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기획 | 일본, ‘적극적 평화주의’ 내세워 지역패권 추구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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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동북아의 안보질서 변화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중국의 신형대국 및 주변국관계 정립,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동·남진(東南進) 그리고 북한의 지정학적 요충지론에 입각한 지전략 등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른바 지정학의 부활이 놓여있다. 이에 <통일한국>은 기획 시리즈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을 통해 동북아 각국의 전환적 질서변경 움직임들을 살펴본다. 그 첫 번째는 멈추지 않는 아베의 우경화 드라이브, 일본이다. 지난해 9월 아베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를 공식 제기하며, 일본이 세계평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베 정권은 올해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무기수출 3원칙 폐기, 방위계획 대강 재개정 등을 밀어붙이며 보통국가화를 통한 전후체제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일 일본의 집단자위권 각의 결정으로 헌법 개정의 1단계 절차가 사실상 완료됐다. 하지만 일본이 이와 같이 평화헌법의 해석을 변경하고,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기획 |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 – 일본

일본, ‘적극적 평화주의’ 내세워 지역패권 추구

지난 7월 1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2012년 10월 14일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구라마호가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는 ‘유다치’ 구축함을 뒤따르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1일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사진은 2012년 10월 14일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구라마호가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는 ‘유다치’ 구축함을 뒤따르고 있는 모습

2002년 12월, 아베 신조가 2006년 9월에 이어 다시 일본총리로 취임하면서 일본의 보수 우경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는 보수 우익적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헌법 개정과 군사력 강화를 통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다. 1991년 일본은 걸프전에서 미국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못하고 130억달러의 경제적 지원만 했다. 이로 인한 미국의 냉담한 반응을 계기로 무기력한 일본외교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다. 당시 대표적 보수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는 “지금까지 일본은 대미 종속주의를 지키고, 무장이 금지된 평화헌법을 준수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결코 보통국가가 아니다.”라며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미 추종주의적 동맹정책에서 벗어나 대등한 일·미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보통국가론의 시작이 되었다. 즉 ‘보통국가’란 군대를 보유하고 외국과 자유로이 동맹을 맺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일본은 자국의 보통국가화를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정당화하고 있다. 2013년 9월 아베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 언급된 적극적 평화주의는 2014년 1월 아베의 국회시정연설에서 일본외교와 안보정책의 기본 사상이 됐다. 그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란 일본의 군사력을 통해 평화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7월 1일 임시 각의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의결함으로써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열병식 모습. 이날 행사에는 4천여 명의 자위대원과 전투기와 초계기 등 항공기 50대, 탱크 등 차량 240대가 참가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열병식 모습. 이날 행사에는 4천여 명의 자위대원과 전투기와 초계기 등 항공기 50대, 탱크 등 차량 240대가 참가했다.

적극적 평화주의, ‘보통국가화’를 정당화 아베 정부의 적극적 평화주의 추진은 최근 일본사회에 불고 있는 보수 우경화 바람을 배경으로 한다. 현재 일본의 보수 우경화를 이끄는 이들은 대체로 1950년 이후 출생한 전후세대들로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다. 이들의 정치 세력화는 사민당을 비롯한 호헌세력을 급격히 퇴조시켰고, 아베 정부는 지금이 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이룰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일본을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보통국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 정부의 판단으로 보여진다. 지금의 세계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서 보듯 경제문제는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동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무역진흥회(JETRO)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일본의 수출은 미국이 약 1,332억달러인데 비해 동아시아가 약 3,779억달러로 동아시아가 이미 일본의 최대시장이 됐고,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장은 지역경제공동체 형성에 대한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동아시아의 경제대국이자 맹주로서 더 늦지 않게 지역의 패권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中 급성장에 위기의식 … 봉쇄 방안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군사력 증강은 일본의 동아시아지역 패권 추구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될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1978년 이후 GDP성장률 연평균 9.5%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이 됐고, 201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경제의 급성장과 대조적인 일본경제의 침체는 일본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데 충분했을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2000년 279억달러, 2008년 601억달러, 2010년 786억달러, 2012년 1,060억달러로 계속 증가하여 일본, 영국을 추월했고, 2009년에는 6,600억 달러인 미국 국방비에 이어 세계 2위의 국방비지출국이 됐다. 중국의 군비강화와 함께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에서 중국이 보여준 위협적인 행동들은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 아베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다음과 같은 대외인식을 바탕으로 수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동아시아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 한국, 대만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ASEAN 국가들로 구성된 지역으로 최근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안보면에서 동아시아는 아직도 냉전적 요소가 잔존하고 있는 지역으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는 북한의 핵무장이 있고, 잠재적 위협으로 중국의 부상과 패권주의가 있다. 따라서 일본은 미·일동맹의 강화와 군사력 증강을 통해 자국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려 한다. 셋째, 일본의 미·일동맹 강화와 군사력 증강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의 지역협력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 아베 정부로서는 자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봉쇄할 방안이 필요하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바로 이러한 필요에 의해서 나온 것이다. 즉 자국의 군사력 증강은 주변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북한과 같은 평화 파괴자를 억제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주변국들을 돕는 적극적 평화행보를 위함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미화하기 바쁜 아베 정부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믿어줄 국가는 없을 것이다.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기 전에 자신들의 부끄러운 제국주의의 침략역사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국들과 그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 이후 철저한 자기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한 다음에야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할 자격이 있다. 일본은 과거 나치의 만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EU의 실질적인 패권국으로 거듭난 독일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한 이후에야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할 자격이 있다. 일본은 과거 나치의 만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주변국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EU의 실질적인 패권국으로 거듭난 독일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홍성후 /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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