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5월 8일

글로벌포커스 WHY? | 미래산업 경제패권 놓고 미·중, 제대로 한판 붙다!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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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미래산업 경제패권 놓고

·, 제대로 한판 붙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9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중국 제조 2025’는 중국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하는 산업고도화 전략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2015년 5월 자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10개 핵심산업을 오는 2025년까지 10년간 세계 1∼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10개 핵심산업은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및 첨단 공작기계,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및 하이테크 선박, 선진 궤도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장비, 농기계 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 단순한 제조라인 개량이나 생산효율의 개선을 뛰어넘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 미국 경제패권 뛰어 넘을 야심찬 중국몽

중국 정부의 로드맵은 1단계로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2단계로 2035년까지 제조업 선진국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첨단기술을 끌어올리며, 3단계로 2050년까지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 첨단기술 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미국의 경제패권을 뛰어 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이 된 대표적인 국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양적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질적 성장’으로 경제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한 수단이 ‘중국 제조 2025’다. ‘중국 제조 2025’ 전략은 일종의 중국판 4차 산업혁명 대비 제조업 청사진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3일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들을 발표했다. 관세 부과 대상은 연간 500억 달러에 달한다. 1,300개 품목들은 대부분 ‘중국 제조 2025’의 10대 산업과 관련된 제품들이다. 구체적인 품목들을 보면 전기자동차, 반도체, 고성능 의료기기, 로봇, 항공우주 기자재, 바이오 신약, 해양엔지니어링 설비, 발광 다이오드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다. USTR은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향후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이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의 10대 산업 제품들을 고율관세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미래 산업의 주도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국의 전략은 앞으로 모든 첨단산업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계획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또 지난 4월 16일 북한 및 이란과 불법 거래한 중국 제2의 통신장비기업 ZTE(중싱통신)에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싱통신은 북한과 이란에 불법으로 전자통신 장비를 넘긴 데 책임이 있는 고위급 직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기로 미국 상무부와 합의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고 오히려 해당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보상을 제공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이런 제재 조치가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중 무역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나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태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첨단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디지털 패권’을 선점하지 않으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미국의 강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자국 경제패권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기술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이면에는 미래 기술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실제로 국력과 비례한다고 간주되는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에서도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선다. 중국은 슈퍼컴퓨터 500대 중 35.4%인 202대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143대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슈퍼컴퓨터에 내장되는 칩을 중국이 설계·제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술은 2020년 미국과 경쟁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연 134만 건으로 61만 건인 미국의 2배가 넘는다. 미국이 미래 산업인 AI, 양자컴퓨터, 차세대 반도체, 5G,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자율주행차, 전기차동차, 드론 등에서 중국을 압도적으로 앞서간다고 할 수 있는 분야는 별로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정부가 디지털 분야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자체 혁신 노력보다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술 탈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시장을 개방하는 척했지만 국가적 산업 육성과 해외 기업 규제, 사이버 공격 등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고 트럼프 정부는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부가 현지 기업 합작사 형태의 투자만 허용해 해외 기업의 기술을 자국 기업에 이전토록 강요하고, 미국의 첨단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술을 빼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 불공정 경쟁 이면에 중국 정부 있다

실제로 USTR은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중국의 부당무역 행위 등을 조사해 무려 200여 쪽의 보고서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적시되어 있다. 지식재산권이란 특허권과 상표권, 디자인권, 실용신안권을 아우르는 개념을 말한다. USTR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특허와 상표, 디자인을 베끼거나, 첨단기술을 도용하는 규모가 공정한 무역 질서를 해칠 만큼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외국인에 대한 소유권 제한을 통해 미국 기업들에게 합작회사를 설립해 기술 이전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하여 기술 이전을 압박하기 위해 특허나 행정절차 등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중국 정부의 주도 아래 미국의 기술 기업과 자산에 대한 투자와 인수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첨단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획득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이 불법으로 미국 기업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해 지적재산권이나 기업의 영업비밀을 캐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과학기술 진보와 군 현대화 등을 위해 이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에 주요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도 미국이 앞으로 첨단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차단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AI과 5G,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미국 IT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5G 이동통신기술 선두주자인 미국의 퀄컴을 싱가포르의 중국계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이 인수하려 하자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며 행정명령을 통해 불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퀄컴이 중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가면 중국이 앞으로 5G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반도체, 5G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재무부는 현재 외국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강화하는 방안과 대통령이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허용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경제·법제 수단 총동원 치열한 물밑 샅바 싸움

중국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관세 폭탄’에 맞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4월 4일 미국산 수입품 106개 품목을 25%의 관세 부과 대상(500억 달러 규모)이라고 밝힌 것도 미국 정부의 조치에 상응한 대응을 한 것이다. 구체적인 품목을 보면 대두, 옥수수, 쇠고기, 면화, 담배 등 농축산물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등 자동차와 항공기 등이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농업 종사자들과 제조업 노동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이른바 ‘팜 벨트’(농장지대)라고 불리는 10개 주(州) 가운데 8개 주에서 승리했다. 자동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중공업)의 주력 제품이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텃밭을 공략해 미국 국민들의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대표부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지시하는 등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공언하고 나섰다.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1,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셈이 된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전체 수입액 5,506억 달러의 30%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에 미국 정부 수준으로 대응할 수 없다. 중국의 지난해 미국산 수입액 규모가 총 1,304억 달러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 주석은 지난 4월 10일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시장진입 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적극적인 수입 확대 등 이른바 ‘신(新)개혁·개방’ 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무역 흑자를 목표로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수입을 확대하고 경상수지 균형을 촉진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올해 안으로 자동차 관세를 상당 폭으로 낮출 것이며 다른 분야 상품의 관세도 낮춰 나갈 것”이라면서 “금융시장도 더욱 개방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런 연설 내용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 주석이 강조한 ‘신개혁·개방’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경제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을 주도하는 수호자’임을 자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시 주석이 추가 개방할 것이라고 언급한 금융 산업, 지식재산권 등은 중국이 향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분야다. 중국이 이들 취약 분야에서도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과거와 달리 외국과 충분히 경쟁을 하면서도 자국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하튼 미국과 중국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제패권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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