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1월 1일

기획 | 북한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의 각축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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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2014 북·중·러 접경지역 현장연수기
북한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의 각축전

두만강 하구 중국 측 방천전망대에 바라본 모습. 두만강을 가로지른 북·러대교(철교)가 보인다. 왼쪽에는 러시아 하산역이,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지척에 자리잡고 있다. 멀리는 동해바다가 넘실거린다.

두만강 하구 중국 측 방천전망대에 바라본 모습. 두만강을 가로지른 북·러대교(철교)가 보인다. 왼쪽에는 러시아 하산역이,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지척에 자리잡고 있다. 멀리는 동해바다가 넘실거린다.

서울에서 평양을 들여다 볼 수 없게 된 지 7년째다. 이명박 정부 이래 서울의 가시거리는 남북의 허리인 휴전선까지다. 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면 중국 연변 정도에나 가야한다. 남북이 막혔을 때 연변조선족자치주는 북한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망루요, 답답한 분단의 현실에서 벗어나 숨을 쉬게 하는 통풍구요, 한반도 북부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둘러싸고 쟁투를 벌이는 열강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진기였다.

삼엄해진 북·중 접경지역 … 양국 관계만큼 냉랭

운이 좋게도 필자는 지난 2011년, 2012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연변을 찾을 수 있었다. 평화문제연구소와 연변대학 동북아연구원이 매년 개최하는 한·중학술회의 멤버로서다. 올해는 거제시의원들과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회원들도 참여하는 공공연수 형태를 띠었기 때문에 일정이 보다 촉박했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권하세관에서 북한의 나선시를 목적지로 하는 화물차량이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권하세관에서 북한의 나선시를 목적지로 하는 화물차량이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기도 전에 화룡시 남평 먼 발치에서 북한의 무산광산을 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그런데 2012년 9월에 왔을 때와 공기가 달랐다. 그때도 국경 경비대 초소를 지나기는 했지만,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경비대원들이 직접 현장까지 에스코트를 하고, 무산 쪽으로는 사진을 못 찍게 할 뿐 아니라 나중에 버스에까지 올라와 예민하다 싶은 사진은 일일이 조사해 지우기까지 했다. <TV조선>, 등에서 국경지역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연속보도를 한 탓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북·중 접경지역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북·중관계 역시 그랬다. 중국의 천지무역이 지금도 하루 80여 대씩 무산광산 철광석을 화룡으로 싣고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 양에서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고 가격은 올라갔다고 한다.

2011년과 2012년 방문 당시 느꼈던 활력이 많이 사라졌다. 아직 민간 차원의 교류는 조금씩 이어지나 특히 정부 간 사업은 대부분 중단됐다. 2011년 6월 장성택 당시 북한 행정부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간 5개항 합의 중 이행된 것은 원정리-나진 간 도로 개보수와 일부 관광사업뿐이다. 나선시에 농업시범구를 건설하는 사업이나 장춘 야타이그룹의 시멘트 100만t 생산계획, 훈춘의 전기를 나선에 공급하는 계획 등은 중단됐다.

또 나진항을 이용해 동북지역의 석탄을 상하이 영파쪽으로 운송하는 사업도 사업 주체인 창리의 운영난으로 중단 상태다. 중국 내륙의 석탄 가격이 떨어져 운임조차 충당이 안 되고, 갈 때는 석탄을 싣고 가지만 올 때 싣고 올 마땅한 화물이 없다는 점 등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나진항 4, 5, 6호 부두 개발권은 현재도 홍콩의 초상그룹이 소유하고 있고 도면까지 작성이 끝났으나, 개발에는 착수조차 못했다. 2012년 9월 도문의 해화집단과 북한 항만총회사 간 청진항 3, 4호 부두 이용권과 관련한 협약 역시 실행 중단된 상태다.

근본적으로는 북·중관계의 갑작스런 악화 때문이다. 지난 10월 21일 연변대학 동북아연구원 회의실에서 있었던 한·중학술회의에서는 북·중관계 현주소와 관련해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악화의 원인에 대해 요녕성사회과학원의 김철 교수는 “2012년 4월 15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 후 12월에 북한이 재발사를 했는데 이때 중국이 유엔 제재에 동참하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며 “북한체제의 속성 상 뒤로 물러서는 것은 불가능해 핵실험으로 치달았고 이때부터 북·중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부두 사용권을 확보해 보수한 나진항 3호 부두의 모습. 부두를 콘크리트로 재포장하고 석탄을 싣는 이동식 크레인과 레일이 설치됐다.

러시아가 부두 사용권을 확보해 보수한 나진항 3호 부두의 모습. 부두를 콘크리트로 재포장하고 석탄을 싣는 이동식 크레인과 레일이 설치됐다.

연변대 이종림 교수는 “중국도 해법을 못 찾고 있는 것 같다.”라며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멀리 베이징에서 일부러 참석한 인민대학의 청샤오허 교수는 “양국이 지금 힘겨루기 중이다. 북한이 중국을 열받게 하고 있는데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금년 말까지 계속 악화되면 북한 정권의 생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샤오허 교수의 발언은 곧바로 다양한 토론을 불러왔다. 과연 미·일동맹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가, 북한이 무너지기보다 러시아나 일본에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 아닌가 등의 반론이 있었다. 그 역시 중국이 북한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상황을 보며 정책을 펼 것이고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베를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주한미군을 감축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은 명백하게 중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역시 중국의 있을 수 있는 압박에 대한 대응 카드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음이 접경지역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러시아의 진출이다. 지난해 9월 나진-하산 철도 연결 이후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중국의 빈 공간을 차지해 오고 있다. 중국의 나진항 활용이 지지부진한 데 비해 러시아 측은 3호 부두를 이용해 석탄을 부산으로 실어 나르고 부산에서는 호주산 철광석을 실어오는 운송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또한 중국 측에서는 접근이 통제되고 있는 나진항의 군항 시설을 러시아 함대가 이용하는 협정도 체결됐다.

러, ‘파베타 프로젝트’ 앞세워 북한에 물량 공세

훈춘시 당국자에 의하면 청진경제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러시아 측 움직임이 시작된 게 바로 올해 초부터라고 한다. 지난 10월 20~24일 평양을 방문한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대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청진경제특구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훈춘시 당국자는 “물류 거점으로 나진항을 확보했으니 산업거점으로 청진시를 활용하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러시아가 나진항보다 훨씬 규모가 큰 청진항으로 물류 뿐 아니라 군항 기능을 옮기려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러시아의 진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성공단에 이어 남포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바로 ‘파베타(승리) 프로젝트’라 하여 20년 동안 250억 달러(26조3625억원)를 들여 북한 철도의 60~70%를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사업으로 평양 인근의 중요 산업철도인 재동역-강동역-남포역 철도 개건 사업 착공식이 지난 10월 21일 동평양역에서 있었다. 러시아에 이어 27일에는 일본 정부 당국자들로 구성된 납치문제 조사단이 10여 년 만에 평양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북한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인접국가의 각축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휴전선 근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남문희 / 〈시사IN〉 한반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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