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미·중 전략경제대화, 첨예한 지역질서 입장차 확인 2014년 8월호
포커스 | 미·중 전략경제대화, 첨예한 지역질서 입장차 확인

지난 7월 9일 미·중 양국의 안보·경제 분야 고위급 당국자들이 양국 현안 및 지역·글로벌이슈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제6차 전략경제대화가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오른쪽부터 류옌둥 중국 부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
탈냉전기 국제질서는 미·중관계가 기본 골격을 형성해왔다. 동북아에서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양축으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등 지역질서의 안정을 주도해왔고,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과의 동맹을 활용하여 비주류 북방 진영의 3각 협력을 도모해왔다.
냉전시대와 달라진 것은 중국이 소련을 대체했고 미·소관계가 전방위적인 제로섬게임이었다면, 미·중관계는 외교·안보면에서 경쟁을 벌이면서도 기후·환경·테러·대량살상무기 등 신안보과제와 경제에 대해서 협력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대미 수출로 막대한 경상 흑자를 획득하고 그 상당부분을 미국 재무부 국채 매입을 통해 재정 적자를 보전해주며, 미국의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등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상호의존적으로 얽혀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2009년부터 매년 2+2(미국 국무·재무장관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및 국무원 경제부총리)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하여 양국 간 정책을 논의조정하고 국제질서 운영을 위한 협력을 도모해왔다.
북핵 해결 돌파구 없이 기존 합의 재확인
이런 맥락에서 지난 7월 9~10일 베이징에서 제6차 전략경제대화가 개최되었다. 그러나 기존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패권국과 신질서를 수립하려는 도전자로서 입장과 국익, 그리고 신봉하는 이념과 체제 논리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문에서 이견이 노정되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하여 오바마 행정부가 급부상하는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아시아로의 회귀전략’ 또는 아·태재균형전략을 펼친 결과 중국은 포위되었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었다. 시진핑의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주창하면서 미국에 중국의 핵심이익 보장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미국은 기존 국제질서의 존중을 요구하는 양상으로 양국의 갈등이 표출되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중요한 주제는 북핵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였다. 작년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불용’의 의지를 과시했던 양측이 이번에는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을 조속히 억제하고 북핵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합의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가 6자회담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를 요청했고, 중국도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더 현명하다는 종전의 태도를 각각 고수했다.
이미 지난 4월 추이텐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선행동’을 이끌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또한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미국에 비핵화 대화재개의 ‘전제조건’ 완화를 요청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절한 이후 북핵문제 논의가 실종되었다. 따라서 향후 한국 정부가 외교적인 주도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의미있는 국제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지역질서 문제 역시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한 듯하다. 중국은 미국에 동맹 위주의 대립정책을 겨냥하는 듯 “이 지역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한쪽 편에 서지 말라.”고 요구했고, 미국은 “태평양국가로서 아·태지역에 역사적인 역할과 지분을 갖고 있고 이 지역의 동맹체제가 지난 70년간 안정과 번영을 가져왔으므로 중국은 이러한 국제 규범과 질서에 순응하라.”고 맞받아 쳤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중·일 간 갈등·대립뿐 아니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긴장과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비롯한 중국의 인접국들이 미국의 지원을 믿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버 해킹, 저작권문제 등은 미국이 공세의 고삐를 잡았지만 중국은 스노우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전 세계 국가에 대한 인터넷 감시와 도·감청문제를 지적하면서 맞섰다. 미국은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티베트와 신장의 문화와 종교 인정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내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환율·투자협정·기후협력·군사핫라인 구축은 진전
양자 현안에 대해서는 진전도 이루어졌다. 먼저 위안화 환율문제에 대해 중국 측은 시장 개입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고 2년 내 금리자율화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양국은 경제투자협정을 가속화하고 기후변화 협력을 강화하며 대규모 군사훈련에 관한 ‘핫라인’을 조기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전략대화 이후에도 미·중은 전략적 경쟁과 기능적 협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국 간 경쟁에서 우리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우선 양국과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쪽과 협력할 때는 다른 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단연코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이 아직 한·미동맹 자체를 문제 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동맹이 반중동맹이 되지 않도록 분명히 한계를 그어야 하고 중·일관계에서는 사안별로 유연한 태도를 취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작년에 중국은 한국의 무역에서 1/4을 차지했고 7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안겨주었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급변사태 수습, 평화통일 등 우리의 민족사적인 주요 과제들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중국의 협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제창하면서 미·중관계가 화해와 협력 기조로 이루어지도록 평화촉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진흥하여 방휼지쟁적인 상황을 우선 탈피하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안보를 위해서 단연코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반중동맹이 되지 않도록 분명히 한계를 그어야 하고 중·일관계에서는 사안별로 유연한 태도를 취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해야한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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