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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재검토”, “취소”, “재추진” … 롤러코스터 탄 한반도 정세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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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재검토”, “취소”, “재추진” 

롤러코스터 탄 한반도 정세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전날 자신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나온 북한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이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전날 자신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나온 북한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이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 정세가 롤러코스터를 탄 형국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화해’ 담화, 북·미정상회담 재추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이러한 ‘초대박’ 사건들이 불과 2박3일 안에 벌어졌다.

지난 5월 24일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소식으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것도 잠시.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북·미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는 상황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며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초강수’였다.

이때만 해도 한반도는 짧은 ‘봄’을 뒤로 하고 다시 ‘겨울’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통보에 북한이 예상외로 부드럽게 반응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추진되는 쪽으로 ‘유턴’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5월 25일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이 구상하는 북핵 해법인 ‘트럼프 방식’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의 ‘강수’에 더한 ‘강수’로 대응하며 급격히 위기를 고조시키는 북한의 일반적인 패턴과는 확연히 달랐다.

트럼프 방식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좋은 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일(현지시간)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라고 환영했다. 또 당초 예정했던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공개한 지 단 하루 만에 이를 다시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남북 정상이 나섰다.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 이후 하기로 했던 정상 간 ‘핫라인(직통전화)’ 통화도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닷새 안에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두 만나 위태로워 보였던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난기류를 만난 상황에서 다시금 북·미 대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북·미 간 오해를 불식하며 비핵화 담판에 북·미 정상이 예정대로 대좌하게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5월 26일에는 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나흘간의 시차를 두고 북·미 정상을 직접 만난 것은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명운을 가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가 종전과 비교할 때 불안정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월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후속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정들을 불식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뤄내는 것, 그리고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5월 25일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시점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말처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판문점선언에서 이를 명확히 밝힌 추동력이 살아있을 때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까지 견인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는 근거에서다.

대통령, ·미정상회담 직후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나서

지난주 초 이미 워싱턴을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장애물이 되는 북·미 정상 간 불신의 벽을 좀 더 확실하게 허무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 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김 위원장에게 앞선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돕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협상을 하기로 한 것은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 아닌가”라고 말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후속 조처 이행이라는 큰 틀의 합의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발표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북·미 간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인지는 의제 협상을 포함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마쳐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과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환경 아래에서 북·미 참모와 실무진이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해서 큰 판을 흐트러뜨리는 것을 경계하고 우려하는 동시에 서로 양보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언급인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한 5월 24일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관저로 소집해 “북·미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정상 간 직접대화 희망을 밝힌 데 이어 실무협상의 중요성까지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회담과 관련한 북·미 모든 당사자가 자신의 표현대로 ‘유리그릇 다루듯’ 신중한 태도로 회담 성사에 주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촉구’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거쳐서 종전선언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이 이뤄질 북핵 해결 프로세스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필요한 동력을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서도 체제안전 보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북한에 3자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 안전보장 조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합의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5월 27일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저는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데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며 “최고영도자께서는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현재 한반도의 가장 큰 현안으로서 두 축이 비핵화와 평화제체제 구축에 있음을 양 정상이 확인한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두 문제에 대해 논의가 집중된 것은 결국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이 두 현안을 어떻게 배열해 교환할 것인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하고 핵개발 중단을 통해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바라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의 타깃에서 벗어남으로써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두 사안을 어떻게 적절하게 교환함으로써 북·미 양쪽 모두의 요구를 맞출 것이냐에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리비아 모델은 핵무기를 포기하고서 카다피 정권의 몰락이 초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보인다. 반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정권 교체 이전에 미국이 리비아와 접촉해 압축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비핵화를 이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리비아 모델 사례를 북·미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안보 우려 해소라는 두 핵심의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미 간의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두 의제를 조율하는 데 공을 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 신속한 비핵화 진행과 평화체제 구축 병행안 논의

일단 한·미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발걸음도 함께 내딛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반출과 핵시설 폐기 등의 과정을 조기에 진행해 비핵화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검증의 과정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가시적인 핵위협을 제거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조치도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시작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6월 12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식하자는 의지를 모으는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으로 향해갈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 양측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미국 정부는 5월 27일 북·미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는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이번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등 의제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실행계획(의전·경호·보안 등)에 대한 실무회담은 주중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국 측에서는 주한 미국대사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한국계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그 외 미 국방부 관계자 등이, 북측에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이 각각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김 대사는 2차 북핵 위기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 주한 미국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역임하면서 북핵과 한반도 이슈를 좇으며 ‘커리어 외교관’으로서의 궤적을 밟아왔다. 북핵 고도화의 현주소와 비핵화 해결의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의 속내도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 현 국면에서 대북 협상대표를 맡기에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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