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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격변하는 세계질서, 확고한 통일의지로 돌파하자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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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격변하는 세계질서

확고한 통일의지로 돌파하자

김천식 / 전 통일부 차관

1985년 소련에서의 권력 변화는 세계냉전 종식의 조짐이었다. 소련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쵸프는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고, 그것은 이념에 따라 동서로 갈라졌던 세계를 흔들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냉전종식의 흐름은 완연해졌다. 마침내 1989년 11월 9일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 및 동구 공산권 국가들이 모두 체제를 전환함으로써 냉전은 끝났다.

그때 우리나라는 세계질서 대전환의 흐름을 타고 북방정책을 추진하였으며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의 적국이었던 소련·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북한과는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1991년 12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하여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대장정을 힘차게 출발했다. 이 합의서들이 제대로 실천됐다면 남북한은 지금쯤 통일됐거나 통일에 근접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탈냉전기에 세계 각국은 국경을 더 많이 개방하고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세계화를 지향했는데 남북한 사이는 그렇지 못했다. 핵심적인 이유는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완전히 역행하여 핵을 개발한 것이었다. 북한으로서는 국경을 폐쇄하고 핵을 개발하는 것이 체제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은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고립에 빠져있다.

탈냉전과 미·중 갈등 한국, 급변하는 세계질서 냉철하게 봐야

세계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의 단절은 풀리지 않았고 교류의 흐름은 힘을 얻지 못했다. 올해 들어와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교류가 진행되고 있으나 핵 문제 해결이 없는 상황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남북한은 1990년대 초반 탈냉전의 세계질서 대전환의 기운을 타고 적대적 구조를 완전히 청산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탈냉전 기간 세계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계경제는 이념의 벽이 없이 통합됨으로써 크게 성장했다. 그러한 개방과 성장을 더욱 확대했던 것이 디지털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정보화였다. 세계 경제의 확장기에 여러 나라는 불균등 성장을 했고, 특히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고,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 2위에 올라섰다. 이러한 국력 신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정치·군사적 힘을 키우고 이를 밖으로 드러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권력의 정상에 올라설 즈음에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했다. 이것은 30년간 미국 중심으로 편성된 탈냉전 질서를 흔들고자 하는 징후였다.

중국은 2017년 10월 18일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는 정치·경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한 달 후인 2017년 11월 18일 미국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라고 규정하면서 무적의 힘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겠다고 했다.

지난 10월 4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허드슨연구소에서 연설했다. 요지는 미국이 지난 시기 중국의 독립과 번영을 도와주었고, 그렇게 해서 오늘의 중국이 가능했는데 중국은 미국을 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도둑질하여 경제력을 키웠고, 이제 그것으로 군사력까지 키워 향후 힘으로 미국을 제압하고 세계패권을 차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기술로 중국은 자국 국민을 폭압하는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의 기업과 영화제작사, 대학, 싱크탱크, 언론, 학자, 공무원을 매수·회유하고 공작을 통해 미국을 흔들고 자유를 억압하며 정책을 좌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저지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은 경제적 관점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1946년 3월 영국 처칠 수상의 ‘철의 장막’ 연설을 연상하게 한다. 그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의 팽창정책으로 냉전의 징후가 깊어지고 있었다. 처칠은 이 연설에서 소련의 팽창정책을 비판하며 평화를 지킬 힘과 단결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후 미국은 소련에 대한 봉쇄정책을 전개했으며 냉전 대결은 깊어갔다.

그것이 한민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당시만이 아니라 패권경쟁에 기인한 세계질서 변화는 한반도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쳤다. 우리 민족은 그러한 세계정세의 변화에 잘못 대처하면 큰 환란을 겪게 된다. 조선의 망국이 패권질서를 잘못 읽어 일어난 대표적인 참변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통일불가론·통일무용론의 패배주의로는 우리의 미래 없다

세계질서의 변화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정세변화를 기회의 창으로 활용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세계질서가 흔들려야 한반도의 답답한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변화를 두려운 마음으로 관찰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일의 기회로 살려나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통일을 달성하려는 자신감과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우리는 국제정세 변화에 위축된 마음으로 대처하고 국제정치의 변두리에서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우리 국가전략의 시작은 통일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2개 국가’ 담론을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패배주의로는 격동하는 세계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우리가 통일의지를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언어와 역사 등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소통과 접촉의 증대는 물론 언론의 개방이 필요하다. 당면 과제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북한 간의 경제교류를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 문제가 없어야 한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핵 문제가 없어야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격변하는 세계질서 앞에 서 있고 해야 할 일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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