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통통 인터뷰 |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세요” 2014년 8월호

print
통통 인터뷰 | 한기호 | 우양재단 사회환원남북청년팀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세요”

ITV_201408_26 북한이탈주민 2만6천명 시대. 북한이탈주민은 귀순용사, 북한귀순동포, 탈북자, 새터민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어 왔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들은 돌봐주고 도와주어야 할 지원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탈주민을 통일시대를 위한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천들은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비슷한 또래니까 마음도 더 잘 맞고 편하죠”

우양재단은 민간의 이름으로 북한이탈주민에게 통일의 가교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단체이다. 정착을 위해 교육받아야 하는 존재를 넘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에 대해 알리고 통일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게 한다. 통일이 어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맞추는 것이 아닌, 서로가 이해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임을 감안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우양재단은 북에서 남으로 온 20~30대 청년들을 평화강사로 육성하여 학교, 연구기관, NGO 등에서 평화교육을 진행해왔다. 2009년부터 이어진 평화교육은 현재 6기에 이르렀다. 5년간 탄생한 40여 명의 강사들은 모두 사회환원남북청년팀 한기호 대리(32)를 거쳤다. “비슷한 또래니까 마음도 더 잘 맞고 편하죠.” 평화교육은 남한청년과 북한청년이 화합하여 작은 통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평화교육은 남북의 이질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자 시작된 교육이다. 기존 북한이탈주민들을 활용한 통일교육은 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됐다. “포스터 그리고 전쟁 이야기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죠. 현장에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탈북강사가 직접 고향 이야기도 전해주고 함께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토론도 나누다 보면 남북한 경계에 선 탈북강사 본인도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인기 있는 수업은 단연 참여형 놀이수업이다.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북한요리를 함께 만들며, 딱딱했던 수업시간은 어느새 말랑말랑해진다. 이 수업은 북한청년들이 고향에서 직접 한 체험들을 적용한 세부 커리큘럼이어서 더 큰 의의가 있다. 이런 수업은 남한사람들이 쉽게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렇기에 북한청년들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회이기도 했다. 한 대리는 평화강사들에게 본인이 갖고 있는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여 남한사람들도 할 수 있는 강의는 하지 말 것은 강조한다.

한 평화강사는 양말, 쌀, 구리선과 같은 간단한 재료들로 북한의 제기를 만들었다. 수술이 많이 달린 남한의 제기와는 다른 형태에 아이들은 신기함과 흥미를 더했다. 직접 만든 제기를 찰 때는 ‘북한 아이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상상하며 장벽을 허물어 갔다. 선생님들의 반응도 좋다. 주입식이 아닌 체험하고 놀면서 하는 수업은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거부감 없이 북한을 알게 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평화강사는 북한주민들이 즐겨먹는 대중음식 두부밥을 만들게 했다. 이 수업은 학부모들도 함께 모여 진행됐다. 아이들보다 학부형들이 더 재미있어 했다. 수업이라기보다 나중에 북한 또래들을 만났을 때 나눌 이야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북한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평화교육 현장. 아이들이 직접 두부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북한 제기를 만들어 놀기도 하며 낯설던 북한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평화교육 현장. 아이들이 직접 두부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북한 제기를 만들어 놀기도 하며 낯설던 북한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고 있다.

처음 평화강사들은 이런 수업 방식을 불편해했다. 북녘의 인권 실태를 알리고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겪었던 어려운 생활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또한 지금까지 안보교육에 치중하여 수업하던 방식을 벗어나야 했음은 물론, 북한을 바라보던 자신들의 관점도 바꿔야 했다. 하지만 평화교육은 ‘평화’에 초점을 맞춰 균형된 시각을 전하는 데에 의의를 갖고 있었다. 한 대리는 북한의 부조리한 실태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재생산되고 있으며, 북한의 어려운 실태를 알릴수록 남한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며 강사들의 균형을 당부했다. 또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다면 이는 다시 탈북자에 대한 거리감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모두가 여기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다수가 평화교육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해주었다. 이러한 노력은 수업 후 아이들이 쓴 일기에서 나타났다. ‘탈북 선생님이 오셨는데 북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북한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와 같은 희망적인 후기만큼 강한 통일교육이 있을까. 이처럼 평화교육은 기존의 북한에 대한 편견의 굴레를 부수는 것부터 시작한다. 탈북가정의 자녀들도 많아지는 요즘, 북한에서 온 친구가 우리반으로 전학을 와 내 짝꿍이 되어도 편견 없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수업을 통해 달라지는 것은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탈북강사들도 달라져 갔다. 제한적이지만 ‘선생님’이란 지위를 부여받고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며 변했던 것이다. 스피치 지도를 받고, 이미지 메이킹을 새로 하며, 강의안·교수법을 연구하는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전문그룹으로부터 코칭도 받았다. 이를 통해 강사들은 자신감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다른 일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갖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체득해 갔다.

그들도 취업, 결혼, 영어 고민하는 대한민국 청년

평화강사 양성과정. 청년들이 발음과 자세를 교정하고, 다른 사람 앞에 서서 발표도 하며 평화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평화강사 양성과정. 청년들이 발음과 자세를 교정하고, 다른 사람 앞에 서서 발표도 하며 평화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평화교육은 교육받는 남한사람들의 이해제고와 탈북청년들의 자립심을 길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 사회의 편견도 해소되길 바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한 대리는 “탈북자를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위축되어 있는데, 이건 그들의 성장 가능성을 침해하는 거예요. 모두의 생각이 바뀔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북한 출신 인사들이 진출하고 있지만 우리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우리가 정한 커트라인 위로 올라오면 탐탁치 않아 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의 말처럼 그들의 가능성을 재단하고 제한한다면 자의·타의에 의해 정해진 한계에 갇혀 계속해서 도움을 받는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 “탈북자들은 편견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하죠. 전 항상 자기들끼리 뭉쳐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라고 말해요.”

평화강사들은 정착하며 받았던 따뜻한 손길을 더 큰 온정으로 환원한다.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담그기, 농촌봉사, 쌀 나눠주기 등의 활동을 한다. 남북청년이 함께 모여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누가 북한청년인지, 남한청년인지 모른 채 좋은 마음만 모이게 된다. 그들도 취업, 결혼, 영어 등을 고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일 뿐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세상 밖으로 나오길 두려워했던 과거와 달리 사회 곳곳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이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취업의 스펙트럼이 커지고 있는데, 일반인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자기 영역을 굳히며 인정받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감히 평화교육의 작은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기호 대리는 비슷한 연령대가 만나 서로 친구가 되고 멘토가 되어 진심으로 마음을 나눈 결과라고 말한다. 탈북청년들이 고민을 털어 놓는 것은 물론 남한청년도 개인적인 고민을 이야기하며 서로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한다. “북한 출신들이 의리가 있어 정을 붙이면 끝까지 가더라구요. 형 동생으로 같이 늙어가며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는지 지켜보고 싶어요.”

젊은 세대는 세상을 바꿀 무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여기 남한청년과 북한청년이 평화를 전파하는 목소리에 앞장서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통일 미래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을 더하게 한다. 훗날 남북청년이 모두 만나 펼치는 시너지는 통일한국에 어떠한 힘을 가져올까?

무엇보다 인기 있는 수업은 단연 참여형 놀이수업이다.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북한요리를 함께 만들며, 딱딱했던 수업시간은 어느새 말랑말랑해진다.

남한청년과 북한청년이 서로를 응원하고 평화를 전파하는 목소리에 앞장서는 모습은 통일 미래에 대한 기분좋은 상상을 더하게 한다. 훗날 남북청년이 모두 만나 펼치는 시너지는 통일한국에 어떠한 힘을 가져올까?

선수현 / 본지기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