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2월 3일

만나고 싶었어요 | “DMZ유엔평화대학교, 한반도 평화 보증수표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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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손기웅 한국DMZ학회장

“DMZ유엔평화대학교

한반도 평화 보증수표 될 것

이동훈 / 본지기자

손기웅 한국DMZ학회장

손기웅 한국DMZ학회장


손기웅 한국 DMZ학회장. 독일 유학 시절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에서 통일에 헌신할 것을 결심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DMZ학회장,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비무장지대에 DMZ유엔평화대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의 공개제안을 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손기웅 회장을 만나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 아이디어와 이것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 과정에서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Q. 접경지대의 평화적 전환이 분단의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오랜 연구와 활동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DMZ에 유엔의 평화대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떠한 배경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제가 1998년부터 ‘DMZ 평화적 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리는 것이 이해를 도울 것 같습니다. 통일 연구를 하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했는데, 우리가 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를 믿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자연스레 드는 의문이 ‘어떻게 해야 서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였죠.

저는 그것이 DMZ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때 처절한 격전지였고,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사실상 세계 제1의 중무장지대가 되어 갈등과 분쟁의 상징지로 끊임없는 도발이 이어져온 DMZ를 이 상태로 그대로 두고는 남북 간의 어떠한 정치적 선언과 합의, 교류협력도 서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번복되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죠.

비록 DMZ 전역을 원래의 목적대로 비무장화하자는 것은 당시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볼 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남북이 합의하는 규모와 방식으로 DMZ 내의 일부 제한된 지역을 비무장화하고, 그곳에서 남북의 인력과 물자가 국제사회와 함께 어우러지는 상황이 실현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상호신뢰를 말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생각으로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저의 첫 저서인 『비무장지대 내 유엔환경기구 유치 방안』을 발간했고,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지속적으로 DMZ 평화적 이용을 국가전략으로 제안했고요.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DMZ세계평화공원의 이론적 토대를 놓아주었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느 제안도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DMZ유엔평화대학교(DMZ UN University for Peace) 설립을 제안한 것은 변화된 한반도 정세, 경제난의 극복에 사활을 걸어야 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분간 평화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고려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세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남북 간에 많은 정치적 선언과 합의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큰 성과라 할 수 있죠.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는 정치적 선언이나 합의문만으로 실현될 수는 없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체험하였고, 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만약 향후에 종전선언이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남북 간의 갈등은 재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봅니다.

DMZ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은 이러한 고려에서 남북한만이 아니라, 남북한과 유엔 및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유엔 산하기관 형식의 상설적·구조적 기관을 만들어 평화를 실제적으로 구축하려는 국가전략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공세가 진심일지, 지속될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조성된 현재의 평화적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가시적이며 구체적인 성과, 즉 DMZ유엔평화대학교를 창출하고, 이를 유엔 및 국제사회와 함께 기정사실화 하여 평화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Q. DMZ유엔평화대학교가 설립된다면 어떠한 목적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좋으며 향후 확대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특히 이러한 과정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정착 및 번영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갈등의 상징지역인 DMZ에 유엔 산하 기관으로서 대학교를 설립하여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정착 및 항구화, 나아가 전 세계로 평화를 확산하려는 것이 DMZ유엔평화대학교의 목적입니다. 이때 ‘평화’는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간의 평화에 더하여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평화를 포괄하는 개념이죠. 한국전쟁으로 잉태된 인간 간 갈등과 적대감의 해소는 물론이고, 전쟁 이후 다시 살아난 자연의 생명력을 보전·보호하려는 DMZ의 특성까지 고려한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선발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화의 회복·유지·확산과 관련한 이론적·실무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졸업 후에는 이들이 각 국가 혹은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세계 평화와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평화사관학교’를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 193개의 유엔회원국으로부터 매년 1명의 학생만 선발하여 교육한다고 해도, 매년 193명의 연대감을 가진 평화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어 활동할 수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DMZ유엔평화대학교는 우선 2년제 대학원으로 시작하여 학부 및 박사과정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세계적 석학·전문가·실무자로 교수진을 구성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숙사 생활로 공동체적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방안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재학기간 동안에는 유엔의 인도적 및 평화유지 활동을 포함하여 여러 유엔기구 혹은 의미 있는 국가들에서 현장 실습을 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당연히 남북한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DMZ유엔평화대학교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DMZ 및 남북 접경지역에 걸쳐 설립될 것입니다. 다만 정치군사적·생태적 민감성을 고려하여 DMZ 내에는 제한적 공간만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재지가 궁금할 것인데요. 우선 접경지역 10개 시·군 전역을 대상으로 검토한 이후에 복수의 예비 후보지를 선정하고, 남북 협상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유엔, 중국과도 협의를 거쳐야겠죠.

또한 유엔 산하기관으로서 유엔이 운영하게 될 DMZ유엔평화대학교 인근 지역을 교육·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여 평화의 중심지, 평화의 성지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국내의 뜻있는 교육가들이 평화와 관련되는 평화예술대학교, 평화관광대학교 등의 교육기관과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여기서 각종 문화활동을 펼치는 것이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학생들이 최소 3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짤 것입니다. 다만 한국어는 필수어로 배우도록 하여 한국을 아는 평화의 전사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한국과의 유대를 돈독히 할 계획입니다.

Q. 과거에도 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이 있었는데 이전 사례에 비춰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 과정에서 건설적으로 참고하고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A. 1969년 제안되고 1975년부터 활동을 개시한 일본 도쿄 소재 유엔대학교(United Nations University, UNU)와 1980년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설립된 유엔평화대학교(University for Peace, UPEACE)가 유엔 산하의 교육기관으로서 DMZ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에 참고가 될 사례라 하겠습니다. UNU는 연구중심 대학, UPEACE는 국가 혹은 국제사회의 개인 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에 중심을 두고 각각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다만 DMZ유엔평화대학교의 배경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DMZ는 실제 전쟁이 일어났던, 유엔 회원국이 90여 개에 불과했던 당시 전 세계의 70여 개국이 참전하거나 가담하였던, 실로 국제전이 가장 참혹하게 전개되었던 지역입니다. 인명 살상은 물론이고 자연환경이 초토화되었죠. 세계 최강인 미·중·러·일이 패권을 다투는 중심지였습니다. 이 지역에 인간 간, 국가 간, 인간과 자연환경 간에 평화의 회복·유지·확산을 전 세계적 차원에서 도모하고자 교육하려는 DMZ유엔평화대학교는 UNU, UPEACE 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두 기관의 사례를 참고하고 나름의 장점을 받아들이되 한반도와 DMZ의 특수성 및 상징성, 더 많은 회원국의 참여를 도모하고 유엔 총회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 및 결의로 DMZ유엔평화대학교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DMZ유엔평화대학교가 DMZ에 설립되는 만큼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유엔, 그리고 중국이 반드시 동의해야만 하고, 그럴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반드시 지지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7월 24일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남방한계선 경계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

지난 7월 24일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남방한계선 경계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

Q.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의 현실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인데요. 우선 정책적 추진 의지와 재정 문제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현 정부의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십니까? 아울러 향후 설립 현실화 과정에서 운영을 위한 재정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 정부,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말로 이 땅에 신뢰와 평화를 도래시키기 위해서는 DMZ가 바뀌어야 합니다. DMZ를 본래의 목적대로 비무장화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평화적 이용이 국가전략으로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를 통합하고 시너지를 이끌어내 DMZ유엔평화대학교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집권 기간 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한 평화의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굳은 신념과 의지가 펼쳐져야 합니다.

DMZ유엔평화대학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실행이 가능합니다. 차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되고 발표될 수도 있고, 향후 종전선언이 채택될 때 선언문에 포함되거나 별건으로 발표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유엔사령부는 해체되어야 합니다. 그때까지 유엔사령부가 평화를 보장해주었다면 그 이후에는 DMZ유엔평화대학교가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를 담보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아직까지 현 정부와 DMZ유엔평화대학교에 관해 직접 의견을 나누지는 않았습니다만,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에 앞서 전문가 및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민심이 천심아니겠습니까?

주위의 여러분들이 소요되는 재정을 걱정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이 DMZ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많은 비용을 유엔에 내야겠지만, 저는 여러 국가들이 여기에 동참하고 비용을 분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동북아의 화약고, 갈등과 분쟁의 상징지역에 평화사관학교를 만들어 동북아에서의 평화를 정착시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여할 교육기관을 운영하자는데 반대할 국가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전 세계의 수많은 개인, 단체, 기업도 평화대학교의 목적에 동감하고 기부금을 기꺼이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Q.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국내외 관련 인사들과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A.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모두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심을 가졌고, 현 정부 역시 DMZ의 평화적 변화를 중요하게 보는 만큼 여·야, 진보·보수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DMZ유엔평화대학교 설립을 정부가 국가전략사업으로 채택하고, 대통령 산하에 ‘DMZ유엔평화대학교설립위원회’(가칭)를 범정부, 범국가적 차원에서 구성하여 집권 기간 내에 실현하려는 전방위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실질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이 고려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DMZ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이 가장 실효적이고 민족의 미래는 물론이고 세계 평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고 믿습니다.

올해 세 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체육교류가 이루어지고, 응원단이 방남하고, 남북한이 동시에 입장도 했습니다. 이제 북한을 신뢰하게 되었습니까? 아니면 남북 정상회담이 한 번만 더 개최된다면 신뢰감을 가지겠습니까? 가동될 때도 없었던 신뢰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고 생기겠습니까? 당장 이 순간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폐기를 선언하고 핵물질을 신고하겠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그를 신뢰하겠습니까?

남북한의 국가이익, 정치·군사·경제·문화·환경·외교 등 모든 국가이익이 얽혀있어 협력이 그만큼 어려웠던 DMZ, 그 속에 비록 제한된 작은 공간에라도 평화를 상징하고 확산하려는 DMZ유엔평화대학교의 설립이 그 답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물론이고 북한도 대학교의 운영에 참여하고, 미국과 중국도 책임 있는 역할을 맡는 DMZ유엔평화대학교는 통일 이전에는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도 평화를 보장하면서 우리의 인간다운 삶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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