 아버지가 당 선전부문에서 오래 일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연대적 책임을 묻지 않고 직위를 유지하게 했다는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 속에서 불평불만이 떠돌았다.

최근의 북한 학생들은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변했다. 중학교 5~6학년쯤 되면 술·담배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술·담배 문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가정집을 털어 텔레비전, 자전거 등을 훔치기도 한다. 거기에 학교에서 강요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형편이 어려운 집 자식들은 무단결근을 비롯해 이래저래 탈선 행동을 하게 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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