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8월 2일

특집 | 선제적 헤징(hedging) 전략으로 외교 공간 확장한다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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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사람번영 그리고 평화 … 신남방정책의 미래는?

선제적 헤징(hedging) 전략으로

외교 공간 확장한다

최원기  /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책임교수

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해 11월 14일(혅시각)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해 11월 14일(혅시각)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초 인도와 싱가포르 공식방문을 통해서 양국과의 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향후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인적교류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에서 공표한 신남방정책은 구상 단계를 넘어서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아세안 및 인도를 핵심 협력대상으로 하는 신남방정책은 유라시아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신북방정책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 대외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은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과 인도와의 경제관계를 향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대외경제정책이자 이들 지역 국가들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4강 중심의 기존 외교를 넘어서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새로운 외교자산을 구축하고자 하는 외교다변화 전략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 주변 4강 넘어 새로운 외교자산 구축 전략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일방적인 보복으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본 최근의 경험은 특정국에 과도하게 치우친 경제의존도가 우리의 경제적·외교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신남방정책은 우리의 대외경제관계를 아세안과 인도로 다변화하여 대외경제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구하고자 한다.

특히 향후 인도와의 경제협력 확대는 신남방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경제가 저성장 추세에 접어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신흥국가다. 향후에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거대시장이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광대한 국내시장 및 수요를 가진 인도와 기술, 자본 및 풍부한 경제개발 경험을 가진 한국의 경제적 상호보완성은 매우 높다.

이번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서 모디 인도 총리가 제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Make in India’ 정책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현재 연 200억 달러 규모에 머물러 있는 양국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인도 시장에 대한 진출을 보다 본격화하기 위한 중요한 경제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남방정책이 대외경제정책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다변화가 신남방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외교·안보적으로도 신남방정책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중 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는 동북아 역학구도에서 한국 외교의 새로운 헤징(hedging) 전략으로써 신남방정책의 외교적 의의는 매우 크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긴장완화 국면이 조성되고, 북·미 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등 한반도 정세는 매우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기존 미국 주도의 동북아 역학구도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공세적 대외정책을 통해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양 강대국은 한반도 비핵화, 대만 독립, 남중국해 영토갈등, 이란 제재 및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중동 문제, 그리고 최근 무역불균형을 둘러싼 무역분쟁 등 다양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를 중심으로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간 대결구도의 격화는 향후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게 새로운 외교적 위험요인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점에서 외교적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전략 즉, 헤징전략으로 신남방정책의 외교 전략적 중요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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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 간 상호배타적 경쟁구도로 빠르게 전환 중

중국은 지난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핵심 대외전략으로 격상된 일대일로 구상(Belt and Road Initiative)의 본격화를 통해 인도양에 대한 경제적·전략적 진출 확대, 역내 경제 네트워크에서 허브의 입지 강화 등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새로운 지역구도 구축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 1인 집권체제를 구축한 중국은 자국이 동북아에서 중심이 되는 ‘인류운명공동체’를 강조하면서 강대국으로서 미국으로부터 역내 영향력을 인정받으려는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과거의 ‘도광양회’ 전략, 즉 ‘조용히 숨죽이면서 실력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동북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공세적이고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자국의 대외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시진핑 체제 아래 중국은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의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적 대외 전략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2018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및 2018 미국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에서 중국을 남중국해, 인도양 등에서 기존질서(RBO,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무시 및 회피하려는 수정주의(revisionist)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장기 전략 경쟁을 최대의 안보 도전으로 간주하기 시작하였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을 공공연하게 표방하는 중국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태평양사령부(Pacific Command)의 이름을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 Pacific Command)로 변경하는 등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전략 개념인 인도-태평양 구상(Indo-Pacific Strategy)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최근 미·일·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QUAD)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동북아 역학구도는 미·중 간 상호배제적, 상호배타적인 지역구도(regional architecture) 구축을 위한 지정학적 경쟁구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제기한 인도-태평양 구상은 자유주의적 규범과 항행의 자유 등 규칙기반질서(RBO) 같은 규범적 가치 및 해상안보, 해양협력 및 해상수송로(SLOCs)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해양 중심의 지역 전략 성격이 강하다. 아직은 그 실체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보다 구체적인 대중국 견제 전략으로 더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개념이다. 특히, 인도-태평양 구상의 발표와 함께 지난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범한 미·일·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는 당장 높은 수준의 대중국 안보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으나,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안보적 목적을 공유하고 있는 미·일의 제안에 인도·호주가 동의함으로써 중국 견제 심리를 구심점으로 4개국 안보협의체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중 간 대립과 경쟁이 강화되는 동북아 역학구도에서 일본과 인도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07년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을 주창해 온 일본은 최근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항행의 자유’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RBO의 강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계하는 인프라 개발 등 역내 연계성(connectivity) 강화, 그리고 아세안 및 인도양 지역 국가들의 해상안보 및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 지원 강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향후 중국의 부상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및 인도양 지역에 대한 해양 진출 확대에 위협을 느끼는 인도 또한 인도양 지역의 해양안보 확보에 대외정책의 중점을 두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 및 이를 위한 미국 및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동북아 역학구도에서 신남방정책은 미·중 대결구도의 강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위험을 줄이고 아세안 및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강화를 통해 우리 외교의 활동공간과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선제적 외교 전략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중 강대국 간 대립구도가 격화되는 것은 한국과 같은 역내 중견국에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중 간 대립구도에서 원하지 않는 외교적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강대국의 협조체제, 즉 미·중 양 강대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역내 안보사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중소국에 강요하는 상황 또한 우리에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남방정책은 이러한 강대국 주도의 지역질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강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역내 다자적 질서 구축을 통해 외교적 선택 공간을 넓히기 위한 선제적 헤징 전략의 의미가 매우 크다.

신남방정책, ·중 공통분모 확대할 포용 전략으로 수렴돼야

이러한 차원에서 향후 신남방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추진함에서 있어서 다음의 외교 전략적 고려를 우선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향후 미·중 간 상호배제적, 상호배타적인 지역구도 구축 경쟁을 완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지역구도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구도의 개방성과 포용성의 관점에서 양 구상 간의 연계성과 접점을 적극 모색 및 확대하는 역할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남방정책의 추진을 통해 우리의 이해를 대변하고 반영할 수 있는 지역구도 형성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외교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즉, 미·중 어느 일방의 지역 전략에 참여·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양 진영 간 공통분모를 확대하고, 미·중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공존지향적 지역공동체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남방정책의 외교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셋째, 신남방정책을 통해 우리는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내실화하고 양자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 중심의 지역질서가 아니라 중소국들의 이해를 반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자적 지역구도가 형성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신남방정책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와 이해를 넓히기 위한 외교 전략의 의미도 크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협상이 매우 중요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기반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신남방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국제적 지지기반 확보 노력 또한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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