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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기로에 선 북한 경제, 긴 호흡으로 상생협력 구축해야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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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기의 담판 …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

기로에 선 북한 경제 

긴 호흡으로 상생협력 구축해야

동용승 / 오리엔탈링크 대표

북한 김정은 국무위언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이 5월 26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 김정은 국무위언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 26일 보도했다. ⓒ연합

 

한반도의 미래 운명의 나침반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세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회담 불가를 선언하는가 하면 북한은 이례적으로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유익한 대화가 재개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예정대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남한 및 외국 기자단이 참관하는 가운데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미 간에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하지만, 양국 모두 정상회담 개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리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하면서 실제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담판 짓는 근본적 이유는 결국 경제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를 내세워 미국과 담판을 짓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결국 경제 문제다.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간접적으로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사실상의 개혁과 개방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를 도입하며 시장개혁을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5개의 경제특구와 22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개방하고 외자 유입을 기다리고 있다.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사회주의 경제개발 노선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국제사회와 경제교류를 할 수 있도록 대외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개선 없이 1986년 ‘도이모이’를 추진하지만 1990년대 중반 대미관계 개선 이전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1972년 핑퐁외교를 통해 대미관계를 먼저 개선한 후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개방 초기부터 외자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북한은 1984년 합영법을 도입한 이래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개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미국의 장벽에 막혀 성과를 보지 못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2006년 핵실험 이후 집중된 유엔의 대북제재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교류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영향을 미치는 제재는 미국의 「적성국교역금지법」에 따른 제재일 것이다. 미국과의 적성국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북한식 개혁·개방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시절이던 2014년에 이미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주창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내놨다. 이 연설의 근간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켜 남북한이 함께 경제적 번영을 누리자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 첫째, 평화를 우선한다. 과거에는 경제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우선 평화부터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교류협력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정전협정 그리고 평화협정의 궤도는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작업이다.

둘째는 상생이다. 과거에는 북한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북한의 변화에 맞춰 경제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는 방식이었다. 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전제하고 반강제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지금은 북한 스스로 변화하고 우리는 이를 지원하면서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 이후 한국 경제는 3면이 바다이고 1면은 절벽인, 섬나라 아닌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환경에서 성장 발전해 왔다. 북한이 스스로 문을 열면 한국은 더 이상 섬나라가 아니며 대륙과 연결하는 거대한 시장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 경제는 기초를 다지고 경제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북한을 억지로 변화시켜 강제로 통합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강화하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경제발전을 구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게 된다. 이렇듯 남북한의 상생을 기본으로 한다.

셋째는 동북아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남북한만의 경협을 넘어 동북아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 북한은 동북아 지역의 블랙홀이었다.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력과 경제체제의 차이로 인해 경제공동체를 꿈꾸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북한이라는 블랙홀로 인해 서로의 협력을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시발점을 한반도에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남북한의 8천만 명 시장을 넘어 동북아 5억 명 이상의 거대시장을 꿈꾼다. EU 경제공동체는 동서독 분단 이후 서독의 아데나워 정부가 프랑스와 함께 석탄철강공동체를 내세워 서방국들과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다. 독일 통일과 함께 유럽통합은 가속화됐고, 결국 유럽통합의 중심에 통일 독일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북·미정상회담은 개최 자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이지만 모두가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전제할 경우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변화는 남북한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이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남북한이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모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막혔던 남북경협이 다시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어 있다. 파주의 땅값이 들썩이고,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기대하는 기관과 기업들은 앞다퉈 온갖 대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등 제3국에서는 북한 측과 사업 협의를 위한 접촉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북제재 풀리면 남북교류협력 합의, 시대 맞게 재조정해야

그런데 모처럼 만에 찾아온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히려 차분해져야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기존 남북 간의 합의를 준수하고 우선적으로 연락사무소 개설, 이산가족 상봉 및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인식한다. 북·미정상회담이 긍정적 결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순차적으로 풀려갈 것이다. 그러나 남북 간에는 경제운영 방식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하루아침에 시장경제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남한은 북한의 시장경제 도입을 강요할 수만도 없다. 서로 다른 체제 간에 원활한 경제교류를 가능케 하는 완충장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남북 간에는 이러한 문제에 원칙적 합의를 보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조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북 간에 종전선언과 평화선언을 하게 되면 종전의 내국 간 거래를 지속할 수 있을지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에만 유리한 교역 조건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남북한의 내국 간 거래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경제교류에는 자본의 이동이 필수적이다. 금융거래 방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초기 남북경제교류는 무역과 임가공 사업이 중심이 되겠지만, 대금결제를 위한 은행 간 신용장 개설이 안 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달러 기준으로 결제를 할 때 북한의 시장환율로 할지, 공식환율로 할지도 정해야 한다. 양 환율의 차이가 80배 이상 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교류를 위해 초청장 발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기존과 같이 북한의 민경련이나 민화협을 통해야만 교류할 수 있는 것인지 등등에 대한 재협의가 필요하다. 이렇듯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일부터 우선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개발에 남한의 자본과 노하우는 마중물이다. 남한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과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 경제 개발의 주체는 북한이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 스스로 유무상의 차관을 도입하여 철도, 도로를 깔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도움을 주고, 필요하다면 자본 참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해외무역망을 북한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대북지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에 연탄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 북한에는 연탄을 사용할 시스템이 부족하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지원한 연탄을 부셔서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우리 기준의 대북지원이 아니라 북한 수준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 사업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만, 이미 추진하고 있다. 시장개혁은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기업경영책임제’로 대표된다. 시장의 개인자본도 국가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5개의 경제특구와 22개의 경제개발구를 열어놓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은 사실상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내부적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의 성과를 거두는 데 홍콩 및 화교자본에 대한 우대정책을 비롯하여 수많은 법과 제도, 시스템 구축이 수반됐다는 점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중국만 하더라도 경제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 남한이 이를 대신할 수 없다. 북한 당국 스스로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경제제재만 풀리면 해외자본이 물밀 듯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해외자본이 북한에 들어올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북한 몫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은 변화를 거부해 왔고, 외부세계는 북한을 억지로 변화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북한적 특수성이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적 특수성은 오히려 북한이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외부의 변화 요구로부터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수많은 규제와 비관세 장벽을 만들어 왔지만, 이제 규제와 비관세 장벽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남북경협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을 위해 북한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일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만, 북한 스스로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국제금융기구, 외국정부로부터 유무상의 차관을 도입하려면 북한의 신용이 좋아야 한다. 초기에 북한의 신용도를 보완하는 데 남한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남한의 자본을 마중물로 하여 국제자본을 유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남한의 전문가들과 각종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주체는 북한이다.

개발 주체는 북한 초기 신용도 보완에 남한 조력해야

북한은 그동안 무상으로 받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변화를 생각하지 않았고 국제사회는 무상지원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스스로 변화를 택하고 있다. 그에 따른 보상이 수반되겠지만, 북한의 경제개발 모델을 상품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단 사례를 보면 북한은 개방을 거부하지만, 남한 기업들에게 특별히 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땅과 인력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성공단 개발 자체를 남한 자금으로 했다. 그러나 다른 특구 지역들은 다르다. 북한이 공단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과 기술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요구한다면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지만, 공단 개발을 남한 자본으로 전부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한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모처럼 만들어진 기회를 적극 살려 나가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의 자본은 물론 국제자본이 활동하는 마당을 북한에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초부터 잘 다져야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개혁·개방은 경제 운영시스템이 다른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과의 경제교류를 위해 시스템과 운영방식을 일부 바꾸는 작업이다. 북한이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국제사회와 교류하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동북아의 협력이 가능해지고 한반도는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숨을 길게 쉬고 인내를 가지고 지금까지의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평화의 과실을 효과적으로 따먹기 위해서 남북한은 평화의 나무를 건강하게 키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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