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5월 8일

통통인터뷰 | “DMZ 생태데이터는 한반도 평화데이터입니다” 2018년 5월호

print

통통인터뷰 |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

“DMZ 생태데이터는 한반도 평화데이터입니다”

조두림 / 본지기자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

 

Q. DMZ 생태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처음에는 DMZ가 아닌 임진강을 주로 연구했어요. 제가 20년 전 고등학교 환경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임진강에 탐사를 나가는 ‘임진강 탐사대’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임진강 최상류가 북한이고, 건너편에 철책이 쳐있는데 궁금하더라고요. 이후 민통선으로 탐사지역을 확대시켰고, 2004년에 ‘독수리 생태학교’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런데 학생들한테 독수리를 설명하려니 기본적인 생태환경부터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DMZ 생태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매주 조사를 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현장탐사를 나가면 학생들이 굉장히 흥미 있어 하고,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니까 교육적 효과가 커서 시작했지만, 개인적으로는 DMZ의 생물과 생태환경의 다양성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DMZ에 가면 원하는 생물을 만날 수가 있거든요.

2015년 11월 7일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사천강 하구 생태모습 ⓒ DMZ생태연구소

2015년 11월 7일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사천강 하구 생태모습 ⓒ DMZ생태연구소

Q. DMZ 생태탐사와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DMZ생태연구소는 매주 정기적으로 생태조사를 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탐사를 나갑니다. 소장인 저 혼자 하는 건 아니고, 각 분야의 전문가인 활동가들과 함께 합니다. 겨울철에는 조류 조사를 하는데요. 몇 팀이 동시에 조사를 해서 DMZ 지역에 있는 멸종위기종들을 전수조사하게 됩니다. 겨울철새가 떠난 이후에는 식물 조사를 시작해요. 이때 곤충 조사와 수중생물 조사도 함께 진행합니다.

DMZ 생태연구소 내부 모습

DMZ 생태연구소 내부 모습

연구소는 이렇게 매주 조사한 내용들을 토대로 DMZ 생태환경에 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DMZ생태연구소는 ‘DMZ 수중생물 목록’을 최초로 만들기도 했고, 물장구 서식처도 가장 먼저 밝혀내 알리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학술적으로 등재되지 않은 신종 물장구를 파악하기도 했는데요. 실험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서 아직 준비과정에 있지만, 올해 다시 정밀조사를 거친 후 신종이 발견되면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특히 연구소는 민통선에 많은 둠벙(웅덩이) 조사를 통해 ‘둠벙 유형분류’ 기준을 최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유형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습지 공부에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사실 생태 관련해서 국내 상황을 토대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낸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연구소가 둠벙을 10년 넘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재분석해보니까 독특한 유형이 있더라고요. 현재 ‘람사르습지’가 습지 보호에서 가장 인정받는 국제적 기준이지만 한반도 환경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한국의 습지 유형에 따라서 우수생물이 살고 있는 공간은 따로 있다고 보고, 보호적 가치가 높은 둠벙을 재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한 거예요. DMZ 생태환경을 토대로 우리가 이론을 하나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해마다 조사를 해서 데이터를 업그레이드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밖에 연구소가 매주 조사하는 핵심 목적 중 하나가 좋은 환경정책을 만들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경기도나 파주시, 환경부에 정책 입안 단계에서 DMZ 생태데이터를 주고 제안을 많이 합니다.

Q. DMZ생태연구소에서 조사와 연구 이외에 주력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지난해 8월 13일 DMZ탐사를 나간 '청소년탐사대' 학생들이 집중 연구하는 모습 ⓒ DMZ생태연구소

지난해 8월 13일 DMZ탐사를 나간 ‘청소년탐사대’ 학생들이 집중 연구하는 모습 ⓒ DMZ생태연구소

A.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화된 환경교육 ‘청소년탐사대’ 활동이 연구소 프로그램 중에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청소년탐사대는 25명 정도의 학생들을 선발해서 3년 과정으로 도제식 교육을 합니다. 또한 선발인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선발되면 학생들은 매달 한 번씩 연구소에 방문하는데요. 1년 차에는 소장인 제가 25명의 학생들을 현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생태계 전체 이론을 배우고, 2년 차가 되면 선생님 한 분이 5명 이내로 구성된 팀을 1년 동안 지도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거든요. 또한 2년 차 학생들은 논문을 쓰게 됩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논문을 쓸 수 있는 소스를 준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예요. 그런데 DMZ라는 환경에 생물이라는 가치가 더해지니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논문이라면 골치 아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또한 논문 작성은 생물학적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심화시키는 활동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전문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기도 하죠.

논문 이외에 탐사대 활동 중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방학 때 진행되는 ‘캠프’예요. 여기에서 학생들은 토론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주제가 “통일 후 DMZ 생태보호를 위한 통일 전 정책토론회” 같은 식이에요. 지금껏 쌓아온 생물학적 지식을 토대로 깊이 있게 사회적 담론을 구체화시키는 활동인 거죠. 한번은 서울대 교수님께서 캠프의 강사로 오셨는데요. 학생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고 놀라시더라고요. 청소년기에 벌써 상당 수준의 생태 현장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토론을 하니까요.

이렇게 캠프 등의 경험이 인생의 계기가 되어 환경 분야로 대학 진로를 결정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학생활 중간에 전과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석사 이후까지 동일한 주제로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현장 경험과 동시에 학문을 하니까 그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지적 세계가 엄청나더라고요. 사실적 정보가 워낙 많으니까요.

또한 청소년탐사대 출신 학생들 중에 절반 이상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했는데요. 물론 탐사대 학생들이 대부분 특목고 출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단의 상징 DMZ 현장을 탐사하고 조사했다는 활동의 특수성 때문인지 탐사대 경험을 높이 평가합니다. 한 번은 코넬대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학생이 입학식에서 총장이 특징적인 신입생 2명 중 한 명으로 “DMZ에서 생태조사를 했던 학생”이라며 자신을 지목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소장으로서 청소년 환경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생물의 순환과 공존 원리를 자기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생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전문성과 결합해 사회지도층이 되었을 때 지금과는 다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참고로 청소년 환경교육의 연장선에서 현장체험 통일교육으로써 DMZ 생태탐방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1~2학급 정도로 인원수가 제한되고 현장답사 전 사전 준비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임진강 하구 성동습지 ⓒ DMZ생태연구소

임진강 하구 성동습지 ⓒ DMZ생태연구소

Q. 10년 넘게 DMZ 생태계를 기록하면서 감지된 변화가 있는지, 또한 한반도 통일 이후 기대하는 DMZ 모습이 있다면?

A.  그동안 멸종위기종과 개체수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DMZ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굉장히 다양한 생물권을 가졌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이 다양성은 인류 전체에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잘 보존해야 한다고들 말하죠. 그런데 현장에 가면 달라요. 그 우수한 습지를 개발해서 생태계가 많이 교란됐습니다. 실제로 생태활용 정책이 보존 정책보다 많고요. 90%가 활용, 10%가 보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생태가 미래사회 중요 기술이라는 것을 몰라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 건데요. 당장의 이익을 봐야 더 좋은 정책이라고 믿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량수전이 중요 문화재인데 춥다고 땔감으로 사용하지는 않잖아요. 그대로 둬야 가치 있는 것처럼 DMZ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제일 큰 축제가 인삼축제라 인삼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농업정책으로 DMZ 사과농장도 확대되기 시작했어요. 이 두 가지가 산림훼손에 가장 심각한 원인이 됐거든요. 인삼밭이 늘어나다 보니 습지 등 생물의 주요 서식지가 상당히 파괴됐고, 종 다양성이 떨어졌습니다. 또한 경관적 가치도 나빠졌을 뿐만 아니라 주요했던 원형의 습지들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 이후 기대하는 DMZ 생태계 모습이라면 생태계를 최대한 원형으로 보존하는 것이요. 우리의 DMZ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장소인 동시에 국제사회 생물연구지로써 생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독일의 DMZ였던 ‘그뤼네스 반트’보다요. 이를테면 국내 학자들은 생물 스스로 복원하면 어떤 모양을 갖출지에 대한 실제적 관찰 경험이 없고, 자료도 아주 옛날 것들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 원리가 맞는지 아닌지 생물학적 검증이 없어요. 그런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DMZ는 가능하죠. 통일 후에도 이러한 공간을 남겨둬서 인류에 생물학적 성과를 남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DMZ내 지뢰밭 앞에 진달래 꽃이 피었다. ⓒ DMZ생태연구소

DMZ내 지뢰밭 앞에 진달래 꽃이 피었다. ⓒ DMZ생태연구소

Q. DMZ 생태 연구가 갖는 의미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우리 연구소처럼 DMZ를 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조사해온 곳은 없습니다. 국가에서도 1년에 몇 차례밖에 실시하지 않는데 말이죠. 한 15년 정도 누적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그 자료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굉장히 입체적으로 DMZ를 설명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소 슬로건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DMZ생태연구소”인데요. ‘DMZ 생태자원’이 남북관계에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북이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공동인식을 가질 수 있는 요긴한 자원인 동시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저와 연구소는 그러한 남북 간의 평화 협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DMZ 생태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10년 넘게 매주 해왔던 것처럼요. 충실하게 데이터를 잘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에게 크게 활용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미래에는 DMZ가 군사충돌 지역이 아닌 생명벨트로 활용되었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DMZ를 통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