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9월 1일

Uni – Movie | 베일에 가려진 국군포로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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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알바트로스>

베일에 가려진 국군포로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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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개봉했다가 조용히 사라진 한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영화 <알바트로스>다. 아마도 대부분 독자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차인표, 이정재, 이휘재, 강리나, 전무송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1주일 만에 단성사, 대한극장 등 대형극장에서 막을 내렸고 서울 관객 공식 집계 9,714명, 전국 3만 관객도 모으지 못했다.

당시 <알바트로스>는 ‘반공 영화’라는 시대적 주홍글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언론에서도 주목받지 못했고 영화계의 반감은 더욱 심했다. 참혹한 흥행 실패는 단순히 반공 영화라는 주제 때문이었을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첫 장면에서부터 1970~198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영화 <배달의 기수>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영화는 1996년에 개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식 연출과 영상미로 일관되어 있다. 게다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미명 아래 시도한 허술한 특수효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탱크로 사람을 깔아뭉개거나 낙태, 학살 등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장면 역시 거부감을 준다.

스토리

영화 <알바트로스>는 국군포로 고(故)조창호 중위의 삶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북한에서의 경험을 최대한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차까지 동원되었다. 1994년 탈북 이후 남한으로 귀환한 조창호 예비역 중위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43년 만에야 북한을 탈출하여 귀국하게 되었고, 그의 입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억류 국군포로들의 비참한 삶이 알려지게 되었다.

주인공인 조경민(차인표 분) 소위가 조창호 중위 역이다. 한국전쟁 중 북한군의 포로가 된 이후 휴전 협정이 체결되지만 국군포로는 송환되지 않고 오히려 북한 내륙지역으로 끌려 들어간다. 조 소위는 포로수용소에서의 폭동 주도자로 낙인찍히면서 내륙지역의 정치범수용소로 이감된다. 두 차례의 이감을 통해 도착한 곳은 북·중 국경선이 가까운 회령 22호 정치범수용소였는데, 이곳은 외부 세계와의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완전통제구역’으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살벌한 감시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인공인 경민은 그곳에서 해군 소령 출신의 국군포로인 함장(전무송 분)과 미군 스파이로 몰려 끌려온 소련 유학생 출신 주형(이휘재 분), 한때 포로수용소 소장이었던 천불(이부정 분) 등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오랜 연적이자 정치사상적 라이벌인 평산(이정재 분)을 수감자와 수용소 보위부장의 관계로 만난다. 정치범수용소 내 탄광에서 연일 강제노동에 시달리지만 탈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선배 구감자인 함장과 함께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페스트 전염병의 창궐로 탈출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균무기 실험으로 인해 희생자가 속출하면서 수감자들은 집단행동에 돌입하고, 수용소 측은 탱크와 총을 앞세워 무자비한 진압을 시작한다. 경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용소에서 탈출해 북·중 국경선에 도달하게 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용소 수비대장이었다. 하지만 경민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국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다. 이제 공간은 바뀌어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이다. 영화는 조경민 소위가 파란만장한 30여 년의 국군포로생활을 끝내고 전역식에서 중위 계급을 수여받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감상포인트

이 영화에는 많은 스타가 출연한다. 당시 차인표, 이정재, 이휘재 등이 군 복무 중이었다는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심지어 배경음악을 담당했던 사람 역시 군 복무 중이던 윤상이 맡았다. 당시 문화계의 반발심이 생각보다 커서 차인표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영화 출연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의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국군포로들의 삶과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체 등 정말 중요한 진실이 폄훼되는 분위기였다. 국군포로와 정치범수용소를 영화에서 다룬 것은 최초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 <알바트로스>의 허술한 구성과 조경민 개인의 삶 일면만 부각시킨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조경민의 눈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국군포로들의 삶과 애환이 좀 더 디테일하게 다루어졌어야 했다. 영화 <알바트로스>가 차라리 인권 영화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면 구닥다리 ‘반공’으로 치부해버리는 역(逆) 선입견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남북 분단의 역사적 질곡 가운데에 놓인 개인의 삶이 진실의 벽 너머에서 통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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