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2월 1일

콕! 집어 개념풀이 | 장마당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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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어 개념풀이

장마당

김슬기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북한 평양에 위치한 통일시장 ⓒ연합

북한 평양에 위치한 통일시장 ⓒ연합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가 잘 버티고 있는 것은 북한 시장, 즉 장마당이 혼란 없이 예전과 다름없는 물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장마당은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됨에 따라 기존의 농민시장이 확대되면서 불법적 시장으로 그 성격이 변화된 1990년대 북한 시장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2003년 북한은 이같은 불법적 장마당을 종합시장으로 합법화하였는데요. 북한에서 농민시장, 장마당, 종합시장은 경계와 구분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장마당은 시장을 지칭하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지속적인 대북제재 속에서 주민들의 경제사정을 책임지는 ‘장마당’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소유의 사회화와 배급제로 인해 자본주의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는 수요를 만족시키는 물질생산이 충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가의 계획적 공급 이외에도 주민들 간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이 존재해 왔는데요. 북한 역시 1958년부터 개인이 부업을 통해 생산한 농축산물을 농민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농민시장을 통해 계획체계 밖의 상품을 교환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해온 것인데요. 농민시장은 1970년대 후반까지는 대체로 합법적 비공식 경제 활동 공간 역할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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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은 북한 경제의 체질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호주 시드니대 저스틴 헤이스팅스 수석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를 통해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주민들은 자영업과 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곳곳에 생겨난 장마당에서는 주민들이 생산한 생필품과 식량, 중국과 한국에서 수입한 공산품 등이 판매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7년 9월 25일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제난으로 국가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면서부터 농민시장이 합법적 공간을 넘어 마비된 계획경제를 대체해 소비경제를 해결해주는 불법적·비계획적 공간으로 성격을 달리하며 급속히 확대되었습니다. 이 당시 북한 당국은 계획경제의 와해된 물적 토대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무역체계(1991)를 도입해 대외무역을 통해 부족한 재화 유입을 도모하였습니다. 이는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밀무역과 대외무역기관들의 불법 무역활동 확대를 초래하여 농민시장이 장마당화 되어가고, 비공식 경제가 유통부문을 넘어 생산부문으로 확대되어나가는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결국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농민시장의 ‘단순 거래자’에서 점차 대외무역 및 국가재산의 전유·탈취 등을 통해 다양한 물품을 장마당으로 유입시켰고, 수십 번의 교환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와 교환가치를 획득하는 원리를 깨닫고 상업자본을 축적해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2002년 7·1조치와 2003년 3월에 종합시장 상설화를 담은 ‘내각조치 제24호’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공식적인 국가경제 일부로 편입되어 합법화됩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도 김정일 사망 애도 기간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었으며, 최근에는 단속과 통제가 더욱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제 북한에서 시장의 역할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작동의 ‘보조 기능’에서 계획경제를 유지하는 ‘주요 축’ 혹은 ‘상호의존 및 공생관계’로 고착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의 속도 조절은 있을지언정 시장을 통한 밑으로부터의 변화 물결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란 것이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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