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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서로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보고 싶었다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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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마지막회

서로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보고 싶었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지금까지 100회에 걸쳐 ‘남한사회 정착기’ 이야기를 전했다. 그동안 탈북인의 시각으로 남북한 사회를 비교해보며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참 많이 생각했다. 오랜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차이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수많은 공통점도 보았다. 본인은 남한 생활 첫 시작부터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먼저 보고 싶었다. 단군 이래 수천 년 역사를 이어 온 민족에게 분단 70여 년은 긴 아픔이긴 해도 유구한 민족사에 비하면 동질성이 사라질만큼의 긴 세월은 아니다.

분단이 빚어낸 이질감만 보이고 동질감을 찾기 어렵다면 통일은 허황된 기대에 불과하다. 가끔은 통일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위선적이거나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심 가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통일을 서두에 언급하고는 곧이어 남과 북의 이질감을 과대 홍보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과연 통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회의감에 빠져들게 한다.

이질감만 과대 홍보하고선 통일하자?

통일 문제를 다루는 일부 강연, 세미나 등에 참가해보면 통일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분단 유지 당위성을 주입받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언젠가 통일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방청으로 초대된 적이 있었다. 거창하게 준비를 많이 한 듯했는데 패널은 유명 인사들이었으며 스크린에 통일 후 가상현실을 펼쳐 보이는 등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서로 자기야말로 남북의 이질적 측면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듯 뽐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예까지 들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언어의 이질감을 말하면서 북에는 외래어가 없다느니 여성들의 ‘스타킹’도 ‘장화식 양말’이라고 부른다느니 하면서 북한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말들을 열거했다. 대체 그런 ‘북한어’들을 어디서 들은건지 모르겠지만 기가 막혔다. 방청석에 앉은 이들이 대개 대학생들로 보였는데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동족이며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라고 진심으로 말할 젊은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한편 탈북민들 중에도 이질감을 먼저 보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성격과 마인드와 인지 능력, 북한에서의 학력, 경력, 경험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특별히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많이 당한 경우에 그랬다. 물론 정착 과정에 시행착오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거기다 차별까지 받게 되면 남한 사회 전체를 완전히 이질적으로 느끼게 되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 사실 그것이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탈북민 각자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북에서 왔다고 하면 무작정 많이 다르다는 편견을 갖고 곁을 주지 않거나 지나친 동정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혹은 뭘 좀 잘하는 일이 있으면 “북에서 온 사람이 어떻게 그걸 다 할 줄 알지?” 하고 마치 동물원의 곰이 재주 부리는 것을 본 듯 놀라는 태도 같은 건 바꿔야 한다. 칭찬하려면 그냥 같은 남한 사람이 잘했을 때처럼 칭찬해주면 되지 거기에 꼭 “북에선 온…”을 붙여야 할 필요는 없다.

본인은 남한에서 보낸 시간 중 매사에 의도적으로 “도대체 뭐가 얼마나 다르다는 거지?”하는 마인드로 지내왔다. 그렇다고 왜 다름을 보지 못했겠는가. 예를 들면 북한 사람들에 비해 남한 사람들의 개인주의 경향이 강한 것이 달랐고, 탈북민이 남한 사람보다 더 극심한 이기주의에 빠진 것 또한 달라진 모습이다. 또 남한에서 집단이기주의가 문제라면 북한은 기관 본위주의가 문제고, 남한이 치열한 경쟁 사회라면 북한은 충성 경쟁 사회다.

동질성을 뿌리에 두고 상호보완하는 문화 이뤄야

체제가 다르므로 다른 점이 당연히 많겠지만 밑바탕엔 동질성이 깔려있는 것이 남북의 공통분모다. 한민족은 정이 많고, 가무를 좋아하며,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있다. 소를 팔아서라도 자식 공부 시키려는 교육열과 지고는 못 사는 경쟁심, 평소엔 다퉈도 외부세력이 건드리면 뭉치는 기질, 거만하고 흑심 많은 부자를 경계하는 마음 등 동질성을 꼽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이 남아있다. 그 위에 돋아난 이질감은 통일과 함께 극복될 것들이다.

나는 동질성이 더 깊은 밑뿌리가 되고 이질적인 것들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상호보완해가며 더 나은하나의 문화를 이루는 통일을 바란다. 그리하여 통일한국이 패권을 추구하진 않아도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 GDP 1위는 아니어도 충분히 부유한 나라, 자본주의의 단점과 사회주의의 오류를 모두 극복한 나라, 독일통일을 넘어선 성공적인 통일국가, 모든 나라들이 벤치마킹하고자 찾아오는 희망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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