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6월 4일

특집 | 평화체제 로드맵 가동? 중국 변수, 전략적 접근 필요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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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기의 담판 …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

평화체제 로드맵 가동?

국 변수, 전략적 접근 필요

정재흥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이어 갑작스러운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재개 가능성 언급이 나오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 속에서 중국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행사장에 참석한 모습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이어 갑작스러운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재개 가능성 언급이 나오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 속에서 중국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행사장에 참석한 모습 ⓒ연합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과 대결의 산물인 판문점에서, 적대적 관계를 종결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포함한 다방면의 남북협력과 교류 활성화에 합의를 하였다. 물론 몇 차례 난항을 겪기는 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관계 개선의 성과를 바탕으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조치 식의 속전속결형과 북한의 단계적 접근(progressive) 동시적(synchronous measures) 조치를 둘러싸고 밀고 당기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먼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폐기하면 이를 검증한 이후 보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방식으로 나누어 비핵화 이행단계와 보상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009년 북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 문제 등으로 북·미 협상이 결렬된 사례가 있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불능화, 동결, 검증, 폐기로 넘어가는 각 단계마다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대북제재 해제와 대규모 경제지원, 한·미연합훈련 축소, 북·미관계 정상화 등)가 없을 경우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추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핵과 ICBM 기술을 확보하고 자국이 핵보유국임을 선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시설 제거, 핵무기 이전, 생화학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어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상당한 갈등과 대립이 예상된다.

, CVID만 강조해선 회담 불발 입장 수정 불가피

이는 과거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경제와 안보의 동시보상인 단계적 접근 및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일맥상통하며 중국이 줄곧 주장한 단계적 북핵 문제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에도 부합되는 조치다. 따라서 미국이 처음부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부터 강조한다면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입장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리비아식 핵포기 의사가 없으면 즉각 북핵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비친 바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향후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동결, 검증, 폐기로 가는 단계마다 한·미 양국 모두 상응하는 조치(대북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축소(중단), 대북 경제지원 등)를 놓고 협상과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4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개인 담화 발표에서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고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다시 고려 할 수밖에 없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5월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역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면서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북한의 입장을 밝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있었고 이에 김계관 제1부상이 ‘위임’에 따른 담화를 낸 이후 분위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현재로서는 북·미정상회담 동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그동안 북한은 여러 차례 과거 이라크, 리비아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의 보다 구체적인 체제 안전보장,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및 안보적 우려 해소를 요구해 왔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의 일방적 조치(선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여 왔다. 결국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제로섬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안보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 해결을 접근해 나가는 진지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조만간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북핵공동검증단 구성(IAEA 단독사찰단 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검증단), 핵시설 사찰 범위와 검증대상, 군사시설 공개 여부 등 매우 어렵고 민감한 문제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비핵화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서는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문제와 분리하여 접근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대북 강경파, 일본 우익세력들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벗어나 다른 문제들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응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미, 남·북·중 혹은 6자회담을 통해 공동의 인식을 창출해야 하며, 긴밀한 정책소통과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비핵화 공통분모 ···4자회담 통해 찾아야

향후 중국과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쌍궤병행을 강조하며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정상 차원의 통 큰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도 곧바로 CVID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어 북·중 양국과 한·미 양국 사이에 전략적 균형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현재 북·중 모두 CVID식 비핵화 해결이 아닌 시간을 갖고 단계별 행동과 신뢰구축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정부가 제시한 핵동결을 입구로 시작하여 궁극적인 비핵화를 출구로 한다는 2단계 북핵 문제 해법구상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논리와 함께 세심한 추진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변수를 적극 활용하여 남·북·중 3자 대화를 통한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북·일, 북·러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과 조만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 방식으로 비핵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행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 안보 구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한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실질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사실 평화체제(peace regime)는 평화협정 체결, 평화 보장방안 마련 등 평화 정착에 관련된 절차, 규범, 협정 등을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모든 문제를 풀기에 앞서 상호 신뢰구축 노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평화협정 과정에는 다양한 이슈와 상호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 각종 이슈별로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고 관련국별로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각종 이슈별 혹은 관련국별로 체결된 평화협정들을 하나의 패키지 혹은 문건으로 일괄 채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논란이 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있어 중국의 참여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의 입장은 1953년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마크 클라크 유엔군(미군) 총사령관,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과 펑더화이 중국 인민군 사령관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라 인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헤이그 육전법규」(1907년)에 의거, 중국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교전 당사자로서 자격·권리·의무와 함께 휴전에 관해서도 법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요 교전 당사자국인 중국이 빠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효력이 없으며 정치적으로도 중국이 제외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수십만 명의 중국군이 한반도에서 희생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이슈이자 중국의 안보적 우려까지도 고려되는 핵심적 사안이다. 특히 중국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가 역내 지정학적 구조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크게 갖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 등 한반도 안보 이슈들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남·북·미·중 4자가 다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 평화체제 이슈는 안보 핵심 사안 예의주시 중

물론 현재 한국은 주한미군 문제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는 완전 별개사안이라 언급하고 있으나 중국은 자국의 안보적 위협요소로 주한미군을 인식하고 있어 서로 상반된 입장과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중 간 협력의 초점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보다 집중하며 한·중관계가 남북, 북·미, 한·미, 미·중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한편 제19차 공산당대회 이후 중국은 과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움)에서 벗어나 시진핑의 분발유위(奮發有爲, 적극 분발하여 성과를 이룸)로의 대외정책 변화를 선언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쌍궤병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진핑 집권 2기를 맞는 중국은 더 이상 주한미군 문제와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만약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대중 포위전략 차원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동맹으로 성격이 변화된다면 한·중관계에도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제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였으며, 2050년까지 기존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 중심의 새로운 역내질서를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적 구상을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은 한반도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으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도 자국의 중장기적 대외전략 및 미·중관계 역학구도와도 밀접하게 연결시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2050년까지 사회주의 강대국 실현을 강조하며 중국 중심의 신형국제관계 질서 구축을 제시한 상황에서 중국에게 있어 한국의 경제적 가치는 점차 축소되는데 반해 안보적 가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는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북·중정상회담에서 나타나듯 남북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변화 과정에서 중국이 주요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특히 향후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자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6자회담 중심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역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이행에 있어 남·북·미·중 4자회담을 중심에 놓고, 가능하다면 남·북·미 3자와 남·북·중 3자회담 등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적극 모색하고 최종적으로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여 더 이상 지정학이 아닌 지경학 중심의 새로운 한반도 번영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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