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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겨울 스포츠 남북이 이렇게 다르다니!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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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100

겨울 스포츠 남북이 이렇게 다르다니!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평창 동계올림픽이 몇 달 후로 다가왔다. 남과 북에 다 살아봤으나 올림픽은 TV로만 봤지 현장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 더구나 북한은 하계든 동계든 올림픽 자체를 주최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평창 올림픽은 꼭 경기장에 가서 참맛을 느껴볼 계획이다.

그런데 남한에서 동계올림픽을 한다니까 어쩐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각인된 동계올림픽은 러시아나 캐나다와 같은 추운 나라에 어울리는 축제다. 남한은 추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열대지방 사람들 기준에는 한국이 추운 나라일 수 있겠지만 북한에서 살다 온 나에게는 따뜻한 남쪽일 뿐이다. 물론 북한도 한 지맥을 이은 땅이다. 하지만 워낙 영토가 남북으로 길게 놓여 기온차가 크고, 특히 개마고원 백두산 지역 등은 해발이 높아 겨울 날씨가 시베리아와 비슷하다. 그러니 동계올림픽이 북한에서 열린다면 근사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백두산·개마고원, 겨울이 반년 동계 스포츠 최상의 조건

당연히 겨울 스포츠는 북한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기온이 온화하고 눈이 내려도 금방 녹아버리며 겨울도 길지 않은 남한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만한 자연지리적 조건이 별로다. 북한은 다르다. 특히 백두산, 개마고원 지역은 겨울이 반년 정도나 된다. 눈이 내리면 바로 쌓이고 쌓여 어떤 곳은 키를 넘는다. 양강도 삼지연군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10월말이면 눈이 발목을 덮는다. 겨울 스포츠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은 겨울 스포츠 종목의 실력이 매우 뒤쳐져있다. 자연환경은 유리한데 국가적 지원이 열악한 것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북한은 참가하지 못했다.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데다 각 국제연맹에서 와일드카드조차 받지 못했을 정도다. 실력이 얼마나 별 볼 일 없으면 짐바브웨, 인도와 같은 열대지방 국가들도 참가했는데 북한이 참가하지 못했을까.

북한 당국이 말끝마다 노동당의 체육정책과 현명한 영도를 운운하지만 공염불에 불과하다. 경제가 바닥을 쳤으니 스포츠 발전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에 필요한 장비, 시설, 대상물 등에 투자를 하지 못하면 아무리 자연기후 조건이 유리해도 무용지물이다.

겨울 스포츠 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백두산 지역만 가봐도 알 수 있는데, 그곳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스키나 빙고(신발 크기의 널빤지에 미끄럼 방지용 쇠줄과 끈이 달려있어 신발 위에 슬리퍼처럼 신도록 만든 것)를 발에 끼고 산다. 2~10킬로미터 되는 등굣길도 스키를 신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스키를 신지 않아도 걸어가는 법이 없고 눈이 다져진 반들반들한 길을 미끄럼질 치며 달리는데, 걸음을 걷는 것이 오히려 미끄럼질하며 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 그러니 신발 바닥이 빨리 닳아 집집마다 신발 걱정이 태산이다.

스키장으로는 백두산을 낀 양강도 삼지연군 베개봉 스키장이 유명하다. 북강원도에 마식령 스키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베개봉 스키장만한 곳이 없었다. 마식령 스키장은 평양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면이 장점이겠지만 인공눈을 뿌려야 하는 점은 단점이어서 같은 강원도인 남한의 평창과 기후조건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베개봉 스키장은 인공눈을 만들어 뿌릴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눈이 너무 많아 쳐내야 할 정도다.

이 지역 청소년들 중에서 선수 후보를 뽑아 육성하면 북한도 훌륭한 동계스포츠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세계무대에 내보낼만한 쟁쟁한 선수들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비교적 양호했던 시절에는 스포츠 실력이 괜찮았다. 겨울 스포츠의 경우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 명성을 날린 여자스케이팅 선수 한필화가 지금도 북한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남아있다.

내가 살던 곳도 백두산이 그리 멀지 않은 고산지대다. 거기서 나서 자랐지만 나는 스케이트도 스키도 잘 타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타볼 기회와 조건이 안 되었다. 집에 스케이트가 1개밖에 없어 형제들 사이에 서로 더 타겠다고 줄다리기를 해 맏이인 나는 동생들에게 늘 양보만 해야 하는 처지였다. 간혹 형이라고 갑질(?)하면 부모님한테 맏이구실 못하는 놈이라고 욕을 먹었다. 그래서 스키도 썰매도 다 내손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동생들이 끌고 나가 망가뜨리면 고치거나 새로 만들곤 했는데 나무가 없어 옆집 창고에서 훔치다가 발각돼 부모님한테 매를 맞기도 했다.

계절 상관없이 동계 스포츠 즐기는 남한이 부러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 남한의 아이들과 선수들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키, 스케이트, 썰매 등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복장도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초겨울부터 곳곳에 스키장들이 개장하고, 지역마다 스케이트장이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다. 북한에도 평양에 빙상관이 있지만 혜택을 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튼튼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환경과 조건이 한국을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시킨 요인일 것이다. 장차 통일이 되어 북한 사람들도 겨울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통일한국은 북쪽 출신 선수들까지 가세해 세계 어느 나라와 경쟁해도 금메달을 싹쓸이 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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