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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비핵화, 평화, 통일과 제2의 광복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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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핵화, 평화, 통일과 2의 광복

손재식 / 통일한국포럼 회장(제10대 통일부 장관)

어느덧 조국 광복 73주년이 되었다. 환희와 감격에 겨웠던 옛적이 이미 먼 추억이 되었다. 한편 광복과 함께 시작된 조국 분단의 비극과 시련도 어언 73개 성상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는 치욕적인 일제 식민통치 기간의 곱절이 넘는 긴 기간이다. 울분과 통한과 고난에 찬 기간이다. 과연 이 기간에 우리는 한반도 전역에 걸친 참된 광복을 실현하였는가?

그 답은 광복이라는 어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복은 글자 그대로 빛을 회복하는 것이다. 암흑사회를 광명사회로 바꾸는 것이다. 비록 일제의 쇠사슬에서는 풀려났지만 수천만의 동족이 또 다른 쇠사슬로 묶여 있다면 그 사회는 결코 광명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오로지 인간의 존엄성을 발현할 수 있는 자유와 정치적 평등과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만이 광명사회가 될 수 있다.

진정한 평화·통일운동으로 미완의 광복 완성해야

미완(未完)의 광복을 완성된 형태의 광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진정한 평화운동과 올바른 통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는 기본적으로 전쟁의 부존재를 의미하고 또 그것이 절대적 조건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폭압과 기아와 정치적·시민적 인권의 유린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예의 평화, 노예상태가 되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노예되는 통일, 노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일은 올바른 통일이 아니다. 오직 인간이 존중되는, 인간다운 민족생활을 할 수 있는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것만이 제2의 광복운동이 된다.

평화와 통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평화가 있는 곳에 평화적 통일이 있을 수 있고 통일이 있는 곳에 항구적 평화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평화 노력과 통일 노력은 동시에 일체적으로 경주되어야 한다. 평화 노력과 통일 노력을 경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폭적인 교류와 협력이다.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의 고도화를 통하여 상호의존관계가 심화되면 경제적·사회적 통합이 진전되어 서로 전쟁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류와 협력을 근본적으로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통일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의 핵무장이다. 경제적 교류와 협력으로 조성된 재원이 핵무력 강화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될 때까지 국제경제제재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핵무장은 대외적으로 침공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국제제재를 계속 받으면 민생고가 가중되어 대내적으로 정권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구소련은 핵무기가 없거나 부족하여 붕괴된 것이 아니다. 반면에 북한에 핵무기가 없고 한국에 전술핵이 배치되었을 때에도 북한이 한·미의 침공을 받은 일이 없었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북한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핵보유국들은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들과 공인 받지 못한 3개 민주국가들뿐이다. 기습침략을 한 바도 있는 1인지배 하의 세습독재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한 사례는 오직 북한뿐이다. 핵무기는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최고지도자가 이성을 잃거나 오판을 하거나 지휘계통의 의사소통에 착오가 있거나 불의의 사고에 의하여 오용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북한이 진실로 비핵화를 할 뜻이 있으면 하루 빨리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여 IAEA(국제원자력기구) 등의 일반사찰뿐만 아니라 미신고 핵에 대한 특별사찰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검증이 뒤따르지 않는 비핵화 약속은 무의미하고 검증을 거부하는 비핵화 주장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북한에 대한 미국 등의 체제보장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 다만 어느 쪽이 선이행을 하고 어느 쪽이 후이행을 할 것인가는 양측의 국제적 공신력을 고려해서 해야 할 것이다.

한국, ·미 간 중재역 넘어 주체적 역할에 충실해야

일반적으로는 공신력이 없거나 약한 쪽이 먼저 이행을 하고 공신력이 강한 쪽이 뒤에 이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엔 결의에 의한 국제제재를 받는 쪽이 먼저 의무이행을 하는 것이 순리이기도 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완전한 비핵화가 확인되기 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거나 제재 등 협상의 유력한 레버리지를 소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교류와 협력을 미리 협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좋으나 그 실행은 비핵화 후에 제재해제와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핵화는 세계적 핵비확산체제 유지의 지도국이자 북한 체제보장의 힘을 지닌 미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으나 잠재적인 최대 피해당사국인 한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가장 큰 재앙을 겪게 될 나라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중립적 입장에서 하는 중재역보다는 주된 이해당사국의 입장에서 하는 주체적 역할에 더욱 충실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제2의 광복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이를 통한 평화통일 실현만이 그 길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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