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1월 7일

특집 | 남북, 군축 문제 전진 배치 … ‘되돌릴 수 없는 평화’ 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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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신뢰와 평화 … 남북군축의 발걸음 딛다

지난 9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 행위의 전면 중지와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군사 분야 합의서 채택이 꼽힌다. 서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했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시범 철수하기로 했으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 중지 및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까지, 현 수준에서 실천 가능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긴장완화 조치가 담겼다. 실로 한국전쟁의 정전 이후 65년간의 적대와 대결을 뒤로하고 ‘전쟁 없는 한반도’를 향한 첫 실천적 발걸음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남북이 합의서에 도달한 성과를 넘어 이를 통해 실질적인 평화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성실한 합의 실천 여부다. 긴장을 완화하고 일상의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합의 이행 과정의 이면에 숨겨진 소위 ‘악마의 디테일’도 현명하게 극복하는 동시에 안보와 직결된 사항이라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대두되는 합리적인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평화의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신뢰구축과 평화번영의 길목에서 맞이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축 국면을 어떻게 유지하며 확대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남북, 군축 문제 전진 배치

되돌릴 수 없는 평화긴요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남과 북은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와 비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핵화보다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촉진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명확히 했다. 반면 남북관계는 남북 군사 문제 선행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그렸다. 항상 뒷전으로 밀려 있던 남북 군사 문제를 앞세워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위험을 종식시키고 남북한 주민의 삶에 평화를 일상화하겠다는 것에 남북정상이 선언했다는 점이 이번 판문점선언과 평양정상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남북, 군사 문제 앞세워 일상의 평화선언하다

먼저 4월 판문점선언은 남북 중심으로 남북관계 발전(1조)과 군사적 긴장완화 및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노력(2조)을 통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완전한 비핵화(3조)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1조 남북관계, 2조 남북 간 군사 문제, 3조 평화체제 구축 순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북·미관계에 종속되거나 결과물이 아닌 출발점으로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만들어 나가고 새로운 북·미관계의 길잡이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2조 군사적 문제 해결 노력은 남북관계(1조)를 단단히 떠받치고 평화체제와 비핵화(3조)를 여는 열쇠이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공동선언 서명 직후 별도로 남북 정상의 임석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 군사합의서가 9월 평양공동선언의 1조를 구성하고 별도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됐다. 남북관계사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중심은 남북 군사 문제이고 이행 의지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는 전체적으로 6조 22개항이나 행정적인 마지막 6조 2개항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군사 합의는 5개조 20개항으로 구성되어있다. 1조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 2조 비무장 지대의 평화지대화, 3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4조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 5조에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합의 이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조는 지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11월 1일부터 구역 내에서의 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하였다. 2조에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비무장지대 내 상호 1km 이내로 근접한 감시초소(GP) 철수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 발굴과 역사유적지 발굴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행 시기와 범위 내용을 이미 북측과 합의하고 실제 이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 2조가 바로 이행할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라면 3조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대한 문제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일반적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됐다. 4조에서는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동서해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 통신, 통관(3통)과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안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단지 해주 직항로와 제주해협 통과 문제, 한강하구 공동이용에 대해서는 여건 조성 시 공동으로 노력해 해결 방안을 찾아가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5조를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이번 군사합의서 이행을 위해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합의한 내용 중 이미 이행을 앞둔 구체적인 사항을 제외하고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해주 직항로와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 남북 간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문제들은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바구니에 담아 대화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이번 합의서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사항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남북 간 군사 문제와 단계적인 군축 문제까지 의제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합의의 확실한 이행과 지속을 위해서라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운영이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합의서의 이행이 생각처럼 쉬운 길만은 아닐 것이다. 완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일반론적인 합의사항을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합의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남과 북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이미 이행을 약속한 구체적인 합의 역시 우리 내부 정치적인 이해와 남남갈등, 유엔사와의 협의 등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군축 약속 담보 위해선 군사공동위 구성·운영이 선결과제

기존의 군사합의와 비교해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역사적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 남북 간 당면한 군사적 문제 전반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실 내용적으로는 기본합의서 이후 남북 간 이미 합의한 것들뿐만 아니라 군사회담에서 남북이 제안한 것들을 총망라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들이고 65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군사적 충돌과 전쟁의 위험 속의 남북 국민 모두의 삶에 평화의 일상화를 돌려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도 ‘평화가 곧 경제’라고 했다. 바로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잠들어 있던 남북 군사 문제를 깨우고 숨을 불어넣었다.

이제 남북 당사자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동북아시아 안정을 견인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 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최선으로, 남북 간 확고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남북 간 군사합의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남북 문제의 독자성 확대(독립변수화)로 ‘한반도 중심형’ 미래전략을 가능하게 하며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입지 확보를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 기대한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과제를 식별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북핵, 평화체제, 군비통제의 3대 과제를 연계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3대 과제는 모두 짧지 않은 긴 과정이고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한다는 점에서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계시켜 단계적이면서 동시적이고 포괄적으로 진행해 나가는 새로운 접근과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북핵 문제의 협상부터 시작하여 평화체제 협상을 진행하고, 이어서 군비통제 협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해결 과정이 주류였으나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에 따라 남북 군사 문제가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체제 과정과 발맞추거나 군사 문제의 선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선제적인 군사적 충돌방지 및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 등 군비통제 정책 시행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가속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미 판문점선언 3조 2항에는 단계적 군축을 명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실질적인 이행 차원에서 특히 3조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문제가 중요하고 미래를 본다면 군축 즉 군비통제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지적하였듯, 남북 군사 문제 해결을 앞세워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관계가 상호 동행하고 긍정적으로 병행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도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촉진제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남북관계와 비핵평화에 있어 군사문제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적 발상의 전환(paradigm shift)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군비통제에 대한 현실성이 떨어지고 필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낮다. 남북은 판문점선언에서 ‘단계적 군축 실현’에 합의하였고 이미 이와 관련한 군사적 신뢰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전략 수립이 긴요하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진전 등 최근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과거 군비통제 연구와 사례만으로는 실효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특히 과거 유럽과 독일의 경험을 그대로 한반도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면밀한 취사선택이 긴요한 시점이다.

군사적 신뢰구축 정도가 평화협정 구체화 수준 결정해

되돌릴 수 없는 평화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속도를 결정한다.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누가 어떠한 성격과 내용으로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과연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한국전쟁의 산물인 정전협정을 대치하는 것으로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얼마나 사라지고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달린 것이라는 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문제의 논의와 해결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신뢰구축의 수준이 평화협정의 구체화 수준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평화지키기(peace keeping)가 아닌 평화만들기(peace making)를 넘어 평화쌓기(peace building)를 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 해결, 평화체제 전환,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해 남북회담, 북·미회담, 남·북·미·중 4자회담, 남·북·미·중·러·일 6자회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왔으나 그 결과는 더욱 악화된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반도 군비통제가 실패를 거듭해온 배경은 북한 체제의 특성과 전략적인 접근 방식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군비통제는 한·미동맹 및 주변국과 밀접한 사안으로 사전 긴밀한 정책공조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군사통합 대비 통일한국의 군사력 건설과 지역 군비통제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한반도 군비통제는 남북 간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고 역내국가 간에 신뢰구축을 위한 다자안보 협력의 강화가 필요하다. 북한을 포함한 역내 다자안보협력체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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