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0월 1일

북리뷰 | 만들어지는 ‘녀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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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만들어지는 녀성!

 전영선 저 | 도서출판 경진 | 2017

<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전영선 저 | 도서출판 경진 | 2017

최근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의 많은 여성들에게 꽤 오랜 시간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이 책은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이 사회에서의 경제활동, 가정에서의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그 안에 드러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 남녀의 시각 차이 등을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 여성의 현주소를 위의 책으로 파악한다면, 북한에서 여성의 현주소는 <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이 한 권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1946년 7월 30일 「조선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이라는 남녀평등법을 시행하였다. 이후 사회주의를 도입하면서부터 가장 강조했던 것도 ‘남녀평등’이다. 남녀평등권에서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그로 인한 생산력의 증대다. 실제 남녀평등권 법령의 실시로 정치적 평등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 활동도 크게 늘었으며 한국전쟁을 겪은 후 생산 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위해 국가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도 하였다.

북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으로 조선 녀성을 보다

노동과 생산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북한은 2010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여 재산 상속에서의 남녀평등, 출산의 자유 보장, 결혼·임신·출산 휴가 등의 이유로 해고 금지 등의 조항을 만들어 여성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 준다.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여성 문제의 본질은 ‘여성에게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를 안겨주고, 온갖 착취와 압박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는 것’, 여성의 자주성 보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먼저 북한에서 제창하고 있는 남녀평등의 공식 담론이 삶의 현장에서 크게 적용되는지 직접 보지 않고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남녀평등의 문제는 법·제도적 문제인 동시에 일상, 즉 문화적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일상에서의 남녀평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영화나 드라마, 연극, 음악 등의 문화 작품이다.

<북한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서는 바로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북한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지도 있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노래 등을 예시로 들며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그 안에서 북한 사회와 여성의 모습을 쉽게 파악하도록 구성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전영선은 <북한의 사회와 문화>, <영상으로 보는 북한의 일상>, <영화로 보는 통일 이야기>, <북한 애니메이션(아동영화)의 특성과 작품세계>, <문화로 읽는 북한>,

<북한 영화 속의 삶이야기> 등의 저서에서 북한 주민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일상의 영역 안에서 여성성이 어떻게 호명되며 어떻게 재구성이 되는지에 대해 안내하였다. 따라서 이 책 역시 북한의 영화, 드라마, 미술, 가요 등의 작품을 통해 북한 당국에서 바라는 여성의 역할과 정책을 문화에 어떻게 관철시키는지 파악하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여성의 만족과 행복은 가정이 아닌 국가에서!

북한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의 작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당의 노선을 선전하고 이를 따르도록 선동하는 것이다. 특히 줄거리의 대부분이 ‘당 정책을 관철하면 살고, 버리면 죽는다’의 주제를 골자로 진행된다. 선군시대 모범 군인을 기다리는 여성, 새마을 운동의 선도적인 여성 지도자, 가정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 현장에서 과학 사업을 완수하는 여성 과학자,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건설에 직접 나서는 여성 근로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여성의 기본적인 만족감과 행복을 가정이 아닌 국가에서 찾는 설정을 지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자립적인 존재이며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여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작품들 속에 북한 여성의 표상인 ‘김정숙’의 이미지를 충복(忠僕)과 헌신(獻身)으로 각인시켜 각종 문화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여성의 역할을 재생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김일성을 비롯하여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에서 강조하는 품성인 ‘과감성’과 ‘결단력’을 김정숙에게도 투입시켜 이러한 성향이 결국 혈통으로 맺어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여성을 소재로 한 북한 가요 역시 우리와 달리 헤어짐이나 이별의 정서는 두드러지지 않으며 대부분 정겹고 경쾌하며 유쾌하다. 특히 정치적 주제를 담은 혁명가요나 송가, 당정책가요가 북한 가요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데, 여기에서도 건설장에서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의 여성성이 강조되는 반면 여린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은 지극히 소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문화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당국의 요구와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것이다. 애초 북한 문화의 목적이 당 정책의 효율적인 전달 수단이니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작품들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여성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미지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으며 저자의 의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주민의 일상과 삶, 특히 여성에 대한 북한 당국의 기대가 무엇인지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일독하는 것이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김슬기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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