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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남한산성>은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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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한산성>현재진행형이다

김근식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영화 <남한산성>이 절찬리 상영 중이다. 다소 무거운 역사물임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고 묵직해진 마음으로 상영관을 나오는 이유는 그 영화가 단지 과거 사건의 회상으로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조 인조 시대의 병자호란이 2017년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그대로 투영됨으로써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시점에 강력한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병자호란의 현재적 해석 때문인지 정치권에서는 영화 <남한산성>의 관람평도 제각각이다. 한 인사는 전쟁을 막아야 하는 외교적 노력의 절실함을 영화평으로 내놓으며 전쟁반대와 평화수호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해법을 <남한산성>의 교훈으로 제시했고, 또 다른 인사는 무능한 군주의 책임을 역설하며 안보위기와 코리아 패싱 등에 경종을 울렸다. 병자호란의 비극을 빗대어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현 안보 위기의 해법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 <남한산성>의 정치권 해석은 일면적일 뿐이다. 영화를 통해 여야와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현재 북핵위기의 해법을 고민하는 진지한 계기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영화 <남한산성>이 현 시대에도 현재진행형인 이유이기도 하다.

<남한산성>, 무고한 백성 희생에 대한 통렬한 반성 일깨워

영화 <남한산성>의 1차적 교훈은 무고한 백성의 희생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무능한 군주, 용렬한 신하, 비루한 정치로 인해 정작 조선 땅을 지키고 살아가는 백성들이 무고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정치의 본령이 바로 주권자인 국민을 지키고 보살피는 것이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도성을 버리고 남한산성으로 도망친 군신들은 삼전도의 항복에 이르기까지 백성을 걱정하고 지키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직 명을 섬기는 사대의 정당성을 놓고 하릴없는 논쟁이나 일삼고 군주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결만 존재했다.

나라의 근본인 백성의 안녕은 제쳐두고 소모적인 명분 논쟁과 군주의 목숨 걱정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한 항복과 병사와 백성의 죽음이었다. 삼전도의 항복 이후에도 무능한 군주는 목숨을 보전했고 항복의 대가로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개처럼 끌려갔다.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지금의 북핵 해법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보다 전쟁을 미리 막는 지혜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을 예방하고 미리 막아내는 것이 최선의 안보 정책임은 분명하다. 인조는 무리한 사대논리를 고집하다 대책도 없이 청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굴복하고 말았다. 선왕 광해군의 외교적 지혜를 버리고 명 황제에 대한 보은 논리에 집착하다가 전쟁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북핵문제 역시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북핵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고라도 전쟁만은 막겠다’고 천명한 것은 그래서 옳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북핵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쟁 결사반대의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쟁반대와 함께 외교적 해법이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한다. 광해군의 지혜대로 명-청 교체기에 ‘줄타기 외교’를 통해 전쟁을 막아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미·중 경쟁구도에서 미국과 중국에게 모두 배척당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문제를 외교적 해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맞지만 지금 정부가 외교적 노력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실제 전쟁을 억지해낼 수 있는 확고한 안보능력과 단호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조는 사대의 논리를 내세워 청나라를 오랑캐로 무시하면서도 정작 전쟁을 수행할만한 변변한 군대와 방어력조차 갖추지 못했다. 지금의 북핵위기 역시 핵미사일 능력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김정은이 감히 전쟁을 생각조차 할 수 없게 하는 확고한 대북 억지력과 단호한 응징 의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평화의지와 전쟁반대는 이 같은 억지력과 의지가 없이는 유화적인 나약함에 불과하다. 김정은이 우리를 감히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영화 <남한산성>은 용골대의 침공 이후 제대로 전투 한 번도 못한 채 칸에게 항복하는 비참한 인조의 모습을 그렸다. 전쟁을 수행할 능력도 없는 조정, 서로 책임전가만 일삼는 신하, 전장에 나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군대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무능한 군주와 용렬한 신하와 나약한 군대는 외부의 침공에 항복 외에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다.

정파적 이익 떠나 초당적 협력으로 북핵위기 헤쳐나가야

지혜로운 대통령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 임전무퇴의 군대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이 전쟁을 막아내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요소다. 주관적 의지가 아니라 외교·안보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을 잡을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여야의 정파적 이익을 떠나 북핵위기 해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는 정치여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억지력과 도발 시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진 군대여야 한다. 심화되는 북핵위기 앞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지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남한산성>의 비극이 있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가슴이 답답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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