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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 평양의 시간에 서있을 그 날을 기다리며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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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평양의 시간에 서있을

그 날을 기다리며

이희은 /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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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평양 가보고 싶다” 몇 해 전, 갑자기 이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꼈던 적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에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타인에게는 낯선 말일 수 있었을 것이다. ‘평양’은 우리 사회에서 그런 곳이다. 대한민국 여권으로 187개국이나 여행 갈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북한은 자유롭게 갈 수 없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단 246km라고 한다. 통역도 필요 없이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의 도시를 우리는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는 이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한 언론인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여권을 들고 단독으로 평양의 이모저모를 촬영한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는 미국 영주권자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6차례 북한을 방문해 평양, 원산, 마식령스키장, 묘향산, 남포, 서해갑문 등지를 취재했다고 한다. 그는 평양을 취재하는 동안 보고, 느끼고, 경험한 평양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기자 출신 저자,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변이었다. 대동강이라고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서울의 한강 둔치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우리의 문화와 정서는 ‘하나’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외에도 외지인에게 최초로 공개된 옥류관과 청류관의 주방 내부, 작년에 완공된 여명거리 73층 아파트 내부 등은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있다. ‘이렇게 사람 냄새 난다고 말하는 평양 또한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휴대폰 사용과 택시 탑승을 자유롭게 하고, 초고층 아파트에서 살며, 상점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은 특정 계층이지 않을까?’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대동강변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어르신,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젊은 커플, 하하호호 떼 지어 등교하는 어린 여학생들, 퇴근 후에는 식당에 들려 맥주와 피자를 먹는 직장인들의 장면은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음에도 ‘북한’이라는 그 하나만으로 계속된 의구심을 읽는 내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반공교육을 받지 않은 젊은 세대임에도 여전히 냉전적 사고를 쉽사리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교적 읽기 쉽게 쓰인 글과 많은 사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우리의 현실이자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나타난 평양은 평온했으며,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민족이었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서로 오가며, 만나야 한다. 그렇게 우리 안에 쌓인 감정을 풀고 서로 다가가야 마음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가깝고도 먼 평양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평양으로, 평양의 시간에 내가 서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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