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기획 | 시진핑 방한, 경제 현안에서 성과보다 더 큰 과제 던져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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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중정상회담이 던진 도전과 과제
시진핑 방한, 경제 현안에서 성과보다 더 큰 과제 던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앞서 한·중 경제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앞서 한·중 경제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국 방문에 200여 명의 중국 재계인사가 수행해 경제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당초 새만금 등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진전은 없었다. 단지 연말까지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를 위해 서울에 위안화 청산체제를 구축하며, 중국은 한국측에 80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RQFII) 자격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관련하여 중국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측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 신뢰 증진 및 번영을 위해 양자·다자 차원의 협력 강화와 ‘소지역 협력’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중 FTA, 타결 이후가 더 문제

한·중 FTA는 진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7월 14일부터 대구에서 열렸던 제12차 협상에서는 투자·서비스 영역의 절차 부분에서 합의를 이뤘다. 상품 양허 부분은 아직 양측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중 FTA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전체 무역 항목수의 90%, 금액 기준 85%선의 무역자유화를 우선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적절한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아세안(ASEAN) 국가나 대만 등과의 FTA에서 이들이 유리한 농산물 부문을 적절히 양보함으로써 협상 전체는 중국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갔던 전례가 있다. 이번 시진핑 방한의 초점이 한반도 사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미·일 동맹 강화를 견제하는 데 맞춰진 만큼 중국은 한국정부가 국내정치 관점에서 민감해 하는 농수산물 영역에서 어느 정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대신, 큰 틀에서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전략대로 협상을 유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한·중 FTA는 타결 이후가 더 문제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의 시장경제는 유리지갑인데 비해, 중국의 거대경제는 양파껍질처럼 중국 특유의 무형 보호막이 겹겹이 중첩돼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임기응변적 정책 변화는 국가 차원의 협정 문안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원-위안화 직접 결제 합의는 이번 시진핑 방한 과정에서 중국측이 거둔 성과다. 물론 한국기업도 중국과의 청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의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중국은 한국과의 합의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는 7월 15일 브라질에서 있었던 브릭스(BRICS) 5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견제하는 신개발은행(NRD)과 위기대응기금(CRA)을 중국 주도로 창설한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대해 800억달러의 대 중국 금융투자 한도를 허용했지만, 이는 위안화 국제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투자 수단으로서 위안화의 한계성을 의식한 보완 조치일 뿐이다. 아무리 원-위안화 직접 청산으로 비용이 절감된다 해도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라면 위안화 수요가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중 공동성명에 중국측이 위안화 투자 자격을 한국에 ‘부여’했다는 식으로 선심 쓴 것처럼 표기한 것은 옳지 않다.

이번 한·중 공동성명 제7항 남북관계 부분에서 거론한 ‘소지역 협력’ 검토 역시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는 남북한과 중국, 그리고 동북아 역내 국가 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비친다. 특히 시진핑 방한 직후 중국 매체가 보도한 중국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나, 최근 다시 거론되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과 관련하여 주변국과의 협력을 염두에 둔다면 바람직한 합의다. 그러나 중국의 의도를 국제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에 대응해서 역내 국가들이 미국을 배제한 ‘소지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4일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4일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AIIB, 북한경제 개발에 긍정적 역할 할 수도

중국이 희망한 것으로 보도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여 역시 이와 같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경우, 남북한 관계나 미래의 북한경제 개발을 위해 한국측이 좀 더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지정학적 인력(引力)을 우려하는 미국의 의중을 의식한 나머지, 북한 경제개발에 대한 AIIB의 긍정적 역할 가능성조차 도외시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단지 이를 통해 중국이 추구하려는 자국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 의도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북한 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며 현실적인 세부 대안으로 보완하는 적극적 자세가 바람직하다.

이제 한·중 경제관계는 정부 간 관련 협정에 따라 민간영역의 움직임이 결정되던 하향식 시기는 지났다. 시장의 논리에 의해 형성되는 양국 경제의 자력(磁力)이 중요하다. 단지 정부나 학계, 그리고 기업은 한·중 경제관계가 양국 경제나 남북한 관계에 끼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갖도록 제도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마치 한·중 경제관계가 FTA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처럼 인식하거나, 또 한국기업의 중국투자를 곧 우리 경제 공동화(空洞化)로 보는 단순한 논리는 현실과 다르다.

중국과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갈등 구조에 있는 미국이 중국과의 FTA없이도 중국의 신흥 전략산업 발전 계획과 중서부 개발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것처럼, 한국은 한·중 FTA와는 별도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중국경제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시진핑의 한국방문은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 현안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성과보다 더 큰 과제를 제시했다.

한·중 공동성명의 남북한 관계 부분에서 거론한 ‘소지역 협력’을 국제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와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에 대응해서 역내 국가들이 미국을 배제한 ‘소지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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