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1월 6일

글로벌포커스 WHY? | 슈퍼파워 미국, 에너지까지 한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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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슈퍼파워 미국

에너지까지 한 손에!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셰일 오일의 발견과 채굴량의 증가로 미국의 원유 가채매장량이 기존 1,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 몬태나주 베인빌 유전에 설치되어 있는 시추장비의 모습 ⓒ연합

셰일 오일의 발견과 채굴량의 증가로 미국의 원유 가채매장량이 기존 1,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6월 미국 몬태나주 베인빌 유전에 설치되어 있는 시추장비의 모습 ⓒ연합

퍼미언 분지(Permian Basin)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접경에 있는 지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퇴적암층이 있다. 가로 400㎞, 세로 480㎞에 달하는 이 분지에서는 미국에서 셰일오일(shale oil)이 가장 많이 생산된다. 셰일오일은 퇴적암 또는 혈암(頁巖)에서 추출되는 원유를 말한다. 셰일오일은 채굴이 어려운 데다 개발비도 만만치 않아 방치됐으나 새로운 채굴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통적인 에너지인 원유를 뛰어 넘는 에너지로 급부상했다.

셰일오일 채굴에 사용하는 기술은 수압파쇄와 수평시추다. 수압파쇄는 수직으로 뚫은 시추공에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섞은 혼탁액을 고압으로 지하에 투입해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켜 원유를 뽑아내는 공법이다. 수평시추는 채굴 파이프를 암석층에 수평으로 삽입해 유전의 표면적을 최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퍼미언 분지에 매장된 셰일오일은 600억~700억배럴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의 매장량(750억배럴)을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에 버금가는 규모다. 시장가치로는 3조3천억달러에 달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셰일오일 , 최대 산유국 등극

미국 곳곳에서는 셰일오일이 속속 발견되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채굴할 수 있는 양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원유 매장량이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미국의 가채매장량(Recoverable reserves)을 2,640억배럴로 추정했다. 가채매장량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추가 가능한 원유 매장 규모를 말한다. 석유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산유국 경제의 장기 건전성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쓰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120억배럴, 러시아는 2,560억배럴이다. 미국의 가채매장량 추정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바로 셰일오일 때문이다. 미국의 가채매장량은 3년 전만 해도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훨씬 적었다. 실제로 미국의 원유 매장량 중 절반 이상이 셰일오일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셰일오일 덕분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 1, 2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1973년 이후 45년 만에 다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미국은 1974년 옛 소련,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추월당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다. 미국의 지난 8월 산유량은 같은 기간 러시아의 1,080만배럴보다 20만배럴이 더 많은 1,100만배럴을 기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량을 추월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천만배럴 수준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미국이 내년에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국제에너지기구(IEA)와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내년까지 추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지만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당분간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OPEC 중심의 석유패권이 흔들린다

미국이 앞으로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윙 프로듀서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자체적인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유국을 말한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스윙 프로듀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이다. OPEC은 1970년대 전 세계 산유량의 절반을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4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1960년 9월 창설된 OPEC은 그동안 국제유가를 조정해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앞으로 OPEC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할 경우 스윙 프로듀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미국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 부문의 에드워스 모세 대표는 “OPEC이 더 이상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셰일오일이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균형을 좌우할 최대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전 세계의 석유패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에서는 2009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국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내놓은 세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711억Bcf/d의 천연가스를 생산했다.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수치다. 러시아도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이 전년 대비 8.2% 증가했지만 하루 평균 615억Bcf/d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증가는 셰일가스 생산 증대에 따른 것으로 2008~2015년 기간 중 셰일가스 생산 규모가 50% 증가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2025년까지 자국 내에 천연가스 생산의 2/3를 담당하며, 향후 셰일가스 비중은 2050년까지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미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원유수출량이 전 세계 원유수출량의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미국의 원유수출 물량은 일평균 176만배럴로 2015년 46만5천배럴의 4배 가까이 확대됐다. 수출 대상국가 역시 캐나다 중심에서 아시아 및 유럽국가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하루 평균 1천배럴 이상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는 지난해 36개국이나 됐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이 21.4%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19.0%), 이탈리아(9.3%), 영국(7.7%), 한국(7.6%) 등의 순이었다.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2015년 1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40년간 이어져온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한 이후 50만배럴에 불과했다. 천연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가공돼 수출되고 있다. EIA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 내에서 신규 LNG 생산설비가 증설되면서 지난해 LNG 수출이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한 1.94Bcf/d를 기록했다. 멕시코 수출 물량이 전체의 22%를 차지했고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41%를 수출했다.

미국이 이른바 ‘셰일혁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의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OPEC 회원국들과 미국의 적대국 등 외국산 석유에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겠다면서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및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적극 시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러한 정책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생산 확대로 거둬들인 수입을 도로나 교량, 학교 등 공공 인프라를 건설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말 그대로 ‘에너지 독립’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에너지 독립이란 목표를 달성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셰일오일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경우 2025~2035년께 에너지 독립이 실현될 수도 있다. EIA는 자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2035년이면 제로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동 정책이 상당히 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에 벌어진 숱한 전쟁과 분쟁은 대부분 석유와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각종 분쟁에 개입해온 것이 사실이다. 저명한 지정학자인 윌리엄 엥달은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언제나 막대한 원유와 가스 매장지가 있거나 중요한 송유관이 통과하는 곳”이라면서 “석유는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동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해온 이유도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대의명분은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 때처럼 중동 지역에 무리수를 둬가며 무력 개입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아랍의 봄’이나 시리아 내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은 것도 중동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아랍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유가가 올라도 미국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이 반가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자신의 지지자들인 석유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내심으로 더욱 환호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수급 압박에서 벗어난 , 국제정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한 것은 자칫하면 이란 핵문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더 이상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반발에 핵개발을 감행할 경우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이란산 원유수출 금지 조치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은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등이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슈퍼파워의 원천은 군사력과 달러화였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셰일오일까지 갖췄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한 미국은 에너지 수급 압박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제재할 때도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회사인 스트랫퍼(Stratfor)의 피터 자이한 부사장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셰일혁명으로 불리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붐이 세계정치의 지형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셰일혁명은 앞으로 국제정치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자국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대해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미국의 셰일혁명이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국제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지렛대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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