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8월 1일 0

박계리의 스케치北 | 북한 풍경화 조국 자연의 숭고함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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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리의 스케치北 32 | 북한 풍경화 조국 자연의 숭고함 그려야
 
 
, 최근슬, 100x62cm

<가을 풍경>, 최근슬, 100x62cm

 여름이다. 역설적이게도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우린 그늘의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낀다.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절. 산으로 바다로 향하게 되는 계절. 여름이다.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은 그 시원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으레 실망하기 십상이다. 감흥이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겪는 일상이다.
 
 풍경에서 받은 감동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은 쉬운 듯 보이지만 언제나 쉽지 않다. 눈으로 본 모습을 옮기면 감동 그대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으나 늘 그렇지 못하다. 시신경이 갖고 있는 오묘한 매력이다.
 
 최근슬의 회화 작품은 숲 속에서 받았던 감동을 화면을 통해 더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한다. 평범해 보이는 화면은 어떠한 비법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의 화폭을 보다 치밀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최근슬 <가을 풍경>, 빨려드는 깊이감 압권
 
 최근슬의 그림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그린 조선화다. 그가 그려낸 화면은 손을 대면 만져질 것 같고, 화면 안으로 들어서면 쑥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이 사실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인지 화면 깊숙이 걸어 들어가다 보면 현실의 땅을 넘어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비로운 기운이 화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술가들이 풍경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국 산천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물론 조국애로 이어진다. “이 땅의 숭고함을 그릴 것”이라는 테제는 말은 쉬워 보이나, 스스로 미술가라고 상상해보고 화폭 앞에 서면 매번 먹먹해지기 쉬운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슬의 작품을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풍경화들은 대상을 멀리 관조하는 자세보다는 한 곳을 응시하는 시점을 지니고 있다. 눈이 이동하는 전통적인 삼원법과는 다르고, 사진기의 시점과 닮았다. 그러나 화면에서 조금 떨어져 돌아보면 우려낸 먹과 빛의 효과를 적절히 사용해 화면 안으로 빨려드는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정성의 깊이는 색채의 향연 속에서 심화되고 있고 그 깊이에서 보는 이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김정일의 ‘미술론’에는 “미술 작품에 그려진 자연에는 인간생활의 정서가 반영된다.”고 언급되어 있어 주목된다. 즉 주체미술에서 자연묘사의 본질은 인민대중의 미적 견해와 태도에 의하여 정서적으로 체험한 자연을 반영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물현상이지만, 사람의 주관적 정서를 통해서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그 사물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느냐 하는 지점이 중요하게 된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미학적 견해와 태도는 자연을 보는 인간의 세계관에 의하여 좌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주체문예 이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미적 견해와 태도를 반영하고 있는 자연 묘사는 철저히 계급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예술적 반영은 단순히 현실에 대한 기계적 반영이 아니라 미술가의 사상미학적 견해에 의하여 창조되는 예술작품이라는 것이 김정일 ‘미술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풍경화론의 핵심이다.
 
 따라서 북한 미술계는 여태껏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자연주의 미술을 주목하지 않은 것 같다. 풍경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근슬의 숲이 우리네 뒷동산에도 있을 법한 현실적인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보자. 어떤가? 최근슬의 화면에서 조국 자연의 숭고함이 느껴지는가?
 
 북한 미술계는 여태껏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자연주의 미술을 주목하지 않았다. 풍경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 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근슬의 숲이 우리네 뒷동산에도 있을 법한 현실적인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계리 / 한국전통문화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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