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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북한에서 결혼하려면?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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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64 | 북한에서 결혼하려면?

분단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북한의 결혼문화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부터 같은 민족이므로 다르다고 해봐야 지역 차이였을 뿐인데 서로 다른 체제로 인해 많이 달라졌다. 물론 큰 틀에선 공통점이 더 많다. 연애를 하다 결혼한다든가, 결혼식 날짜를 신랑신부 양가에서 합의한다든가, 혼수품이 오간다든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북한에도 연애결혼이 허용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고 보면 황당한 느낌이 든다. 북한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연애결혼이 허용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연애결혼이 가능하다. 단, 연애를 할 기회가 남한에 비해 적다. 남자의 경우 군대에 10년씩 있다 보니 제대하면 연애할 시간이 적다. 부모들이 신붓감을 물색해 맞선을 보고 결혼한다. 연애결혼 하는 제대군인들도 있긴 하지만 많지 않다. 간혹 표창휴가 등으로 군복무 중에 고향에 왔다가 처녀를 만나 제대 후 결혼하는 경우가 있다. 또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간 경우 대학 기간에 사랑한 처녀가 오래 기다려줘서 결혼하기도 한다.

연애·중매 다양해 … 결혼식은 농번기 피해야

군대에 가지 않은 청년들의 경우 연애를 많이 한다. 많은 남자들이 군대에 간만큼 사회엔 속된 말로 ‘널려있는 게 처녀’라는 표현이 있다. 대학생들의 연애는 썩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생이 연애를 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진 않지만 될수록 ‘조용히’ 해야 하는 모습이다. 대놓고 과시하듯 하거나 학업과 대학생활에 지장이 클 정도로 물의를 일으켜 여론화되면 퇴학처분까지 각오해야 한다. 특히 여대생의 경우 임신을 하면 즉각 퇴학이다.

중매결혼도 많다. 서로 인맥을 통해 배우자를 물색한다. 맞선을 보고 당사자들이 좋아하면 된다. 그러나 남한처럼 결혼정보회사 같은 것은 없다. 중매를 서주고 돈을 받는 일도 없다. 인사치레로 물건 같은 것을 받는 예는 있다. 그러나 일부 중매꾼들은 사기꾼 소리를 듣는다. 직접 금전은 받지 않더라도 다른 목적을 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간부자녀를 중매 해주고 직업을 부탁한다든가, 혹은 변변치 못한 대상자를 훌륭하다고 포장해 정략결혼 시키는 행위 등이다. 필자의 사촌동생도 중매꾼에게 속아 고생하다 끝내 이혼했다. 중매꾼이 돈 많은 장사꾼의 딸을 필자의 사촌동생에게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빌렸다는 것을 훗날에야 알게 됐다.

북한에선 연애결혼이든 중매결혼이든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 남자의 경우 출신성분이 좋고 노동당원이고 대학졸업생이고 군복무를 마쳐야 간부가 될 징표를 갖춘 것으로 되기 때문에 좋은 신랑감이다. 거기다 인물이 잘생기고 성격이 좋고 똑똑하면 더 좋겠지만 모든 조건을 두루 다 갖춘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만은 없다. 대신 다른 것이 단점을 보완하면 된다. 신랑 측에 재력이 있다든가, 인맥이 탄탄한 집안이거나 해야 한다. 그러나 연애결혼의 경우 이런 기준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진실한 사랑에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고위 간부의 딸이 광산노동자를 사랑하다 부모의 반대를 이길 수 없자 사랑하는 청년과 서로 몸을 밧줄로 묶고 폭약을 터뜨려 자살한 사건도 본 적 있다.

결혼식은 양가에서 날짜를 합의해 정하는데 북한에선 대체로 농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봄철이나 농사가 다 끝난 가을철에 결혼식이 많다. 농촌도 아닌 도시에서까지 봄가을 결혼이 많은 것은 농촌지역 신부들을 고려해서다. 도시 청년이 농촌 처녀를 도시에 데려다 살 순 없지만 영예군인(상이군인)이나 군관(장교)들은 가능하다. 또 소도시의 경우 회사원이라 해도 뙈기밭 농사 등을 겸하기 때문에 농번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지난 2012년 9월 19일 평양 만수대지구 신개발 지역 근처에서 한 커플이 결혼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19일 평양 만수대지구 신개발 지역 근처에서 한 커플이 결혼사진을 찍고 있다.

신접살림? 함경도에선 여자, 평안도에선 남자!

결혼식은 거의 다 집에서 한다. 웨딩홀 같은 것이 없다. 큰 간부나 신흥 갑부들은 식당 같은 곳을 빌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꿈도 못 꾼다. 결혼식은 신랑집과 신부집에서 따로 따로 한다. 신랑이 ‘상객’이라고 하는 자기 측 인원들과 함께 신부를 데리러 가면 신부집 결혼식이 시작된다. 여기서 ‘큰상’을 받는데 바로 신랑의 상이다. 큰상을 받고 사진을 찍고 음식을 나눈 후 승용차에 신랑신부를 태워 신랑집에 간다. 신부는 신랑 집에서 ‘큰상’을 받는다. 결혼식을 양쪽에서 하지만 기본은 신랑쪽 결혼식이다. 결혼식 다음날에는 신랑신부가 나란히 신부집에 첫나들이를 간다. 신혼여행인 셈이다. 남한처럼 제주도나 외국으로 신혼여행 떠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결혼식 모습도 지방에 따라 다르다. 떡잔치가 위주인 곳도 있고 국수잔치가 위주인 곳도 있다. 결혼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장만하는 것도 지방마다 다르다. 함경도 지방은 신부가 거의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고, 평안도 지방은 신랑이 주로 부담한다. 결혼식 날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놓고 때리며 음식을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는 풍습이 아직도 평안도, 황해도 지방에 조금 남아있다. 그래도 북한에서의 결혼식이 재미있었다. 남한에서 결혼식에 많이 가봤는데 싱겁기 그지없었다. 하도 재미가 없어 결혼식이라면 가기 싫어진다. 축하해줘야 한다는 생각만 아니라면 차라리 어느 식당에서 술이나 마시는 것이 낫겠다 싶다. 전통결혼식이 재미있다곤 하는데 아직 겪어보지 못해 모르겠다.

거기다 남한은 결혼식 부담이 너무 큰 것 같다. 돈을 많이 번 다음 결혼한다며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들을 보면 북한처럼 결혼부터 하고 부부가 함께 살림을 늘려 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더 보람도 있을 텐데 말이다. 통일 후엔 북한에도 웨딩홀이 생길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결혼식 모습이 남한과 비슷해질 것이다. 하지만 통일한국의 결혼문화는 좀 더 재미있게 변화해 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도명학 / 망명북한작가펜(PEN)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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